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논란..정작 학생들은 “곪아서 터진 것”
학교 폭력 논란..정작 학생들은 “곪아서 터진 것”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2.09.17 19:00
  • 호수 142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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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도 반항하면 ‘분위기 망치는 애’ 낙인 찍기
형식적인 예방 교육에, 미온적인 학교 대처도 문제
“강제 전학이 높은 처분..피해 학생은 평생 트라우마”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지난 5일 언론을 통해 당진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영상이 공개되며 지역이 시끌시끌하다. 

영상에서는 당진의 한 고등학교 학생 두 명이 또래 학생들에게 강제로 복싱 스파링을 강요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학폭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은 “더러운 복싱 해봐, 반칙 다 써도 돼”라며 싸움을 부추겼다.

다음 영상에서도 충격적인 상황은 이어졌다. 피해 학생은 밧줄에 묶인 채 하천 물속으로 향했고, 한 학생이 “앞에 바닥이 다 보이니까 그냥 가라고”라며 다그쳤다. 결국, 물에 빠진 학생은 버둥댔지만,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웃으며 “쫄지마, 쪼니까 안되는 거야”라며 조롱했다.

영상을 접한 시민들은 “어리다고 봐주는 정책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이 성인 되면 개선되고, 착해진다는 것을 믿으면 안된다. 잘못했으면 그에 맞는 처벌을 해야 한다”, “마음 놓고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나, 학부모로서 속상하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미 진행돼온 학교 폭력
“형식적인 처벌 정책서 벗어나야”

이처럼 학교 폭력 영상으로 지역사회가 시끄럽지만, 정작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은 “이미 학교 폭력은 벌어지고 있었고,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번 사건은 곪아서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졸업생 A씨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SNS에 저격성 발언을 올리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영상을 올리며 비아냥대는 일도 허다했다”면서 “그걸 본 다른 친구들은 동조하며 같이 웃었고, 학교는 폭력을 방관했다. 이번에 학교 폭력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벌어지고 있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진의 현 재학생들 역시 대부분 친구에게 싸움을 붙여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고, 조롱하는 일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만연하게 퍼져있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괴롭힘을 당해서 싫다는 의사 표현을 오히려 ‘분위기 망치는 애’라고 낙인 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구와의 장난이 어디까지이고, 학교 폭력은 어디서부터인지에 대한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B학생은 “애들끼리 싸움을 붙여서 영상을 찍고, 그걸 보면서 웃는 모습을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면서도 “싸움을 강요받는 애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따돌림이나 다른 괴롭힘을 당할까봐 억지로 하면서 웃는 경우도 있다. 결국, 애들이 웃고 있으니까, 제3자의 입장에서 학교 폭력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으니까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학생은 “맞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 학생이 그만하라거나 화를 내면, 가해 학생이 피해학생을 분위기를 망치는 이상한 애로 몰아간다”면서 “그러면 당한 학생들은 ‘내가 예민한건가’하는 생각으로 폭력을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괴롭힘이 힘들어서 신고를 하고 싶어도 보복이 무서워서 그냥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참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거나, 간혹 주위 친구들의 도움으로 폭력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복이 무서워 신고를 망설이거나,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로 사고를 크게 키우는 일도 발생하고 있었다.

B학생은 “학교 폭력을 당하던 한 학생이 용기를 내서 선생님에게 말했지만, 정작 선생님은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참으라는 식으로 무마시켰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분명 오랫동안 참고 신고를 했을 텐데 선생님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친구는 괴롭힘을 계속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D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복싱을 연습하는 애들도 있는데, 이번 학교 폭력 영상에서 가해 학생은 이미 복싱을 배웠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만큼 그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이미 문제의 여지가 보여졌었을 것”이라며 “지금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사전에 해당 학생에 대한 선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제대로 된 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상담을 통해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것과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 수위를 두고 형식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 수위를 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학생은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 발생해도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는 느낌을 늘 받았다”면서 “학교 폭력이 발생해서 높은 수위의 처분에 해당하는 강제 전학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떨어뜨릴 필요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해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켰다고 학교 폭력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D학생 역시 “강제 전학을 당한 학생은 오히려 전학을 간 학교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강제 전학이 가해 학생에게 잘못을 알려주는 처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학교에서 학교 폭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일한 내용이고, 교육 시간에 선생님들도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는 형식적인 말만 하고 끝낸다. 이것이 과연 예방 교육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C학생은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내리는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분은 형식적”이라며 “웬만한 애들은 폭력이 나쁜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만큼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학생들도 가해자의 처벌이 약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만큼 교육 전문가와 학부모들은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남의 한 교육 전문가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거나, 생활기록부에 한 줄 남기는 것을 높은 처분으로 보고 있다. 정작 피해 학생은 평생 폭력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라며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피해 학생이 당한 만큼의 아픔을 가해 학생도 철저하게 당해야 한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학교 폭력을 저지르면 이후에 감당해야 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심어줘야 한다.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원론적인 정책보다 실제 사례를 통한 교육과 처분이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학생 인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교권과 인권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가 아닌, 정상적으로 회복을 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동원 당진시 초·중·고 운영위원장협의회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아이들의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면서 “학교 폭력이 초기에 발생하면, 가해 학생이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무서움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리더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는 태도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