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희생과 사랑을 노래한 ‘김소월’
[오피니언] 희생과 사랑을 노래한 ‘김소월’
  • 당진신문
  • 승인 2022.01.14 18:58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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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 수필가/전 교육공무원

인생 칠십 고래희(古來稀)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다. 요즈음 시골의 칠십 노인은 논밭에서 일하는 농사꾼이고, 도심의 경로당에서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명이 82세라니 이제는 70세가 넘어도 노인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하기만 하다. 

연금을 받는 나이부터 혹은 정년퇴직을 한 나이부터와 같은 구분 방식은 아무런 신뢰성이 없는 것 같다. 인간의 노화 정도는 사실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누구에게도 들어맞고, 또 주관과 객관이 일치하는 구분으로 “받는 것을 요구하게 된 사람”을 나이에 관계없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타당할 것 같다.

인간이 어렸을 때에는 우선 남에게서 받는 것을 시작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젖을 물려 주고, 포대기로 업어 주고, 학교에 갈 무렵이면 책가방을 사 주고 도시락도 싸 주는 등 그처럼 아이는 받기만 한다. 그러다가 그 아이는 어느새 독립하여 남에게 주는 쪽에 서게 된다. 

처자를 부양하고 아이를 교육시키고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며 돌보게 된다. 그리하여 수십 년이 지나면 자신은 늙어가고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주는 쪽에서 받는 쪽의 입장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인간은 받고 주는 순서와 절차를 거치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늙어서 노인 대접을 받게 된다.

인생을 잘 다스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한의 사랑을 선물했던 사람들을 살펴보면 인생에 공통분모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역경과 좌절이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공자님, 부처님, 예수님에서부터 시작된 이 계보는 영원하다. 베토벤, 고흐와 같이 유명한 예술가 역시 마찬가지다.  「성냥팔이 소녀」의 안데르센도 지독한 가난과 궁핍,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자양분으로 삼아 자신의 작품을 창조한 위대한 작가다. 

아무래도 대표적인 인물은 부처인 듯하다. 부처는 왕자로 태어났지만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걸인과 같은 행색으로 고통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우리의 옛 어른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더 엄하게 키웠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명언을 남겨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과 누군가가 사랑을 나누어 줄 때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오늘 누군가가 사랑을 나누어 줄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면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사랑을 준비하자  사랑의 방은 그 크기가 없다. 사랑이 없다면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로 시작해서 「진달래꽃」으로 마감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삶은 없을 것 같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언어로 쓰인 것이지만 그것을 읽으면 마음속에는 가락이 흐르고 그 가락을 타고 강물 위를 떠다닌다. 강물은 아픈 사람의 눈물이기도 하고 뜨거운 열정의 핏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아무 곳이나 흐르는 그런 강가에 작은 오두막이 하나 지어져 있고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아이의 기다림은 반짝이는 금모래 빛으로 빛나고, 갈잎은 아이의 마음을 달래 준다. 

그의 시는 「산유화」 「못 잊어」 「금잔디」 「접동새」 등도 있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작품은 「엄마야 누나야」와 「진달래꽃」 같아 보인다. 어찌 보면 두 편의 시가 인생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진달래꽃은 자기 희생을 통한 헌신적 사랑과 한을 뜨거운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여인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월은 하얀 달이라는 뜻이다. 하얀 것은 모든 색이 모여 있는 색이다. 소월은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붉고, 푸르고, 노랗고 한 모든 빛깔의 정서를 모아서 시를 쓴 것 같다. 엄마야 누나야 하고 읽으면 왠지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것은 노래가 되어버린 시이다. 소월은 부유하게 태어났으나 일본인들의 행패로 아버지는 폐인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 대학을 중퇴하고 시를 쓰면서 짧은 인생을 조국의 산천을 떠돌아다니면서 어디 하나 정 붙이지 못하고 살았다. 그 번민과 한스러운 마음은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월의 시에서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사나워지는 마음을 다스리고,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우리의 정서를 환기시켜 준다. 그의 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쓰고 가장 쉽게 하는 그런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