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등에 업힌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 속에 영원히 저장한다 하니 띠동갑 형님이 그림을 그려줍니다. 더 선명하게 기억하라고.
▲선생님의 등에 업힌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 속에 영원히 저장한다 하니 띠동갑 형님이 그림을 그려줍니다. 더 선명하게 기억하라고.

새 학년이 되어 첫 날 학교에 다녀온 늦둥이 녀석이 큰 소리로 현관문 앞에서부터 엄마를 부르며 달려 들어옵니다.

새 교실, 새 친구들, 또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많이 어색하고 낯설었을텐데 아이의 하루가 어땠는지 엄마는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 담임선생님을 처음 만나 뵌 느낌은?”

“딱 봐도 완전 착하신 분이었어요!”

“우와!! 정말? 엄마는 남자 선생님이라는 것 말고는 선생님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데 우리 아들이 원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니까 정말 좋은 분을 만났음에 틀림없네.”

그저 딱 봐도 좋으신 선생님이라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다음날 싱글벙글 히죽히죽 웃어가며 학교를 서둘러 향합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 또 현관문 앞에서 어김없이 또 엄마를 요란하게 부르며 달려 들어옵니다.

“오늘 제가 급식을 먹고 났는데 갑자기 배가 엄청 아픈거에요. 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저를 업고 보건실로 가시는데요, 복도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다 비켜주시는거에요. 우와! 우리 선생님 완전 자상하신 분이에요! 저는 오늘 일을 영원토록 제 기억 속에 저장해 놓을거에요. 완전 감동받았어요!”

녀석이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궁금해 하지도 않았는데 있었던 일을 술술 보고합니다.

“옴마야! 요즘에도 그런 선생님이 계신단 말이여?”

아이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궁금해 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는데, 아이만큼이나 감동 받아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얘기해 줍니다. 그럴 때 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헐! 요즘에도 그런 선생님이 계신단 말이여?”

그렇게 일주일 가량 지났을 때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또 선생님 자랑을 합니다.

“오늘 친구가 신발 끈이 풀린거에요. 친구가 선생님한테 들고 가니까 선생님께서 신발 끈 묶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면서 예쁘게 묶어주시는걸 봤어요. 우리 선생님은 바쁘신데 부탁을 드려도 귀찮아하지 않으셔요.”

“아, 그리고 우리 선생님은 ‘복도에서 뛰지 마라’ 이렇게 말씀 안 하시고 ‘걸어다니자’ 이렇게 부탁하시는 것처럼 말씀하세요. 우리를 믿어주시는 거죠.”

“그렇구나! 정말 훌륭하신 분이네! 그렇게 자상하시고 좋은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방법이 뭔지 알제?”

“당근이죠. 열심히 공부할거에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유독 많은 녀석이 그렇게 선생님께 자꾸만 자꾸만 다가가고 있습니다.

어리지만,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고, 다 느끼고, 다 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진심을. 그리고 잔잔한 울림이 전해지는 속 깊은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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