쏜살같이 원을 그리는시계의 초침 따라우루루 뒹굴다 멀미하며 가다가또 한 번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햇볕 흠뻑 먹은 자연은 주렁주렁 열매마다 과즙이 흐른다 바쁘게 달려봐도 그 자리느리게 걸어가도 그 자리인 것을 한 날도 거르지 않고 동분서주한 발걸음희망처럼 왔다가자취 없이 사라지는 하루 같은 계절 속에 몸 부벼 서걱이는 억새꽃도 붉어가는 가을도빈 하늘에게 내어줄 차비 바쁘고궁리와 궁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이다 화려한 것 같으면서도 쓸쓸하고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초침 빠른 이 가을에계간 「한국문인」 시부문 신인상 등단
나이 탓인가 상처가 아프지 않다못에 긁혀 피가 나도별로 아프지 않다웬만한 상처는 내버려 둬도 그냥 낫는다어깻죽지가 가려워 긁으려다 보니상처자국이 있다어디에서 스쳤는지 무릎 위도 가렵다상처가 아물 땐 예전보다 더 가렵다굳어버린 어깨관절로 손이 닿지 않아효자손으로 긁으니 딱지가 묻어난다아픈 만큼 성장한다는데 상처가 아프지 않다둔해진 건가무관심한 건가뻔뻔해진 건가더 큰 아픔이 있는 건가약력 삼척출생, 가톨릭문학회원, 한국인터넷문학상 수상, 시집 : 『성체꽃 』『커피보다 쓴 유혹/‘18올해의문학인 선정』 공저 : 당진문
사랑받던 곡식들은 가뭄에 타 죽고 말라 죽어도 불사조처럼 노인 풀 질긴 목숨처럼 살아나 석 달 보름 마른 가뭄에 죽지 않았다 농부들의 한숨 소리를 듣고묵묵히 지켜온 지팡이 풀은 한해살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소나무처럼 살 수 없다 하니내 이렇게 살 뿐 ... ...새봄이 오면농부를 만나보리라.
서해안 벌수지에 야밤이 깊어 역사를 읽는다천년 방죽에 달이 밝고 물소리가 맑아후백제문화가 계승된 테마공원 찾아 야행한다네칠성七星이 떠 환한 거리를 걷으며먹고 보고 말하고 사고팔고 먹거리 터에서 예술을 감상할 밤거리의 멋과 맛벌수지를 빛낸 문화재따라 야행夜行이라네 징검다리를 떠난 메타버스 시대 합덕성당을 돌아 버그네 길을 걷는 야로夜路옛 농경문화를 익히는 야사夜史농경문화에 전설이 담긴 야설夜說버그네 테마따라 밤 경치를 보는 야경夜景농산물 직거래 나눔의 시장을 여는 야시夜市한밤에 향토음식을 즐겨 먹는 야식夜食문화유산과 문화예술을 감상하
남산공원에 홀로 서 있는늙은 벚꽃나무가 황홀하다이삼년 전엔 무척 곱게 피었던 벚꽃한 해 한 해 색깔이 퇴색되어간다늙어서 가지가 휘어져도늙어서 한쪽 가지가 뭉툭 잘려져도벚꽃은 신부新婦 부케처럼 피었다벚꽃이 필 때마다궁금해서 찾아가고지칠 때 찾아가고아플 때 찾아가 나무 벤치에 앉아그냥 바라만 봐도 기쁨 주고말없이 바라만 봐도 힘을 주던 벚꽃 나무그 많던 꽃잎 바람에 우수수새파란 풀밭에 눈처럼 수북이 쌓였다벚꽃은 질 때도 이토록 곱게 진다약력경북 영천 출생, 계간『문학사랑』신인상 등단, 한민족통일문화제전 詩 수상, 당진문화원 주부백일장
머리맡에 꽃 베개는 밤하늘의 별흘린 눈물에 젖고고독은 텅 빈 가슴에염치없이 찾아들어 앉았다.가을날 새벽 찬바람 불어나팔꽃 아픈 가슴 헤집고별이 흘린 위로의 눈물마저텅 빈 가슴에 흩어져 마른다,덜 밝은 새벽 그믐달은고윤님이 눈썹을 닮아있어옛 사연 가득히 찾아드는데귀뚜라미 울어 슬픔만 돋운다,훤히 아침은 햇살에 열리고쓰린 가슴은 이슬이 내려앉아빈 꽃 베개에 어린 슬픔만이 소리 없이 내 가슴에 내려 앉는다. 약력강원 원주 출생. 계간 「문심」 시와 시조 신인상 등단부산 문학인아카데미 이사현) 당진시인협회 회원
아주 아주 먼 옛날꽃게들의 화석이게발선인장이 되었을까꽃게가 꽃으로 환생한 듯동그랗게 다리를 펼쳐발톱마다 예쁘게 피운 붉은 꽃여름내 발톱에 저장한 뜨거운 햇살이줄기 마디마디 고리를 연결하여겨울이 되면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바다와 땅 우주를 가슴에 품은 붉은 꽃송이 속에서 꽃게들이 떼 지어 발발이 기어 나온다마치 바다를 향해 갈 듯-----------------------------약력 월간 ‘문학세계’신인상 등단시집 ‘유월의 숲’문학세계’문인회원당진문인협회원당진시인협회원으로 작품 활동
[당진신문] 숲길에서 만난 돌탑맨 꼭대기 아찔하게 올려놓은 자그마한 돌멩이 바라보다한 생각그게 왜 나라고 느꼈는지 몰라돌탑을 쌓듯어머니어머니어머니가 계셨고 다시딸딸딸로이어지는 길로 보이는 거야약력당진 출생. 2010년 『심상』 시부문 등단. 시집 『매화꽃 펴야 오것다』 『가슴으로 사는 나무』 산문집: 『백두대간, 네가 있어 황홀하다』 (사)한국시인협회원. 당진시인협회원 외 다수 활동
온산 나뭇가지 오색의 엽서 매달고밤송이 집삼형제 의좋은 날감나무 홍시 푸른 하늘 속으로풍덩 빠지고 있다짙푸르던 꿈 다 살라 먹은멍석 위에 고추온몸 발갛도록 버둥거리는 삭신주름질 일만 남았는데벌거벗은 땡감 부끄러움 모르고곶감대회 출전위해옷걸이에 매달려다이어트 중가을햇빛 아낌없이 내리시는옹골진 사랑 빛이다약력시낭송가, 한국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 계간 「한국문인」 시부문 등단, (사)한국문인협회원, 홍시문학회원, 한국문협 평생교육원(시 낭송가)연수, 토정 백일장 차상 외 다수, 시집 『또 하나의 추억(21올해의 문학인 선정)』, 현)당
참매미 시끄럽게 울어대던 삼복의 아침무심히 바라보던 길섶에때 아닌 무서리가 하얗게 내린 듯고단하고 치열했던 그 여름차마 미안해 내밀지 못했던 그 손 놓지 않기를무성하게 치고 오르던 넝쿨손처럼 버티며 바람에 언덕을 올라왔나 봅니다그 사이 숨 가쁘게 차오르던 승화의 공간끝없는 삶의 편력과 의지가 뜨겁게 타오르던 시간들이제 몸과 머리엔 설악초처럼상처의 질곡이 반영하듯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것오늘도 삶의 존재를 뛰어넘으려 갈망하는식물적 상상력을 발휘하는설악초 잎 하나가 빛나고 있다.약력당진 출생 ‘04년《공무원 문학》신인상 등단, (
그렇게 평생 지고 다니더니아버지 쟁기마저 외양간 앞에 벗어놓고 어딜 갔을까 불러도 새파란 살구나무 잎만바람에 흔들린다옆집 사람 애써 키운애호박 쌈 싸듯 가져갔다네굵은 밤알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반들반들하게 만들어 건네주던성기고 꺼멍 그 손은 정에 젖었었지모기에 쫓기고 갈 뱀 무섭다는날 더러 어여 가라고 흔들던그 손길은 집 앞 양지 바른 곳에 놓인 물 바래고 삐딱한 의자를 잡고 섰다조금 좋아지면 만나자 했는데오늘도 집 앞을 지나며 부른다뭐해요 방죽길 걷자구요어설픈 이별이 홀로 볕을 쬐며 술잔을 채운다약력계간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
새벽녘언어들의 속삭임에고운 눈빛으로인연의 바람은 탄생했다삶의 물결칠 때면아슴아슴 멀어지는 기억초설 위 피고 지었다흐르는 세월 따라서허상의 피해의식 버리라무수한 별이 주문을 한다약력 강원도 문막 출생, 계간 「문학고을」 시 부문 신인상 등단, 문학고을 공로패 수상,공저시집 『내포 뜰에 부는 바람』 출간, 시를 즐기는 사람들 회원, 당진문인협회원, 당진시인협회원 임.
오지리 벌천포 해수욕장가지각색의 몽돌과 조약돌얼마나 갈고 닦았는지반질반질 윤난다지금도 무언가 부족한 듯끊임없이 괴롭힘을 넘어 살을 깎는 아픈 소리자그락 자그락눈여겨보게 하고만져보게 하고느껴보게 하고태양 품어 덥히어 쉬라하네조약돌 위에 누운 심연갈고 닦아지지 않은 거친 맘더 닦으려 하지도 않는 질펀히 엎질러진 나하얀 슬픔이 여문다.약력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 등단, 공저시집 『서랍 속에 시간』 당진온누리합창단장. 당진환경운동연합회원, 충남문인협회원, 당진시인협회원.
산 숲 이른 아침 밤비 맞아 파르르떨고 있는 수정란꽃 중심푸른 눈동자 마주치면 블랙홀 회오리 속으로 빨려갈 듯하다투명하게 비칠듯한 매무새 너무나 청순하여 서늘한 몸혼자만이 알고 있는비밀처럼 설렌다대호지출생, ‘10년 「심상」 신인상 등단, 시집 『매화꽃 펴야 오것다』 『가슴으로 사는 나무/세종나눔도서선정』 한올문학상,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주자, 현)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나루문학회, 당진시인협회원으로 작품 활동
황금 빛 태양을 따라 초목에서 태어나잡초처럼 흔들리며 도시와 시골에 수놓았습니다아버지만 흉내 내면서 한 평생그 누군가를 위해 산길을 닦아 놓았습니다안개 꽃 지천인 산골에는계절 따라 산색도 날마다 달라지다가한 편엔 꽃들도 이별을 준비하겠지요?이름 모를 산새들인지, 공작새들인지호수 속살에는 청 아 한 메아리 소리가떠오르던 시골 동네가파른 산길을 한없이 걸어가 보니계곡 물줄기는 꽃길을 수놓았을까요?올라갈 땐 지옥 문내려올 땐 천국 문 같았던내 인생.약력시인, 계간 《서석문학》 등단 사)동국학원 원장. 사)學田문학관 원장. 한국인간상록수
조업하는 명인선장은 바다를 다 안다나침반을 보며 항해하지만 망망대해를 속속히 안다는 것은 중한 일이지바다안개 자욱한 날은 시동을 내려놓고쉴 때는 파도소리가 자장가란다바다를 몰고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평생을 바다와 얘기하고 바다가 친구란다.천혜의 어장인 바다에서새우잡이 돔잡이 민어잡이 실치잡이갈치잡이에 취한 선장들 바다가 직장이다바닷가 사람들은 갯벌이 어머니이고바다가 아버지란다바다는 돈벌이의 텃밭, 돈을 벌어도쓸 새가 없다는 남해선장들 화려한 신사복 한번 입을 새 없는 따분한 일상이라 푸념하는 고단함도 잊고 산다또 섬이 학교라면 인생철
보이지 않는 오선지 위에 타락한 악산 바위틈 꽃 한 송이 일개미가 오르내릴 때이름 모를 나무에 핀 작은 꽃 향해 나비는 춤을 추었다비바람 지나간 자리밤이슬이 머물러 쉬어 가는 곳고적한 산사에 널찍한 둥근 마당개울가 도란거리는 물소리산새들 노랫소리에 춤추는 꽃나비들솔바람 지나가며 만든 악보바람이 만든 고운 선 따라 나풀대는 나비는 예쁘게 단장한 꽃등에 잠시 쉬었다 하루가 간다,약력강원 원주 출생. 계간 「문심」 시와 시조 신인상 등단. 운영위원. 부산 문학인아카데미 이사, 현 당진시인협회 회원
꽃이 말 했다패랭이꽃도 피면서말없이 하얀 미소로 말했다다른 꽃처럼 화려하지 않고 가늘고긴 줄기 꼿꼿이 세워자기를 멋지게 피우는 하얀 패랭이꽃처음엔 멀리서 바라보다가 마음 홀려서꽃밭에 들어가려고 하니꽃을 꺾지 마세요꽃을 밟지 마세요꽃밭에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표시다그냥 눈으로 바라만보라고……. 그래야 나비가 오고 벌이 오고누구나 오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꽃은 질 때까지 피는 사랑 꽃이다.약력경북 영천 출생계간 『문학사랑』 시부문 신인상한민족통일문화제전 詩 수상당진문화원 주부백일장 수상호수시문학 회원당진시인협회원
허수아비가 하는 일은 참새를 쫓는 것이다한 천년을 그렇게 서서 참새를 쫓다 보니이제 참새를 쫓는지 참새와 노는지사람이 허수아비를 믿는 것 보다참새가 허수아비를 더 믿는다그래도 농부의 마음이 넉넉해지면밀짚모자 허수아비를 세워 놓는다철없는 허수아비, 속없는 저고리 바람에 날리며 눈치 없이 서서 참새를 기다린다들녘은 누렇게 익는데 참새는 어디 있는지참새가 허서방과 놀다가지 않은 날은시집 간 딸자식 그리는 아비 맘 같다저마다 이맘때면 속이 꽉 차게 알알이 익는데갈수록 넓어지는 농부의 빈 들녘에허수아비 하나 서서 참새를 기다린다.약력삼척출생
그동안 움치려들던 3년 적막했던 세월을 깨고 개업소식이 들린다화환이 문 앞에 줄을 서서무지개 꿈이 바람에 펄럭인다사람들이 모여들어 죽어가던 자신들의 목숨을 시끌벅쩍 안주삼아 마신다인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한 자유가 환난과 재난으로 제한당하고 각자의 꿈이 어둠에 갇힐 때나보다 더 큰 자유가 우리의 자유를 한 점 먼지로 여기며 결박하여 죽음으로 끌고 갈 때내면은 불안과 아우성이었다그 누구에게도 해결능력은 없었다그러나 꿈은 위대하다먹장구름은 물러가고 빛이 내려온다환희가 솟아오른다또 전처럼 마음껏 공기를 마시며노래하며 술 마시며 또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