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이 동생네가 못자리 상자를논에 펴는 날어제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후배들이 많이 와주고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도와주시어 일을 수월하게 잘 마무리 했다일을 일찍 마치고 집에 오니아내가 장날이라고 장에 같이 가자 하니하는 수없이 뒤따라 나섰다 장에 가서 보니 무슨 대목도 아닌데 유난히 크게 장이 들어섰다 봄이 장 섰다울긋불긋 꽃들과 병아리들호떡을 손에 들고 맛나게 먹고 그늘막에는 막걸리에 취기가 오르고곳곳에 흥겨운 노랫소리파릇한 나무들이 손을 내밀고 알록달록 예쁜 옷들이 웃는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봄이다
펴지지 않는 허리 펴지지 않는 손마디 마디를이끌고 늙은 노부부는오늘도 이침 일찍부터밭에서 쪼그려 앉아 땅의 냄새를 맡으며심어놓은 농작물과 대화한다길옆에 자리 잡은하얀 목련이 바닥에 내려와노부부를 위로한다매일매일 동행하는 대지는 오늘도 노부부를 맞이한다
꽃잎이 교회의 십자가 위에서빙빙 돌며 기도를 하고밑에서 위를 보고 있는나에게 내려와기도 응답을 전하여 주는지내 발밑에서겸손함을 보인다그러곤꽃 속에 들어있는아름다운 사랑을 말한다
한 겨울을 따스하게털옷을 입은 봉우리가꽃을 감싸차가운 온도에도 보호를 하니꽃이 포근함 속에서아직 잠을 자고 있는지고개도 내밀지 않더니봉우리가 문을 열어주니꽃들이 웃으며어느덧 큰 웃음소리로한바탕 크게 떠들고주위를 불밝히듯환한 큰 웃음이참 소담도 하다
만물들이 생동하고깨어 일어나쌓아 놓은 향기를 풀고웃음 짓는 새싹들이고개 치켜세우고 봉우리로 감싸여 있던 꽃들이 환하게 웃는 봄 더디 깨어나는 새싹들에게 생기의 영양제를 주입하는봄비꽃들이 잔치를 베풀고새싹들이 들러리서는 날봄은 생동하고 하늘은 배설한다
얘야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면 말이다너와 나는 독수리가 되고기러기가 되고 종달새도 된단다얘야그러고 말이다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가서밑에 있는 구름도 보고높이 솟은 산도 지나가고한참 밑에 있는 집들도 나무도바라볼 수 있단다얘야 그렇게 새가되어세상을 바라보자
먼 곳에서부터 산새소리가청명하리만치 투명하게 들린다푸른 숲이 휘파람을 불 듯아주 청하 한 바람 소리가밝은 햇빛과 잘 어울린다쑥 달래가 고개를 빼꼼히 빼고곁으로 찾아온 봄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벌써 밭에서는 분주하다 옅은 잠바는 나무에 걸고골내고 감자심고마늘밭 양파밭으로 발을 옮긴다이제부터 곤한 날들이우리 곁에 왔다일 년의 모든 날들과씨름해야겠다
파릇한 새싹이 잠에서 깨어빼꼼히 고개를 내밀고가지마다 봉오리 속에곱게 물든 꽃들이 숨어 있고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3월을 만물들이 반긴다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이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고하루하루가 삶의 터전으로바뀌어 간다
우수에 비가 우수수 내린다며칠을 비가 내린다어느 지역은 대설경보라고 한다참봄으로 향하는 길이험난하다며칠을 비가 오더니비가 오다 지쳤는지오늘 새벽은 밖이 환하다창문을 열어보니대지가 하얀 보자기로 싸인듯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한참을 멍하니 바라본다비가 온 며칠과눈이 온 오늘
어제까지 바람과 햇살은 만물들이 기지기켜고 일어날 봄날이었다하루를 지난 오늘은몸을 감하는 추위를 느낀다하늘에서는 하얀 눈이머리에 포개어 쌓인다가는 겨울이오는 봄을 시기 하나보다그래도봄은 오고겨울은 저만치 가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지붕을 때리고마당으로 뛰어내린다입춘이 비를 몰고 왔는지비가 입춘을 따라왔는지가는 겨운을 배웅하는 것인지얼어있는 것겨울의 흔적을지우려 하나보다이제 봄이라고소리지르는 것일 거다봄이 되기 위하여계절은 계절대로 흘려보내고날은 날대로 지나갔나 보다봄을 위하여하늘은 비를 보내어잠자는 대지를 깨운다
어제 갔던 길다시 간 다 투정하지 말자분명히 어제와 다르니까어제는 어제이고오늘은 오늘이다흐른 시간만큼변한 길 일 것이니까
눈이 온다 눈이 마당을 피하여어느 골에 쌓인다바람이 세차니자기들의 의지대로내려오지 못하고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매서운 눈보라가참 을씨년스럽다참으로 추운 바람이 겨울스럽게 분다그래도 기러기들은깃털을 나부끼며 여전히
지나간 시간은 그냥 두 자어쩔 수 없지 않은가앞에 있는 날들에그림을 그리자소망도 희망도 꿈도 그려보자사랑도 가슴에 잔뜩 담아 보고아직 못다 한 것도 끝내고못 만난 친구도 만나보고못다 한 이야기도 해보자1월은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어보자그러고 사랑하자
우리 송아가 세상을 본지며칠 되지 않았는데벌써 일 년이 다 기울었구나내년 이맘때는할아비하고 손잡고거늘어보자꾸나별도 따보고 구름도한 움큼 쥐어서 먹어보고쉬지 않고 재잘대는참새와 대화도 하고소풍 가는 송사리도함께 따라가보자꾸나그러려면아가야 무럭무럭 건강하게 커다오너를 위해 기도하는많은 사람들에게감사하거라너의 길은축복의 길이다
많이도 추운날 아침온 세상은 흰 보자기로 덮은듯하얀 눈이 소복이도 쌓인 날기쁨의 소식이 전화기 속에서내 귀에 들리길손녀가 세상구경하려고왔다고 하네이렇게 깨끗한 날아주 어여쁘고 아주 예쁜 손녀가우리 곁으로 찾아와 주었네아가 험한 세상에 왔지만사랑과 소망 그리고큰 꿈을 꾸며힘차게 전진하거라우리 모두는두 손 모아 기도한단다사랑하고 축복한다사랑하는 아가
겨울인데 대설도 지났는데어디는 벚꽃이 피고어디는 개나리꽃이 피었고목련이 봉우리 진 포근한 겨울그런데 이 비가 그치면 많이도 춥다고 하네요어르신들낙상 조심하시고감기 조심하세요
아침부터 하늘은 화가 났는지검은 구름으로 덮여 있고온도는 을씨년스럽다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니천둥이 구름을 몰고 왔는지 구름이 천둥을 끌고 왔는지 바람과 함께 요란하다 남편은 거실에서 책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아내는 밖에서 비를 맞으며 몹시도 분주하다 남편이 한마디 한다어여 들어와 비와에이 무심한 남편
잘 있었니나는 여전히 사지 잘 움직이고생각도 잘하고 잘먹고잘도 싼다너는 워뗘잠은 잘 자는겨춥지는 않여건강하게 잘사러그냥 멀리서 기도하는 마음으로안부를 묻는다
온도계의 수포가 갑자기 밑으로 쑥 하고 내려 갔다 바깥의 공기가 써늘 하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아내가나무를 넣고 불을 때는지 나무를 때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새벽에는 된서리로풀들이 흰머리가 되었다 마당에는 어제 따다 놓은 배추가 수북하다 빨간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