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찬 만 / 마라톤 기획단장

2008년 9월 28일은 이디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리셀라가 2시간 3분 59초로 좀처럼 깨기 힘든 2시간 4분벽을 넘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날이다.

그렇다면 이 기록은 어느 정도일까.
100미터를 17.63초로 주파하는 스피드로 풀코스를 달려야 그것도 무려 422번을 달리는 셈이 되니 일반인으로서는 가히 짐작키 어려운 일이다.


과연 일반인이 100미터를 18초 내에 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라톤이 허용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사람들은 곧잘 예언하곤 한다.


미국켄터키 주립대학의 연구원에 따르면 1908년 미국의 존 헤이스가 2시간 55분 18초의 기록을 세운 후 그간의 기록 단축 추이를 통해 지구력, 근력, 스피드 등 최고의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가 날씨, 코스, 운동화 등 최적의 조건 속에서 달릴 경우 1시간 57분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2시간의 벽이 무너질 날도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다.


마라톤은 이러한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까다로운 규칙을 갖고 있다.
즉,코스는 42.195km 이상이어야 하며 전체 거리의 0.1%인 계측 허용 오차내 42m 정도 늘어나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출발지와 결승점이 다를 경우 결승점 고도가 출발지 고도보다 42m 이상 낮아지는 것은 금하고 있다. 이것은 내리막의 도움으로 기록이 부당하게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두 지점간의 직선거리가 42.195km의 50%인 21.047km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뒷바람의 도움으로 기록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마라톤은 자신과 시간과의 싸움이고 한계에 대한 도전이지만 재미있는 진기록을 많이 보유 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2번 제패한 선수는 이디오피아의 영웅 아베베와 독일의 치에르핀스키가 있다.
아베베는 1960년 로마대회와 64년 동경 올림픽에서, 치에르핀스키는 1976년 몬트리올대회와 80년 모스크바대회에서 그 주인공이 되었다.


특히 아베베는 1960년 로마대회에서 풀코스를 맨발로 달려 맨발의 마라토너로 불렸다.
1952년에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자토 펙이 마라톤과 5000m, 10000m에서 우승하여 올림필 육상 3관왕의 주역이 된 일화도 있다.


초대 마라톤의 우승자는 그리스의 스피리돈 루이스인데 이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다. 그는 예선에서 탈락하여 출전할 기회도 갖지 못했지만 어느 대령의 도움으로 출전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안경을 갖고 오지 않아 대령은 원고를 읽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루이스가 주저하지 않고 22km를 달려 안경을 가지고 와 강연을 무사히 마쳤다.


대령은 루이스의 재주를 아껴 특별히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루이스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우승하여 초대 마라톤 우승자가 되어 조국 그리스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세인트루이스 올림픽때에는 미국의 프레드 로츠가 당당히 결승점을 넘어 미국인의 환호를 받았지만 조사 결과 달리던 도중에 차를 얻어 탔음이 밝혀져 환호대신 야유를 받았고 2위로 결승점을 통과한 미국의 토마스 힉스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는 터무니 없는 사건도 있었다.


1936년 베를린 마라톤대회에서는 한국의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뛰어 세계 최고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동아일보에서 우승 기사의 사진에 새겨진 일장기를 지운 서글픈 사건도 인구에 회자 되고 있다.
1950년 54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가 1,2,3위를 휩쓸어 동양인을 얕잡아 보던 미국의 국민은 물론 세계를 경악케한 사건도 잊을 수 없는 사건 중의 하나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가장 많이 뛴 선수는 독일인이 세운 1270회라 하고 2위는 일본인 고지마가 세운 1113회라 하는데 이들은 아직도 달리는 중이어서 기록은 더 올라갈 것이다.


미국의 비버리힐즈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로저 버본이라는 사람은 1982년 5월 런던에서 웨이터 복장으로 뚜껑을 딴 맥주병을 쟁반에 얹어 한손에 들고 풀코스를 2시간 47분에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일반인들은 3시간 내의 주파를 서브 쓰리라 하여 영광스럽게 생각하는데 로저가 맥주병을 들지 않고 달렸으면 또 하나의 세계기록이 나오지 않았을까.


영국의 데일 라이온스라는 사람은 런던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프라이팬에 얹은 팬 케이크을 수 없이 던져 올리면서 3시간 9분으로 풀코스를 완주하여 많은 마라톤 매니아를 즐겁게 해주었다.
또 미국의 어니스트 코너 주니어는 1980년 뉴옥 마라톤 대회에서 뒤로 달리기를 하여 5시간 18분 만에 완주하여 이 부문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이러한 마라톤의 진기록은 앞으로도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최근에는 겨울철에 선수 훈련용으로 달리던 하프 코스가 개발 되어 많은 초보 마라토너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50km, 100km 등 울트라 마라톤까지 만들어 매니아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대전의 계족산에서는 맨발로 산길을 달리는 마라톤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는데 이러한 차별화되고 흥미있는 대회가 많이 개최되어 국민 건강의 증진은 물론 어려운 경제로 인해 지친 많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고 달래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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