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 16번째 주인공 ‘정금숙’ 씨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첫째지만 어렸을 때부터 까불이었다며 개구지게 웃고 있는 정금숙 씨(51)
첫째지만 어렸을 때부터 까불이었다며 개구지게 웃고 있는 정금숙 씨(51)

“그냥 반찬 아까워서 가져다드린 게 다예요, 별로 칭찬할 것도 없는데 나를 왜 추천해줬는가 모르겄어요~”

쩌렁쩌렁한 목소리, 유쾌한 웃음소리로 인사하는 칭찬릴레이 16번째 주인공은 전남 광양에서 왔다는 정금숙씨(51)다. 어르신의 반찬을 챙겨드리냐고 묻자 금숙 씨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스스로를 그냥 오지랖 넓은 ‘참견쟁이’라고 설명했다.

금숙 씨가 어르신들에게 가져다드리는 반찬은 채운동에 소재하고 있는 ‘당진쌀밥도시락’에서 만들어지는 반찬이다. 당일 판매되지 못한 반찬은 버려진다기에 형편이 어려운 어른들에게 가져다드리면 안되냐고 물었고 그때부터 그녀의 반찬 배달이 시작됐다.

“아깝잖아요. 매일 매일 새로운 반찬과 국을 만드는데 그날 다 판매되지 못하면 버려야 하고. 근데 주변에 적당한 찬도 없이 밥 드시는 어르신이 참 많거든요. 그냥 물에 말아 드시고.. 사실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드리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지고 남은 반찬을 가져다드리는 게 다라서 솔직히 부끄러워요”

가사간병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금숙 씨가 하는 일은 반찬 배달뿐만 아니다. 소일거리로 일하는 어르신의 용돈 마련도 그녀가 나선다.

“어르신 중에 농작물 팔아서 용돈 버는 분들이 있어요. 하루 종일 앉아서 작물을 다듬고 해도 이게 중간 상인한테 팔면 돈이 적어요. 그래서 제가 아는 사람 여기저기 동원해서 감자며, 쪽파며 직접 팔아드리고 배달도 해주고 그래요”

금숙 씨는 바깥일은 척척이지만 집안일은 등한시해 가족들의 핀잔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녀는 곤란하고 어려운 분들을 나서서 도와주는 일이 즐거워 그만 둘 수 없다. 걸음이 불편한 어르신을 보면 걸음보조기를 직접 구매해줘야 마음이 편하고 주변 지인이 어려워하는 일은 나서서 알아봐줘야 한다.   

“원래 태어난 게 이래요. 몰라면 몰랐지 알고서는 못 넘어가겠어요. 어려워하는 게 보이니까 나서서 해결해주고 싶어요. 사실 걸음보조기도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데 어르신들은 돈을 제일 무서워하니까, 그냥 헐값에 구해왔다고 그러죠”

누군가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해결사처럼 나타나 주변으로부터 해결사라고 불리는 금숙 씨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다. 바로 유영진 씨(56)의 어머니를 찾아드리는 일이다.

“지금 제가 맡아 돌보는 분이신데 이 분이 지금껏 혼자 살아오셨어요. 아버지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시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중학교 때인가 서울 공장으로 가서 일하고 그랬대요. 그 후로 누나랑은 몇 번 보고 그랬는데 어머니는 연락도 없고 그때 그렇게 헤어지고 아직까지 어머니를 본 적도 소식을 들은 적도 없대요. 누나는 7년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서 이 분 곁에는 가족이 아무도 없거든요. 그렇게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데 제가 어떻게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금숙 씨는 오랜 시간 그리움으로 지내온 유영진 씨가 어머니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