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정미면 김하진 씨의 논 가을걷이는 약 3시간여간 이뤄졌다. ⓒ지나영
1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정미면 김하진 씨의 논 가을걷이는 약 3시간여간 이뤄졌다.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10월은 한 해 농사의 마무리, 가을걷이의 계절이다. 가을걷이는 다 여문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라는 의미로, 추수라고 부른다. 이렇듯 가을걷이의 시기가 오면, 당진 지역 곳곳의 수확을 앞둔 논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렇듯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지난 무더웠던 여름 내내 땀을 흘리며 열심히 키운 벼를 수확하는 농부의 손길은 바빠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 모든 가을걷이를 마쳐야 한다. 때를 놓치면 한해 농사는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면 마을의 모든 노동력이 집중된다. 

그리고 논농사의 벼베기 역시 한해 농사의 중요한 작업으로, 가을 추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농촌의 업무다. 올해 당진에서는 삼광벼와 예찬 두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밥맛이 좋은 삼광벼는 추석을 전후로 그리고 예찬은 중순부터 수확해야 하는 만큼 10월 한 달간 당진 곳곳에서는 추수하느라 바쁜 농촌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미면 덕삼리 일원에서 2천여평 벼농사를 짓는 김하진 씨는 “부모님이 하시던 논농사를 이어 받아 하고 있다. 크게 하지 않고 적게 하면서, 내가 먹을 쌀은 남기고, 남은 쌀은 RPC에 수매한다”라며 “논 옆에 깨도 심었는데, 깨는 살짝 농사가 잘 안된 것 같다. 그래도 논농사는 그나마 잘 된 것 같은데, 농협에서 수분을 뺀 무게를 봐야 어떨지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덕삼리 최정현 이장이 콤바인으로 베고, 탈곡한 벼를 농협에 수매할 통에 담으면, 이를 김하진 씨와 최정현 이장의 아내가 담는 것을 확인한다. ⓒ지나영
덕삼리 최정현 이장이 콤바인으로 베고, 탈곡한 벼를 농협에 수매할 통에 담으면, 이를 김하진 씨와 최정현 이장의 아내가 담는 것을 확인한다. ⓒ지나영

맑은 날씨로 가을이 완연하게 느껴지던 지난 18일 오전 10시부터 김하진 씨의 논에 심어진 벼는 베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벼베기에는 덕삼리 최정현 이장이 콤바인을 갖고 와서 일손을 나눴고, 1시까지 2천여평의 벼베기를 마무리했다.

사실, 기계가 있어서 그나마 김하진 씨의 가을걷이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기계가 나오기 전에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벼를 베고, 볏단을 타작하는 과정을 거쳐 쌀을 얻었다. 아마 예전 방식대로 했다면, 이날 김하진 씨의 가을걷이는 끝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김하진 씨는 “한해 농사를 하고 추수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올해 태풍도 심했고, 비도 많이 와서 벼농사가 잘 안될까봐 걱정도 많았다. 예찬미는 잘 쓰러지지 않아서 태풍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그래도 농협에 가서 수분을 뺀 무게를 재봐야 잘 됐는지는 최종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수확할 때에는 수확량이 전년이랑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장마와 태풍이 잇따라 발생하며, 벼가 모두 물에 잠기거나 쓰러지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됐었다. 다행히 키가 짧아 잘 쓰러지지 않는 예찬의 피해는 적었지만, 삼광벼의 피해는 의외로 곳곳에서 나타났다.

덕삼리 최정현 이장이 콤바인으로 베고, 탈곡한 벼를 농협에 수매할 통에 담으면, 이를 김하진 씨와 최정현 이장의 아내가 담는 것을 확인한다. ⓒ지나영
덕삼리 최정현 이장이 콤바인으로 베고, 탈곡한 벼를 농협에 수매할 통에 담으면, 이를 김하진 씨와 최정현 이장의 아내가 담는 것을 확인한다. ⓒ지나영

지난 9월 20일 정미면 수당리에서 한 농가는 수확을 앞두고 많은 비에 삼광벼가 쓰러지는 일을 겪었다. 해당 농가는 재해보험을 가입해 손실액의 38%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사실상 전체 농사 수익의 절반도 못 받은 셈이다.

정미면 수당리 정재현 이장은 “삼광은 예찬에 비해 도복이 심한데, 이삭이 영글면서 무거우니까 많은 비가 내리면 피해를 입는다. 수당리에 한 농가 역시 수확을 앞두고 거센 비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재해보험에 가입하고, 면에 피해신고도 해서 보상은 받겠지만, 실상은 전체 수익의 절반 수준”이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이처럼 농가는 일기 예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아무래도 비가 많이 내리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도복에 약한 농작물은 쉽게 망가지기 일쑤이고, 추수 때에는 논과 밭에 나갈 엄두를 낼 수 없다.

이 때문에 농업인들은 농작물을 기를 때에도, 추수 때에도 날씨가 궂으면 농촌의 일손은 그저 맑은 하늘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굵은 빗줄기가 내린 19일, 이날도 당진의 농업인들은 가장 바쁜 계절인 가을이지만, 비를 맞는 작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재현 이장은 “날씨에 따른 어려움이 가장 크고, 아무래도 농업은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올해 작황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동안 농자재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오르고, 품삯도 비싸져서 농가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많은데, 내년에는 농자재 가격이 좀 안정화되고, 지원책도 마련되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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