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잠깐 짬을 내어 주변을 산책합니다. 비, 바람 시샘에 못 견뎌 지는 꽃잎 있는가 하면, 마치 우리 할머니 화롯불 일 듯이 살랑살랑 부채질 해대며 재촉하는 봄바람의 성화에 못 이겨 시시각각 초를 다투며 이제 막 피어나는 꽃들도 있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꽃잎마다 킁!킁! 향을 맡아봅니다.

“흐미, 좋은거!”

세상 어느 향수가 이토록 진실할까! 어여쁜 꽃잎 슬쩍 따 집안 가득 꽃향 퍼지게 하고 싶은 욕심 굴뚝같은데 얼마 전 ‘공원 산책길에서 꽃을 꺾어 바닥에 버려놓은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나는 자연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겠다’는 등의 일기를 써 놓은 늦둥이 녀석의 마음을 또 아프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저 킁킁거리며 꽃향기를 코에 실컷 담습니다. 어차피 집에 가져가봐야 머리 나쁜 값비싼 청정기는 꽃향기 모조리 흡입해 버릴테지요! 인공지능의 한계입니다.^^

야산 언덕배기 오르니 건강에 좋은 쑥이 지천에 널렸습니다. 햇살 가득 품어 안은 쑥 하나 쑤욱 뜯어 맡아보니 진한 향기가 반자동으로 주저앉아 쑥을 뜯게 만듭니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오른 언덕에서 두 손 가득 쑥을 뜯어 내려옵니다. 그러고 보니 아무런 도구 없이도 쑥쑥 뜯을 수 있어서 이름이 쑥 인가 봅니다.^^

돌아내려오는 길목 밭떼기에 목줄 단 고양이 한 마리, 주인장이 오늘 점심 먹고 던져 준 생선대가리 먹다 말고 화들짝 놀라 숨더니 고양이도 사람을 알아보는 모양입니다. 금세 만만하게 보고 기어 나와 스트레칭까지 하는 여유를 보입니다.

고양이 앉았던 그 밭떼기 두렁마다에 열무 순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늦은 점심을 먹으러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집을 향하고, 흰 나비 한 마리 꽃잎에 앉았는데 속없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참새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 주고는 또 다른 꽃잎에 날개 접고 앉아 참 다양한 세상소리 그윽히 감상합니다.

“야, 날씨 좋다! 가방 갖다 놓고 놀이터에서 만나!”

“좋아!”

우리 동네 이름 다 아는 1학년 네 녀석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제히 합창을 합니다. 이 어린이들, 영문도 모른 채 엄마 손에 이끌려 학교라는 곳에 입학을 하고, 교실이라는 틀 속에 네 시간씩 꼼짝없이 갇혀 생활 한지도 벌써 두 달 째. 봄은 이렇게 저렇게 지친 아이들에게 큰 위로이자 선물입니다.

가는 곳마다 봄! 봄! 봄! 그저 잠시 짬을 내어 한 산책이 뜻밖의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바쁜 일상 잠시 접어두고 봄 빛 맞으며, 꽃 눈 맞으며 그렇게 주변이라도 걸어보세요. 나도 모르게 피식 피식 웃게 하는 봄이 훌쩍 가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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