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南松) 채규선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남송(南松) 채규선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당진신문=허미르 수습기자] 널찍한 한지 위에 먹으로 글자를 80년가량 적은 남송(南松) 채규선의 개인전 ‘游於藝(유어예):예와 노닐다’가 6월 17일부터 7월 1일까지 당진문예의전당 전시관에서 열린다. 7월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양하게 수놓아져 있는 100여점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유어예(游於藝)는 선비들이 배워야 할 여섯 가지의 일로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육예를 가리킨다. 

전시회에는 널찍한 한자 위에 적혀 있는 글도 있고, 병풍과 액자에 있는 작품도 걸려있다. 이 중 단연 눈에 띤 작품은 병풍 위에 7천자가량 한자가 메워져 있는 ‘금강반아바라밀경’ 10폭 병풍이다. 

1층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벽면에 있는 병풍은 거대하고, 위압감이 느껴진다. 한자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작은 한자들이 모여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복’이라는 작품은 복복(福)자와 목숨수(壽)자를 예서와 전서를 섞어서 쓴 것인데 한자가 마치 그림 같고, 각자의 개성을 뽐내려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채규선 작가는 12살 해방 때 무렵 붓을 잡기 시작해, 19살 때는 선비들과 함께 붓을 들고 글을 써 내렸다. 그것이 벌써 약 80년 전이다. 

채규선 작가는 집안 곳곳에 붓과 먹을 두고 글을 써내렸다. 대작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다작을 해서라고 할 정도로 부엌에서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채규선 작가는 “글에 대한 욕심이 매우 크고, 인정받지 못할까 하는 것이 가장 겁이 난다”며 “나는 부끄럽지 않도록 작품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쓴다”고 말했다.

이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얘기가 있다. 사람을 평가할 적에 생김새, 말씨, 문장력, 판단력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며, 그래서 내가 인정을 받으려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요즘같이 세상이 시끄러울 때 사람들이 글을 썼으면 좋겠다. 글을 바르게 쓰면 다들 마음이 바래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삭막한 세상에 각성할 수 있는 글, 세상에 경계가 될 글을 쓰는 것을 희망한다”며 “앞으로 남은 여생 동안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인재가 나오도록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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