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 수필가, 전 교육공무원

[당진신문=김종범]

시냇가 양지바른 곳에서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꽃이 만개하면서 진달래, 민들레, 목련 등 온갖 꽃들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던 계절 사월이 지나고 오월로 접어들었다. 오월은 각종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대부분 가족 관계로 얽힌 기념일이어서 오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가정에서 가족들간의 예절 중에 효 교육을 으뜸으로 여겼다.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가정교육으로 중히 여겼던 효(孝)란 무슨 뜻인가? 상형문자인 한자 「孝」의 글자 모양을 보면 아들이 늙은 어버이를 업고 있는 형상이다.

효(孝)는 부모님을 극진히 섬기면서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을 뜻한다. 공자님은 효를 백행의 근본이라고 했다. 효는 모든 덕(德)의 근본이자 인간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주시면서 그 계명을 지키는 자는 모든 일의 형통함과 장수를 약속하셨다. 

옛날 중국 진나라 무왕 때의 이야기다. 무왕은 덕망 있고 학식이 깊은 「이밀」이라는 신하를 매우 아껴서 높은 관직을 내렸다. 하지만 「이밀」은 이를 거절하고 관직에서 물러났다. 무왕은 나라를 다스리는데 「이밀」이 반드시 필요했고, 관직에 다시 나올 것을 청했다. 

하지만 「이밀」은 늙은 어머니를 모셔야 했기 때문에 벼슬을 거절했다. 무왕은 두 번이나 관직을 내렸지만 이를 거절한 「이밀」에게 화를 냈다. 그러자 「이밀」은 “사람이 아닌 까마귀 새끼도 다 자라면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며 키워준 은혜에 보답한다”라고 말하며 노모를 모시기 위해 관직을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다. 무왕은 「이밀」의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감탄하고 오히려 「이밀」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이 같은 역사적인 유래로 까마귀를 반포조(反哺鳥)라고 불렀다. 반포지효(反哺之孝)는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며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후에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효성(孝誠-마음을 다하여 부모님을 섬기는 정성)을 이르는 말이다. 

필자도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올해 아흔 두 살이시다. 위 고사에 나오는 「이밀」의 효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체가 불편하시고 치매증세가 있으신 노모를 모시고 있다. 어머님 모시는 데 안식구가 고생을 많이 하지만 필자 역시 어머님 건사하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형제들 중에는 요양시설에 모시자고도 한다. 

6남매 중 장남인 필자는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그 옛날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노후에는 내가 모셔야겠다는 결의를 다져왔다. 6,70년대 보릿고개를 겪으며 트로트 가사처럼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배를 채우던 시절, 남다르게 많은 자식들을 키우며 가르치기 위해 고생하시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젖어든다. 그렇게 고생하시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그 은혜를 생각하면서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  

며칠전에 아버님 기일(忌日-제삿날) 이었다. 동생들이 예년처럼 모두 참석할 거라는 생각에 시장을 보고 손님치레 준비를 했다. 제사 전 날 천안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뜻밖에 코로나 때문에 제삿날 모두 참석 못한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오랜만에 어머님도 뵐 겸 다녀가는 것이 도리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일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기일에 모두 모여 제례가 끝나면 식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고 매제들과 술 한 잔 하면서 살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래서 기다림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장을 보고 제사 준비를 했는데 아쉬운 생각이었다. 

코로나 역병으로 인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가야할 곳을 가지 못하고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은 물론 삶의 패턴과 풍습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역병이 아무리 기승을 부리고 인간의 삶을 어렵게 하더라도 하늘의 도리로 맺어진 천륜을 역행하는 것은 인간의 올바른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낳아주고 길러주시고 가르쳐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까마귀도 어미의 은혜에 보답한다는데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는 만물의 영장이고 이성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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