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꽃밭 기획연재-3
'백만 번 산 고양이'을 읽고
글/그림 사노요코 

ⓒ삽화 김미자
ⓒ삽화 김미자

[그림책꽃밭 김미자] 종종 고등학교에서 그림책 관련 강의를 한다. 이번엔 졸업을 앞둔 당진 모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교실로 갔다. 나는 다른 때보다 그림책 고르는 데 시간을 많이 써 백만 번 산 고양이를 가져갔다.

주인공 고양이는 왜 백만 번을 죽고 백만 번을 다시 태어났을까?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자신보다 다른 이를 더 사랑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고등학생이 좋다.   

백만 번 산 고양이는 제목처럼 백만 번을 태어나고 죽다가 마지막에는 누구의 고양이가 아닌 도둑고양이로 태어나 비로소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다. 이 얼룩 고양이는 하늘 아래 자기밖에 없는 것처럼 다른 것에는 관심 없이 산다. 오직 자기만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흰색 암고양이를 보고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얼룩 고양이는 암고양이에게 좋아한다는 솔직한 말 대신 엉뚱한 허세를 부린다.

“나 100만번이나 죽어봤다~”
“나 전쟁터에도 나가봤어~”
“나 임금님 고양이로 살았던 적도 있어”

얼룩고양이는 자기가 싫어했던 과거의 시간과 경험들을 흰 고양이 앞에서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말을 들은 흰 고양이는 그게 뭐 어쩌라구~ 하는 덤덤한 얼굴을 한다. 그림책을 함께 보는 여학생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대목이다. 몇 명 학생들은 이미 경험한 바도 있어 충분히 공감한다는 얼굴이다.  

연애의 기술, 사랑의 기술이라는 게 진짜 있기는 한가? 사랑하는 이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은 남의 일일 때는 쉽다. 비단 사랑 문제만이 아니다. 친구,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솔직한 말 한마디가 얽힌 문제를 푸는 열쇠인 줄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어렵다.

그림책 속 얼룩고양이는 흰 고양이 앞에서 몇 번 허세를 피워보았으나 도대체 통하지 않는다. 얼룩고양이는 흰 고양이의 반응을 살피며 자기 나름대로 사랑의 기술을 터득한다.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야겠다는 깨달음이 온 순간 얼룩고양이는 말한다.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그림책 표지에 양팔을 벌리고 우뚝 선 얼룩 고양이의 눈동자와 몸 전체에서 자의식,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 학생들이 졸업하여 사회에 나갈 때도 이러한 자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훌륭하고, 나는 예쁘고, 나는 나로 충분하다” 자기 스스로를 예뻐하고 귀하게 생각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자신감이 생겨난다. 그동안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에게 받은 큰 사랑을 기억하며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지금 충분히 예쁜 여고생들이 얼룩 고양이처럼 양팔을 벌리고 두려움 없이 다양한 세상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런 당당한 사회초년생들을 바라보는 어른들도 덩달아 힘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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