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그림책 한권의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당진문예의전당을 찾았다가‘그림책활동 전시회’를 돌아보던 중 아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요구르트를 참 소중하다는 듯이 두 손을 모아 빨고 있는 할머니의 표정이 참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제목이 뭘까 살펴보니 장수탕 선녀님! 마침 집 근처 어린이집에서 어렵지 않게 책을 구해 책표지를 다시금 살펴보는데 할머니가 눈을 위로 치켜뜨고 요구르트 맛을 음미하는 듯 한 표정에 다시 한 번 슬며시 웃음이 나 냉장고 속 마침 하나 남은 요구르트 한 병 꺼내 빨대 꽂아 쪽 빨아보며 표정을 따라해봅니다.

덕지라는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동네 아주 오래된 목욕탕을 찾았습니다. 어른 4000원, 미취학아동 3,500원. 큰길가에 새로 생긴 목욕탕은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도 있고, 게임방도 있지만 덕지 엄마는 어김없이 장수탕으로 향합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엄마의 굳은 의지가 그림 속 표정에 잘도 드러나 있습니다.

덕지는 이런 엄마가 참 못마땅하지만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요구르트를 하나 사주니까 그 맛에 떼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덕지는 좋아하는 냉탕에서 풍덩풍덩 발 딛고 개헤엄도 치고, 국가대표 수영선수를 흉내도 내고, 인형을 태운 바가지를 침몰시키기도 하며 혼자 노는데 엄마는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감기 걸리면 모른다’며 경고 만 합니다.

그때 자신이 선녀라며 덕지 앞에 나타난 할머니.‘선녀와 나뭇꾼’이야기를 들려주며 날개옷을 잃어버려 이 목욕탕에서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혼자 놀던 덕지에게 선녀할머니는 폭포수 아래서 버티기, 바가지 타고 물장구치기, 꼬로록 꼬로록 탕 속에서 숨 참기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놀이를 마치고 할머니가 덕지에게 묻습니다.

“저게 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요구르트요.”

“요, 요구룽?”

덕지는 할머니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해놓고 때를 빨리 불리려고 뜨거운 탕에 기꺼이 들어가 견딥니다. 엄마가 때를 밀 때는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습니다. 그렇게 엄마로부터 받은 보상 요구르트 한 개를 할머니께 드립니다. 목이 말랐지만 참았습니다. 다음에 또 할머니랑 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엄마의 경고대로 냉탕에서 오랫동안 놀아 감기가 걸렸지만 그날 밤 덕지 방에 찾아 온 선녀할머니가 ‘덕지야, 요구룽 고맙다. 얼른 나아라’하며 머리를 만져줍니다. 다음 날 아침 덕지는 거짓말처럼 감기가 싹 나았습니다.

하기 싫은 목욕탕에서 때 밀기를 버티게 하는 소중한 보상 요구르트 한 병을 목이 말라도 참고 지금까지 요구르트 한 병 마셔보지 못한 할머니께 드려 고마움을 표현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예쁘고 순수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그 따뜻한 아이의 마음을 아픈 아이를 찾아가 돌려주는 선녀할머니.

짧지만 적잖은 감동이 밀려옵니다. 자꾸만 스러져가는 동심이 되살아납니다. 할머니의 축 늘어진 볼 살과 두둑한 뱃살. 포근한 내 할머니의 모습에 정감이 넘칩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내 할머니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가슴이 푸근해집니다.

‘새해에는 책을 많이 읽어야지’누구나 한번 쯤 다짐합니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독서라는 것, 새로운 책을 꼭 사야하는 것 아니고, 정치 경제 경영 언론 같은 그럴듯한 분야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그저 소소한 그림책 하나 펼쳐들어 읽어보아도 그 어떤 전문분야의 거창한 책을 읽은 것 못지않은 감동과 교훈이 있습니다. 새해 다짐한 독서, 어렵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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