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에 2일 해질녘 들어서니 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형상화 한 시를 담은 비가 지는 노을에 그윽히 반사되어 눈에 들어옵니다.


왜목마을에 해가 뜬다(이근배)

내 나라의 해는 모두/여기 와서 뜨고/여기 와서 진다/하늘이 가장 크고/가장 아름다운 해를 빚어 올린/고운 아침의 나라/바다가 금빛 물살로/가슴을 활짝 열고/산이 푸른 이마로/오색구름 피워 올리는 곳/여기 왜목마을에 와서/백두대간의 해는 뜨고 진다/저 백제, 신라의 찬란한 문화/뱃길 열어 꽃피우던 당진/역사 일으킨 큰 자취 숨결 높고/두루미떼 날아들어 둥지를 트는/땅 기름지고 물 향기로운 내 고장/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우리들의 사랑 눈 시리게/발돋움하고 서 있나니/우리 모두 손잡고 나와/떠오르는 아침 해에 꿈을 심자/수평선 넘는 해에 그리움을 묻자/산과 물이 하나 되는/영원한 평화 영원한 아침을 노래하자/두루미의 날갯짓으로/훨훨 날아오르자


시를 가만히 읊조리고 있다 보니 당진 출신 이근배 시인의 고향을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이곳의 자랑스러웠던 역사와 문화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해질녘이라 점점 손이 시려지는데도 가족단위 갯벌체험은 이어지고, 주말을 맞아 캠핑을 사랑하는 몇몇 가족들도 뚝딱뚝딱 텐트 치는 일에 흥에 겨워 기저귀 찬 아기까지 동참합니다.

“우리 가족이 캠핑을 워낙 좋아해서요. 큰아이 학교 마치자마자 준비해서 내려왔지요. 자가발전기가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가능합니다.”

추운데, 전기 공급이 안 될 텐데 염려하며 질문을 하니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아주머니가 남편을 도와 아이들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텐트 치면서 ‘염려 붙들어 매라’ 답해줍니다. 밤이 늦도록 별도 세고,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겠구나. ‘부럽다‘ 혼잣말을 하면서,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에 옷깃 여며 가면서 선착장을 향하는 길. 낚시 사랑꾼들은 등판 사진 찍히는 줄도 모르고 낚싯대 붙들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다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렇게 선착장을 돌아 나오니 끼룩끼룩 갈매기 떼 흥분해서 날아 몰려드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가공식품 새우깡을 날려대는 아빠와 아들에게 낚여 모처럼 만의 외식에 동참한 갈매기들은 자장면, 피자, 치킨을 대하는 요즘 아이들과 어쩌면 그리도 똑같습니다.

“오늘 저녁 바지락 넣고 국 끓여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겠어요.”

당진시내에서 바람도 쐬고, 아이들과 갯벌체험도 하고, 국거리도 마련하고 1석 3조의 효과를 누리며 차가운 물에 조개를 씻는 온 가족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하트모양 그네에 나란히 앉은 아빠와 아들, 또 연인들. 노을 지는 바다를 그윽히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자꾸만 깊어가는 사랑의 하트가 뿜뿜 뿜어져 나옵니다.

한쪽에서는 중장비들이 동원 돼 공사가 한창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현수막을 살펴보니 이곳에 상징조형물을 제작해 설치 작업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당초 올해 8월 조형물 설치를 완성하려던 계획이 늦어졌는지 올해 12월 20일 사업이 마무리 된다고 안내 돼 있습니다. 창공을 향해 비상을 꿈꾸는 왜가리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사계절 언제 찾아보아도 새로운 행복이 솟아나고, 사랑이 넘쳐나고, 추억이 넘실대고, 낭만이 꿈틀대는 왜목마을에 가을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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