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아침 8시 48분. 대목장을 맞은 전통시장 분위기가 궁금해 걸어가는 길. 얼마나 추운지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자꾸만 시려져오는 손은 옷소매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

그렇게 도착한 당진전통시장.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두부를 선을 따라 곱게 자르는 할아버지 모습도 보이고, 꽃게 파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는 벌써 손님을 여럿 맞이했습니다.

“꽃게 얼마에요?”

“2만5천원도 있고, 3만원도 있고, 더 크고 좋은 것은 3만5천원도 있제.”

“사위 밥상 차려줄 거라서 마음은 크고 좋은 것으로 사고 싶지요. 주머니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 아쉽네요.”

크기는 작고 여러 마리 담긴 바구니를 선택한 아주머니의 얼굴에 자식에게 좋은 것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시장 중앙으로 들어서니 이른 시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보러 나왔습니다. 거리에 내걸린 명태꾸러미는 전통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입니다. 그 옆을 지나던 부부가 나란히 손을 잡고 인터뷰에 응합니다.

“신문 보니까 전통시장에서 차례상 준비하는 것이 훨씬 싸다고 해서 나와봤어요. 이제 나왔으니까 찬찬히 돌아보면서 비교해보고 같은 값이면 추운데 고생하시는 분들 힘내라고 여기서 장을 다 봐갈 생각입니다.”

손이 시려워 호호 불어가면서 이동하는데 갈치 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둘러앉아 쟁반위에 조촐하게 차려진 국밥을 드시는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몇시에 나오신거에요?”

“새벽 5시에 나왔지. 밥을 못 먹고 나와서 지금 먹는거여.”

“추우시죠?”

“봐봐. 옷을 몇겹으로 입었는가. 우덜은 안 춰.”

허리춤을 까고는 강추위에 단단히 대비했다고 보여줍니다.

아랫도리만 네 다섯 개 껴입으셨다는 할머니 덕분에 놀란 웃음을 웃으며 돌아나오는데 번데기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번데기 주세요.”

“워쩐댜. 아직 안 끓었구만. 한 바퀴 돌고 오믄 끓겄어.”

“안 끓었으믄 집에 가서 끓여먹으믄 되쥬.”

단지 안 끓었다는 이유로 3천원 어치 사는데 5천원 어치를 담아줍니다. 전통시장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입니다.

채소전, 과일전, 정육점, 건어물점, 이미 채비를 마친 집도 있고 막 도착한 물건들을 진열하고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들 사이로 노점상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추운디 뭣허러 나오셨어. 집에 계시지.”

“옷은 단단히 입은겨?”

머리 허연 할아버지가 딱히 도움 줄 것도 없지만 날도 추운데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딸이 그저 안쓰러워 나와봅니다.

시장끝머리에서 만난 할머니. 시골에서 버스를 놓쳐 버스비도 아낄 겸 성미 급해 걸어오셨다는 할머니표 표고버섯이 싱싱합니다. 마트와 비교할 수 없는 푸짐한 양에 반해 한 바구니 사는데 덤으로 서너 개라도 얹어주시는 인정을 베풉니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번데기랑 표고버섯이랑 들고 20분 가량 걸어 돌아왔는데 손가락이 얼어서 잘 펴지질 않습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하루 종일 영하권의 날씨에 찬바람 맞아가며 장사하시는 분들 손, 만져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는 환경 좋은 대형마트들과 경쟁하려니 경쟁이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 상인들에게는 추워도, 불편해도 전통시장을 기꺼이 찾아주는 손님들이 참 많이 고맙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 하나라도 더 얹어주며 표현하는 곳이 전통시장입니다.

인정 넘치는 전통시장, 추운 날 고생하시는 상인 여러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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