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호천웅
수필가, 전 kbs 기자

솔샘 호천웅
솔샘 호천웅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위상도 많이 높아졌고, 살기도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기분도 먀냥 좋아진 나라였습니다. 솔샘도 올림픽 주최 도시의 주관 방송사인 KBS의 서울 시청 출입기자로서 나름 올림픽에 참여했고, 기여도 했습니다. 그래서 보람도 느꼈고 호사도 누렸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다음해인 1989년에 승진해서 부장이 됐습니다. 보도본부 통일문제연구소의 방송부장이 됐습니다. 그래서 방송 제작의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산주의에 대한 나름의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칼 마르크스와 친구 엥겔스의 생활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칼 마르크스의 절친인 엥겔스의 아버지가 출판사 사장으로 자본가 출신이며, 노동자 계급을 내세우는 칼 마르크스는 한 번도 육체 노동에 종사한 일이 없다는 이야기 등은 묘한 느낌으로 전해졌습니다. 막스 웨버 얘기도 읽었고, 구 소련의 개혁과 개방을 일컫는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토로이카(Perestroika)와 그라스노스트(Glasnost)가 불가피했던 공산주의의 역사적인 배경도 좀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소련의 개혁·개방이 동유럽 공산사회에 미친 파장도 들여야 봤습니다. 

이 시절 한국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북한 주체사상에 대한 인기가 꽤 높아서 고르바쵸프가 아니었다면 노태우 정권이 임기를 채우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도쿄와 파리 등 해외 특파원들에게 부탁해서 북한 관련 비디오와 책자 등을 구매해 북한 연구의 기초 자료로 삼았습니다. 금새 적지 않은 양의 자료들이 모아졌습니다. 공산주의를 대하면서 첫 번 째로 놀란 것이 공산주의 선전문구였습니다.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한다” 저들이 자랑하는 유토피아의 세상을 내세우는 멋진 문구였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게 바로 유토피아이고 천국이 아니겠는가?

날바다의 철학과 남북의 창 제작

방송부장의 첫 번째 일이 거의 금기시 돼왔던 북한문제를 다루는 새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방송가에서는 북한의 꽃이란 이유로 진달래 꽃 이야기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기존 프로그램으로는 ‘주간 북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내외통신 등의 안기부 발간물을 토대로 기자가 쓴 기사를 아나운서가 읽는 것이 거의 다였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새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남북의 창’으로 정해졌습니다. 방송총본부장의 일을 맡으신 박성범 선배께서 직접 챙겨주시고 살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북한 관련 자료 더미에 갇혀 고심을 거듭하던 어느 날 북한 비디오를 시청하다가 ‘날바다’란 말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여러차례 되풀이 해 틀어봤습니다. “그래 이거다.” 아무리 믿지 않는 시청자라도 북한 말로 전하는 북한 비디오는 믿을 게 아닌가? 그러면서 사색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중국의 역사학자 사마천이 생각났고, 사실과 진실만을 역사에 올렸던 그의 역사서 史記를 생각했습니다.

그래,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실대로 알려주자! 그 진실을 보도한다! 이것이 새 프로그램인 ‘남북의 창’의 제작 원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에 따른 제작과 방송이 이뤄졌습니다. 예쁜 북한 여가수의 멋진 북한 노래가 남한 사회에 울려 퍼졌고, 병충해 방제에 도움이 된다는 북한의 오리 농법도 소개되는 등 제작 원칙에 충실한 남북의 창으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남북의 창은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유럽, 부다페스트와 와르사바에서 본 공산주의의 실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실태를 보도하려면 가능한 그 나라들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성범 본부장의 뜻에 따라 솔샘을 중심으로 한 취재진이 동유럽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먼저 헝가리 부다페스트였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올림픽 기념 배지를 나눠주자 무척 좋아하면서 묻지도 않는 북한 지도자들의 배지를 싫어한다는 반응을 나타내 보이고는 했습니다. 어! 북한은 저들의 우호국이어야 하는데? 

호텔 구내식당에서의 일입니다. 식사시간에 맞춰 식당에 취재진이 들어서도 안내양들은 멀건히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몇 차례인가 같은 상황이 반복된 후에 주문을 받는 안내양에게 1달러의 팁을 주었습니다. 그 뒤로는 취재진이 식당에 들어서면 안내양들이 앞 다퉈 다가오고는 했습니다. 1달러의 팁 앞에서 능력껏 일한다는 원칙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폴란드의 포즈난이란 도시에서 그 나라가 자랑하는 설탕공장을 취재했습니다. 모든 기계설비가 자동화된 큰 공장이었습니다. 커다란 기계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 그 기계 사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으며 마냥 놀고 편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솔샘은 자동화된 기계도 게으르게 느껴졌습니다. 능력껏 일한다는 원칙이 무너지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집단 농장과 배추 한 포기

공산주의 생산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가 농촌의 집단 농장입니다. 집단 농장을 둘러본 사람들의 글을 읽어 보면 공동 경작하는 현장에서 쉽게 드러나는 것이 인간의 게으른 본성과 이기주의 그리고 그 결과로 드러나는 절대적인 생산량의 감소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배추 농장에서 공동 경작지에서 생산되는 배추는 참외나 토마토만 한데 농민들의 사택 앞에 주어진 개인 경작 농지에서 재배한 배추는 수박만 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농민들의 돌보기와 정성의 차이가 빚어내는 결과라고 합니다.  

북한 길가에서 쳐다본 옥수수 농사의 실태

방송사 후배들이 활발한 유투버로 활동하시는 이석희 선배님을 장호원 농가주택으로 찾아 뵌 자리였습니다. 솔샘이 공산사회 집단 농장 얘기를 하자 KBS 남북교류협력국장을 지내며 여러차례 북한을 찾았던 심의표 회장이 맞받았습니다. 

“그런 사례는 북한 일반 주민들도 받아들이는 얘깁니다. 차타고 지나면서 봐도 공동 경작하는 농지의 옥수수는 열매가 맺지 못할 정도로 성장이 부실한데 농가주택 앞의 옥수수는 아주 튼실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농민들은 공동경장지에서 일하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집에 가서 해결하라고 말한다고 했습니다”
  
공산주의와 굶어 죽는 사람들 

얼마전 북한 풍요의 땅 개성 일대에서 식량이 모자라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BBC 방송에서도 이웃 사람이 식량이 모자라 굶어 죽었다는 북한 주민의 인터뷰를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 특히 북한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이는 엄연한 현실이며 공산주의가 빚고 있는 진실의 결과입니다. 솔샘은 최근에 유투브에서 유익한 두개의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하나는 한경직 목사님의 “기독교와 공산주의”란 설교 말씀이고, 또 하나는 김용삼 기자의 “이것이 진짜 6.25다” 라는 리포트였습니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 등의 지도자, 선교사와 목사님 등 믿음의 선구자들을 통한 은혜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우리나라가 아슬아슬하게 붉은 공산주의 사회 그리고 굶어 죽는 북한의 주체 통치를 면하게 됐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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