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홍보전시관 이용객에게 삽교호 함상공원과 해양테마체험관 이용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걸려있다. 13일 서울에서 왜목마을에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한 시민은 “전시관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나영
요트 홍보전시관 이용객에게 삽교호 함상공원과 해양테마체험관 이용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걸려있다. 13일 서울에서 왜목마을에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한 시민은 “전시관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 왜목마을에 지난해 315만명의 관광객을 기록한 반면, 왜목마을 요트 세계일주 홍보전시관은 ‘볼 것 없는 전시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당진시는 김승진 선장이 요트 세계일주를 나선 곳이자 귀항했던 베이스캠프 ‘왜목마을’을 기념하기 위해 요트 세계일주 홍보전시관을 왜목마을 관광지에 개장했다.

당초 김승진 선장이 세계일주에 탔던 요트를 구매해 전시관에 전시할 계획이었지만, 당진시는 구입하지 못했고, 차선책으로 베이스캠프로 사용된 트레일러를 2200만원에 구입했다. 이 때문에 전시의 주요 목적이던 요트가 없던 탓에 전시관에는 김승진 선장이 세계일주 당시 촬영한 영상과 사진 그리고 설명문만 전시된 상황. (관련기사:‘볼 것 없는’ 당진 왜목마을 요트 세계일주 홍보 전시관, 1298호)

이처럼 눈에 띄는 전시 물품이 없다는 점에서 홍보전시관을 찾는 발걸음은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지난해 방문객 수는 왜목마을 방문객 수의 1/30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진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왜목마을 관광지 방문객 수는 128만 626명이었으며, 코로나19 완화 이후 2022년 148만 2579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에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315만 3139명을 기록했다.

반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홍보전시관 연간 방문객 수는 △2020년 9818명 △2021년 7988명 △2022년 5824명(8/10~12/20 휴관) △2023년 1만 1368명으로 연간 방문객이 1만여명 안팎이었다.

해당 방문객 집계는 당진항만관광공사에서 여름철 요트 체험객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방문객 수를 통계한 자료다. 이 때문에 여름철 체험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왜목을 방문한 시민들 대부분 전시관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기자가 직접 찾은 요트 홍보전시관은 30분 이상 방문객 없이 안내 직원만 전시관을 지키고 있었고, 더욱이 전시관 앞 벤치에 앉은 일부 방문객은 전시관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경기도에서 자녀와 함께 왜목마을에 방문한 임성환 씨(30대)는 “명절을 끝내고 서울에 올라가는 길에 왜목마을에 들렀는데, 제가 앉은 벤치 뒤에 전시관이 있는지 몰랐다. 무슨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겨서, 그냥 창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홍보전시관 내부 모습은 4년 전 기자가 방문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 당진시는 매년 유지·관리 목적으로 1억 3000만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없어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한다. ⓒ지나영
홍보전시관 내부 모습은 4년 전 기자가 방문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 당진시는 매년 유지·관리 목적으로 1억 3000만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없어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한다. ⓒ지나영

당진시민에게도 외면받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모 씨(40대, 읍내동)는 “당진에 거주한지 10년이 넘었고, 왜목마을에는 종종 오고 있지만, 홍보전시관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전시관 외관만 봐도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체험 거리가 많아지더라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가겠지만, 저처럼 다 큰 자녀를 두고 있으면 갈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왜목마리나 백지화에도..못 찾은 활용방안

사실 요트 세계일주 홍보전시관 설립의 또 다른 목적은 왜목마리나 조성사업이었다. 하지만 왜목마리나 조성 사업은 5년 넘게 민간사업자의자금 송금 문제로 추진이 지지부진해졌고, 2022년 해양수산부는 당진 왜목 마리나항만 개발사업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고시했다.(관련기사:왜목마리나 사업 지정 취소..결국 백지화, 1424호)

요트 세계일주 홍보전시관 사업 자체의 동력을 완전히 잃은 셈이지만, 그럼에도 당진시는 전시관 개관 이후 위탁 운영을 맡는 당진항만관광공사에 매년 유지·관리 비용으로 연간 1억 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왔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투입된 예산을 계산해보면 약 9억 1000만원에 이르지만, 전시 내용은 몇 년째 똑같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당진시는 요트 세계일주 홍보전시관의 위치 변경 혹은 시설물 재건축 등의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러 여건상 단기간에 추진하기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진시 항만수산과 관계자는 “전시관 위치가 왜목마을의 끄트머리에 있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예 입구 쪽에 위치한 방문자센터 2층으로 옮기는 것도 논의했다. 그러나 요트 특성상 바다가 가까이 있어야 해 옮기는 것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전시 내용을 다채롭게 하면 좋겠지만, 해당 토지는 공유수면이어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컨테이너 박스로 설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재 전시관 컨테이너 2층 공간이 휴게실처럼 사용해 활용도가 적은데, 해당 공간을 체험공간이든 전시공간으로든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방학 시즌에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요트 만들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흥미를 끌어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전시관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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