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어린이보호구역 포함 19건 휘도 측정·설계서 검토 패싱
차선도색 7일 이후 해야 하는 휘도 측정 규정도 안 지켜져
지난해 차선도색 예산 4억 4300만여원..부실시공 의혹 제기
당진시 도로과 “측정 의무 사실 몰라..성능 낮은 차선 재도색”

당진시가 그동안 도로 차선의 휘도 측정과 공사 사업계획서 검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공사비용을 집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pixabay
당진시가 그동안 도로 차선의 휘도 측정과 공사 사업계획서 검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공사비용을 집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pixabay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시가 그동안 도로 차선의 휘도 측정과 공사 사업계획서 검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공사비용을 집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만 낭비해 왔던 셈이다.

아스팔트 도로 노면에 차선도색과 문자도색은 도로용 페인트에 도로표지도로용 유리알을 혼합해 그리고 있다. 유리알을 사용하는 이유는 차량 전조등 빛을 더 넓게 반사해 운전자가 차선을 쉽게 인식하기 위해서다. 

비나 눈이 오거나, 겨울철 도로 위에 생기는 얇은 얼음층에도 차선은 생명선 역할을 하는 만큼 유리알 함유량은 중요하다. 만약에 성능이 떨어지는 반사 물질 등을 섞을 경우 시간이 밤이나 비가 올 때 차선 식별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도로설계기준 및 도로공사 표준시방서」를 통해 노면표시 설치 공사와 관련한 지침을 규정하고 있다.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사용할 도료의 색상, 종류 및 유리알의 혼입량 등은 설계도서를 따라야 하며, 준공할 때에는 노면 표시의 반사 성능을 측정하고 공사감독자에게 제출해 확인받아야 한다.

노면표시 공사를 실시한 이후에는 반사성능을 측정해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당진시는 그동안 휘도 측정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설계서를 비롯한 서류 업무도 소홀히 한 탓에 유리알 함유량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사진은 당진시청 앞 도로에 차선과 문자가 많이 지워진 모습으로,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차선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영
노면표시 공사를 실시한 이후에는 반사성능을 측정해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당진시는 그동안 휘도 측정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설계서를 비롯한 서류 업무도 소홀히 한 탓에 유리알 함유량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사진은 당진시청 앞 도로에 차선과 문자가 많이 지워진 모습으로,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차선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영

반사 성능 측정은 차선도색공사 후 노면이 건조한 상태에서 최소 도로 개통 7일 경과 이후 측정해야 하며, 새로 그렸을 때 적정 기준은 △백색 240mcd/㎡·lx △황색 150mcd/㎡·lx △청색 80mcd/㎡·lx이다. 반면, 재도색을 결정하거나, 우천(습윤)일 때에는 최소한 △백색 100mcd/㎡·lx △황색 70mcd/㎡·lx △청색 40mcd/㎡·lx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충청남도감사위원회에서 실시한 건설공사 안전관리 및 불공정행위 근절 특정감사 결과 당진시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추진한 도로 노면표시(차선도색 등) 공사 사업 19건 모두 차선도색 준공 시점에 휘도 측정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노면표시 공사 시행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임의로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해 4건의 사업에 대해 휘도 측정 표본 조사한 결과 재도색 시기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우선, 기지초 앞 어린이보호구역 노란색 횡단보도 도색공사는 준공 두 달여 만에 휘도를 측정했는데, 노면에 표시된 세 곳의 횡단보도 황색 문자는 각각 기준치(70mcd/㎡·lx)에 미치지 못하는 28~57mcd/㎡·lx로 나타났다.

합덕읍 도시계획도로 차선도색은 준공 한 달여 만에 측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곳의 황색 중앙 차선은 각각 28, 43mcd/㎡·lx로 황색 재도색 시기 권장 기준(70)보다 적었으며, 백색 정지선 차선은 31mcd/㎡·lx로 백색 재도색 시기 기준치(100)의 1/3 수준이었다.

준공 3개월 만에 측정된 신평 도시계획도의 차선 반사 성능 결과는 더 심각했다. 백색 차선의 측정값은 143으로 기준치에 충족됐지만, △백색 문자 표시는 11mcd/㎡·lx △황색 중앙 차선 6mcd/㎡·lx △황색 중앙 차선 11mcd/㎡·lx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수준이었다.

노면표시 공사를 실시한 이후에는 반사성능을 측정해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당진시는 그동안 휘도 측정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설계서를 비롯한 서류 업무도 소홀히 한 탓에 유리알 함유량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사진은 당진시청 앞 도로에 차선과 문자가 많이 지워진 모습으로,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차선이 보이지 않는다.
노면표시 공사를 실시한 이후에는 반사성능을 측정해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당진시는 그동안 휘도 측정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설계서를 비롯한 서류 업무도 소홀히 한 탓에 유리알 함유량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사진은 당진시청 앞 도로에 차선과 문자가 많이 지워진 모습으로,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차선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영

도시계획도로 차선도색공사의 경우에는 △황색 문자 60mcd/㎡·lx △백색 차선 68mcd/㎡·lx △백색 차선 94mcd/㎡·lx 등으로 기준치보다 낮았지만, 다른 표본조사 측정값보다 높았다.

당진시는 차선도색 공사 관리·감독 업무도 소홀히 했다. 수급인은 재료를 사용하기 30일 전에 사용할 재료가 KS의 관련 규격에 적합한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공사감독자에게 제출해 확인받아야 하며, 시공에 사용할 차선도색 장비의 기종, 성능, 기계상태 등을 기재한 차선도색 장비 사용 계획서를 제출해 감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당진시는 19건의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약상대자로부터 차선도색 사용자재, 장비 등의 사용계획 제출 및 검토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19건 가운데 7건은 수급인이 차선도색공사와 관련해 첨부한 설계도서 가운데 시설물별로 정한 표준적인 시공기준인 표준시방서가 아닌 계약서류 중 하나인 공사시방서를 첨부했지만,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추진한 차선도색 공사에만 총예산 4억 4300만여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준공 시점 직후 휘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반사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인 유리알 품질과 성능 검증이 충분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당진시 도로과 관계자는 “도로에 차량이 많이 다닐 경우 도색이 금방 벗겨질 수 있으며, 휘도 측정값이 낮게 나올 수 있다”면서도 “도색한 노면표시의 반사성능 기준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알았다. 그동안 업무를 알지 못했고, 성능 측정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 시공할 때 필요한 자재가 기준치에 맞게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재도색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인 만큼 향후 조금씩 예산을 확보해서 반사성능이 낮은 도로 차선에 대해 재도색을 하겠다”며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만큼 향후 휘도 측정에 제대로 할 것이며, 관리·감독 업무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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