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 보다 생명이 우선 인식전환 이뤄져야
노동자, 안전권리 감수성과 인식 능력 갖춰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현장. 사진=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현장. 사진=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27일 시행되면서, 잠시라도(?) 현장에서의 사망사고 감소를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 많은 대형 업체들이 1호 사업체가 되지 않기 위해 A건설업체의 경우 2달 간 공사자체를 중단한다는 말이 떠돌 정도였지만, 그 말도 이제는 무색해졌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업체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협력사에서 발생한 사고에 원청의 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의무를 이행하였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되지는 않는다.

HDC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이라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사망 사고는 계속 발생해 왔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처음 적용된 1호 사건은 1월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3명이 사망한 매몰사고다. 이후 2월 8일 발생한 판교 제2테크노벨리 업무·연구시설 신축현장에서 2명이 사망한 추락사 등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는 법

실제로 현대제철, 당진화력, 환영철강 등이 위치해 있는 당진시는 그동안 크고 작은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오면서 우려가 끊이지 았았던 것이 현실. 그렇다면 이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당진의 대표 기업으로 손꼽히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경우 사고 발생시 주목도가 높다보니 상당히 움추러든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나름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지난해에 안전 주임제를 시행해 현장 안전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직원을 배치했으며, 현장 안전 인력의 전문성 강화 및 인원 보강을 위해 퇴직자 재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외에 현재 안전보건 분야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한 조직을 신설, 기존 각 사업장 안전·보건 조직을 격상했다. 또한 전사업장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안전보건총괄’ 조직을 운영하고, 안전보건조직의 수장을 부사장급으로 격상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사가 함께하는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매월 노사합동 안전점검 실시, 현장에 필요한 안전시설물 점검 등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모든 사업의 활동영역에서 안전보건을 최우선에 두고 효과적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안전보건 교육훈련을 통해 임직원의 안전보건 역량을 강화하고, 전사적 참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진시 역시 1월 20일 자로 중대재해TF팀을 신설하고, 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 예방 교육을 검토하는 등 법 시행에 맞춰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진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시에서도 TF팀을 신설해서 지역 내 중대재해에 대한 종합계획을 세워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팀 신설 이후 지역에 중대재해 적용 기업을  파악 중이며, 이후 지역에 근로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 예방 교육 및 중대재해처벌법 홍보물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 노동자가 함께 변해야

“기업 입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를 원하고 바라는 곳이 어디 있겠나. 솔직히 대표이사 구속은 좀 과하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 나름 노동자 보호를 위해 철저한 안전 교육 및 안전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노동자의 안전 수칙 미준수로 인한 사고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진지역 업체 관계자

현재 기업들의 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갖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사고예방을 위한 자금을 투입한다 해도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그 빛을 발한다는 것. 그러나 노동자들 입장은 다르다. 형식적인 안전 교육과 노동자를 대하는 기업의 본질적인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진 지역 기업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끊임없는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고 금액을 떠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동자들의 안전 사항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반영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시 외부에서 ‘돈이 많이 들어 안전에 소홀했다’는 지적에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와 비정규직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당진에서 발생한 상당수의 사망사고들이 정규직보다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치우쳐 있다.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 관계자는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위험한 현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사고 발생시 노동자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는 사고 책임자는 없이 위험에 처한 노동자만 남는다”면서 “실제 현장안전의 책임이 있는 고용주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일부 현장에서 안전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사실 근로기준법도 안 지키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겼다고 기업들이 제대로 지킬지는 의문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의 인식전환이다”라며 “정말 현장에서 발생되는 사고를 없애기 위해서는 예산을 투입해서 위험이 발생되는 것들에 대한 사전 점검 조치와 는 물론 강력한 처벌 및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는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것이지, 목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돈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물론 이에 발 맞춰 노동자 스스로도 안전권리 감수성과 인식 등 중대재해에 대응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Q&A <출처=고용노동부>

Q.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는 무조건 처벌되는가?

경영책임자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책임자가 처벌되지 않는다.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사업장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통제·대체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하고, 종사자가 작업계획서에 따라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작업을 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의 구축부터 이행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직·인력 등을 형식적으로 갖추는 것만으로 해당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Q.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이 법상 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실수나 안전수칙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형사 처벌을 받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를 다했다면 의무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반복되는 근로자의 실수나 안전수칙 위반 등을 방치·묵인하는 것은 위험관리 및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및 이행상의 결함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발견된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령에 따른 안전수칙과 표준작업절차에 따라 작업이 수행되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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