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혈압약을 드시는게 좋습니다. 왜 안드시려고 하세요?”

“여기가 추워서 그런 것 아닐까요? 다시 재 보세요. 그럴 리가.”

지난 해 봄, 받은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을 진단받았습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그럴 리 없다’며 여러번을 다시 재봐도 어쩌면 그렇게 고혈압 마지노선에 딱 걸렸습니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언니도 30대부터 일찌감치 혈압약을 복용해오고 있던 터라 늘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가 현실이 되고 보니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듯 충격이 큽니다.

“운동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살도 안 쪘는데 왠 고혈압?”

지인들도 의아해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올 봄 보건소에서도 체크한 혈관나이는 내 나이보다 20세가 높게 나왔습니다. 맥박수도 1분에 60개도 안되는 서맥입니다. 그동안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그렇게 고혈압과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짜지 않게 먹으려고 외식을 피하고 집밥을 위주로 먹습니다. 평상시 혼자 밥 먹을 때는 김치 하나 덩그라니 놓고 간단하게 먹던 습관을 버리고, 여러 가지 야채를 준비하고, 먹기 싫은 고기도 억지로라도 먹어주고, 달걀 후라이라도 하나 해서 고루고루 먹으려고 애를 씁니다. 혹여 외식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단일메뉴보다 고루고루 섭취할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합니다.

운동은 하던대로 매일 매일 꾸준히 하면서 매일 매일 혈압일지를 작성합니다. 날짜와 시간, 혈압, 맥박수를 체크하면서 혈압이 오르는 원인을 분석합니다. 외식을 한 다음날은 어김없이 혈압이 훅 올라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외식을 자제하게 됩니다. 집밥이라도 짜게 먹은 날은 예외가 없습니다.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날도 훅 올라 있습니다. 어지간하면 마음을 비우고, 오지랖도 적당히 부릴 것을 다짐하고, 아무리 바빠도 낮잠도 자주면서 심신의 스트레스를 줄여보려고 노력합니다. 엘리베이터만 고집하던 것을 힘들어도 계단을 이용하는 것을 습관화 합니다.

이렇게 나름 이모저모로 노력해보는데 쉽사리 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올 가을까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낙심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점차 수축압이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이완압까지 내려갑니다. 140-150을 넘나들던 수축압이 110-120대로, 90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이완압이 80까지 내려와 안정선에 들어섰습니다.

“자기야 나, 오늘 아침에도 혈압 117에 80”

“우와, 축하해. 기적이네!”

 
기적은 그냥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끼니를 거르던 나쁜 습관을 버리고 바나나, 아로니아, 비트, 우유, 알로에, 삶은 팥 한주먹을 갈아 견과류와 함께 먹습니다. 염분이 많이 들어간 김치를 먹을 때는 배추를 삶아 함께 먹습니다. 그닥 좋아하지 않던 과일도 억지로라도 먹고 요즘 계절에는 무를 싱겁게 찜을 해 간식처럼 수시로 먹습니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주고, 집에서는 겨울에도 답답하다는 이유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던 나쁜 습관을 버리고 옷을 따뜻하게 입는 습관을 들입니다.

고혈압 덕분에 규칙적인 운동 뿐 아니라 먹는 것, 입는 것, 나쁜 생활습관까지 모두 고치는 계기가 됐고 끝내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만일 노력해서 건강할 수 있다면 그 노력 안 할 이유 있습니까? 건강,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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