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카톡 프로필 보니까 안면도 빛 축제 다녀왔나봐. 사진 멋있더라. 우리병원 수간호사들 5월 초에 단체 관광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그곳으로 가볼까? 거기랑 가까운 곳으로 더 가볼만 한 곳이랑 먹거리를 좀 추천해주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대학동기로부터 오늘 아침 카톡이 왔습니다. 봄을 맞은 요즘 전국에 갈 곳이 참 많을 터인데 단체로 우리고장을 찾아준다니 반갑기 이를 데 없습니다.

카톡으로 전하기에는 해줄 말이 너무 많아 전화를 걸어서는 마치 미리 올 것을 알고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먹거리며 볼거리며 구구절절 안내해줍니다.

“요즘 한창 튤립축제중인데 낮 시간에는 튤립을 중심으로 볼 수 있어서 좋고, 밤에는 화려한 빛이랑 어우러진 튤립의 은은한 자태를 볼 수 있어서 좋아. 오거든 올라가기 바쁘게 스케줄 짜지 말고 튤립 축제장에서 밤에 펼쳐지는 빛 축제도 꼭 보고가. 네 말대로 엊그제 토요일날 가족이랑 다녀왔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 잘해놔서 감동받고 힐링하고 왔다. 그리고 요즘 봄꽃게철이잖아. 맛있게 먹고, 온 김에 빈 손으로 가지 말고 사갖고 가서 가족들, 친지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려. 그렇게 하는 것이 도시사람들 시골에 와서 마음껏 누리고 힐링하고 돌아가면서 우리 농어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여. 알겄어?”

동기는 ‘농어민단체 홍보대사 아니냐’며 깔깔거리고 웃으면서도 꼭 그러마 약속합니다.

협박 아닌 협박도 해가면서 추천을 해주어도 손색이 없는 먹거리집도 상세히 일러주고 편집마감에 바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짧지 않은 통화를 그렇게 마쳤습니다.

지난 주말 이른 저녁을 먹고 가족, 또 몇몇 지인들과 함께 간 안면도 튤립축제장이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축제장으로 향해 가는 길이 밀려 예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 해가 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화려한 빛들의 향연을 맛볼 수 있었지만 튤립을 감상하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곧 찾아볼 계획이라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섯 시 쯤 입장해서 튤립도 제대로 보고 잠시 기다려 빛 축제도 꼭 보고 나오라고.

절대 그럴리 없지만 마치 요염한 척 포즈 취하면서 사진 찍고 있는데 지나던 관광객들 말합니다.

"홍콩야경은 저리가라 싶게 잘해놨네!"

“우와! 우와!”를 연속 외쳐대며 한 바퀴 휘돌아 나오는 가족들의 얼굴이 값비싼 마사지와 팩이라도 한 것 마냥 일제히 빛이 납니다. 다음 달 우리고장을 찾겠다는 동기 이하 서울사람들, ‘잘 보았다’ ‘잘 먹었다’ ‘참 좋았다’ 감동하고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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