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사망사고 잇따라 발생
압수수색, 관련자 입건 등 뒤숭숭

사진 왼쪽부터 사고 직전 재해자 작업상황(CCTV 화면 캡쳐)과 사고현장. 용융아연이 담긴 POT(좌)와 작업공간(우) 사이에 추락을 방지할 아무런 방호조치들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제공=금속노조
사진 왼쪽부터 사고 직전 재해자 작업상황(CCTV 화면 캡쳐)과 사고현장. 용융아연이 담긴 POT(좌)와 작업공간(우) 사이에 추락을 방지할 아무런 방호조치들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제공=금속노조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사흘만인 5일 예산군에 위치한 현대제철 공장 금형 수리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진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렇듯 현대제철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대표이사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용부와 경찰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될 것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는 등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경찰과 합동으로 7일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서울사무소, 서울영업소, 현대기아차 사옥 서관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에 더해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당진공장 고로사업본부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 안전관리시스템의 뿌리에는 여전히 ‘이윤추가’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7일 발표한 사고조사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고를 산안법상의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전형적인 추락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사고 직전 재해자 작업상황(CCTV 화면 캡쳐)과 사고현장. 용융아연이 담긴 POT(좌)와 작업공간(우) 사이에 추락을 방지할 아무런 방호조치들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제공=금속노조
사진 왼쪽부터 사고 직전 재해자 작업상황(CCTV 화면 캡쳐)과 사고현장. 용융아연이 담긴 POT(좌)와 작업공간(우) 사이에 추락을 방지할 아무런 방호조치들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 제공=금속노조

금속노조는 보고서를 통해 “증언과 영상으로 확인되는 재해자의 작업은 추락을 방지할 안전조치도 없는  상식 이하의 위험천만한 작업”이라며 “안전난간이 없는데다 비좁은 공간에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추락의 위험이 있는데, 재해자는 이 공간에서 POT의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다양한 도구를 힘주어 사용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관리상의 원인으로 △위험작업에 대한 작업감시자 미배치 △위험작업에 대한 단독작업 실시(2인1조 위반) △위험한 작업방식의 방치를 들었다. 구조적 원인으로는 △작업 매뉴얼 조차 없는 비정상 작업 △사라지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 △노동자의 안전보건관리 참여와 의견수렴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했다. 

특히, 과거 동일재해가 발생했음에도 방치된 사고공정은 더 큰 문제다.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사공정에서 2014년에 하청노동자가 발목까지 POT에 빠져 심각한 부상을 입고 퇴직한 바 있으며, 2018년에는 외주업체 노동자가 POT에 발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공정에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난간 등의 설치가 일부 추가됐다.  

2018년 유사공정에서 발생한 동일 재해 당시 페이스북 캡쳐. 제공=금속노조
2018년 유사공정에서 발생한 동일 재해 당시 페이스북 캡쳐. 제공=금속노조

그러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6개 유사공정 중 가장 열악한 상황으로 앞서 정상적인 안전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발방지와 안전경영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의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수사, 경영책임자의 산안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가 진행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며 “앞으로 안전관리시스템이 모든 노동자의 참여권 보장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반복되는 현대제철의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주장했다.

한편, 현대제철 ITC 자회사 사태 이후 수면 아래에 있던 현대제철과 비정규직지회와의 갈등이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0일과 11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과 당진시청앞에서 고용노동부와 현대제철을 규탄하는 ‘현대제철비정규직 총력 결의대회’를 갖고 분노를 표출했다.

11일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당진시청앞에서 고용노동부와 현대제철을 규탄하는 ‘현대제철비정규직 총력 결의대회’를 가졌다.
11일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당진시청앞에서 고용노동부와 현대제철을 규탄하는 ‘현대제철비정규직 총력 결의대회’를 가졌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당진제철소에서는 2007년 이후 30여 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중대재해는 19건, 사망한 노동자는 22명에 달한다.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제철은 불법파견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여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의 눈치만 보며 사실상 위법에 묵인하고 있다”며 “국가기관으로서 직무유기를 일삼는 고용노동부의 행태가 노사관계를 더욱더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법을 회피하는 현대제철과 위법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살인을 자행하는 공범”이라며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의 위법행위에 묵인, 방조할 것이 아니라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여 신속하게 조사하게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현대제철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안전과 인권은 도외시한 채 비정규직 노동자 죽이기를 자행하고 있다”며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을 분쇄해야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근했던 그 모습 그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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