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루시민학교 장경순 학생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던 그 순간에 공부는 내 인생을 바꿔줬어요. 나도 모르게 이 운명에 이끌려 살고 있네요”

해나루시민학교 장경순 학생회장(65). ⓒ지나영
해나루시민학교 장경순 학생회장(65).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해나루시민학교 장경순 학생(65)이 지난 10월 충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충남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았다. 공부를 시작하고 2년여만에 얻은 결실이었던 만큼 장경순 학생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으로 가득했다. 

장경순 학생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연이 있다. 2년여전 장경순 씨의 남편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듬해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자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슬픈 일을 한꺼번에 맞닥뜨리며 충격을 받은 장경순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남편은 간암으로 죽고, 이듬해에 딸도 세상을 떠났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충격으로 나도 우울증을 겪어야 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만 살았어요. 그렇게 산 사람이 아닌 듯 지내니까, 나를 옆에서 보살펴주던 친구들이 뭐라도 해보라며 해나루시민학교를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못다한 공부를 하며, 시간을 이겨내자는 생각으로 학교에 입학했죠”

결국,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장경순 학생은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어렵게 해나루시민학교에 발걸음을 옮겼던 그때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하나씩 배우는 재미에 힘들고 아팠던 상처를 가슴에 고이 접을 수 있었던 장경순 학생. 

“시아버지가 살아생전 사람은 꼭 배워야 한다며, 독학을 해서라도 배움의 끈을 놓지 말라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저도 배우지 못한게 은근히 한이었는데..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죠. 다행히 공부는 저에게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줬고, 저는 다시 웃을 수 있게 됐습니다”

얼굴에 환한 미소로 가득한 장경순 학생은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했다. 바로 시를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글에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고, 나이가 더 들어서도 손만 있으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생을 시를 쓰며 살고 싶다는 장경순 학생.

“시화전을 준비하며 많이 행복했어요. 2년 전에 저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거겠죠. 그만큼 공부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요. 그래서 앞으로 시인처럼 시를 쓰고, 때로는 화가처럼 그림을 그리며 비록 몸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열다섯살처럼 살고 싶어요. 지난 아픔은 가슴에 담고, 스스로 위로하며 나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배움의 길을 향해 걷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당진 #당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