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반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버스 타고 왔지요. 오늘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만큼 너무 좋아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랑 과학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기나 할까 싶었는데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이 수학이고 과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제 과학도 수학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으니까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진에서 20일부터 3일 동안 열린 충남과학축전 행사장에서 둘째 날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핫도그 하나 사들고 분식 포장마차에 앉았는데 천안에서 왔다는 여학생들이 줄줄이 자리잡고 앉습니다. 학생들 얼굴에는 저마다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마침 따가우리 만큼 찬란히도 내려 비치는 햇살에 호기심 가득한 검은 눈동자가 더욱 반짝입니다.

20일 첫날 오후 느지막이 행사장을 찾아보았습니다. 첫날은 평일이어서 그런지 몇몇 단체로 온 학생들 말고는 한산합니다.

“아이고, 이렇게 좋은 체험행사가 있는 줄 알았으면 오늘 유치원 안가고 아침 일찍부터 왔을텐데 아쉽네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 한 어머니가 초중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마련된 행사지만 어린 아이가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다니며 적극 참여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이렇게 큰 행사가 우리 당진에서 열리고 있었네요. 세상에나! 이렇게 많은 체험부스가 있네요. 내일 꼭 다시 와야겠어요. 오늘 늦게 오는 바람에 한가지 밖에 체험을 못했거든요. 학교에서 안내문이 오기는 했는데 흘려 봤지 뭐에요. 저 어머니 말씀대로 저도 오늘 학교를 보내지 말고 참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훌륭합니다.”

학원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운동장에 트라이더 타러 왔다가 뜻밖의 과학축제를 만난 학부모가 눈이 휘동그래지며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예, 매년 시군별로 돌아가면서 열리고 있어요. 아시는 분들은 어느 지역에서 열리든 자녀분들과 꼭 함께 찾지요. 이렇게 유익한 체험축제는 참여 안하면 손해지요. 허허허.” 현장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한 선생님이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과 펼쳐진 정육면체를 접어가면서 설명을 곁들입니다.

그렇게 늦게 온 부모들과 학생들은 체험 마감시간이 임박해 다음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립니다.

다음날 오전에 늦둥이 녀석 손을 잡고 찾아 본 행사장은 전날과는 사뭇 다른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와, 햄토리가 정말로 내가 지시한 대로 미로를 찾아가고 있어! 완전 신기해!”

옆 부스를 내다보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테블릿 PC에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실행 시키면서 흥분해 소리를 지릅니다.

옆에서는 지지대 원리를 이용해 다리를 만드는가 하면, 기둥 없는 건축물 ‘지오데식 돔’을 짓는 일에 직접 참여하기도 합니다. 카드마다 같은 그림이 하나씩 밖에 없는 나만의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컴퓨터를 이겨라’ 코너에도 학생들이 대거 몰려 있습니다.

한 부스에서는 과학선생님이 직접 마련해 오신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며 어떻게 씨앗을 퍼트리는지, 식물이 얼마나 똑똑한 지를 배우며 알아갑니다.

한 부스는 태양열을 받아 움직이는 기구를 직접 제작해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저 풍차 같은 모양은 집 베란다에 설치 해 놓아도 예쁘겠어요.” 체험하는 자녀를 적잖은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부모들은 서로 공감하며 지루하지 않습니다.

서산에서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와 함께 찾았다는 김정례 씨는 “아이 친구들도 같이 오자고 할 걸 그랬어요. 이렇게 큰 행사인줄 몰랐어요. 오늘 일찍 왔는데 10분의 1도 체험 못하고 갈 것 같아요.”하며 이것저것 체험하려고 동분서주 하는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도 돈이 들어가니까 쉽지 않아요. 이런 축제는 도시락을 싸오면 돈을 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할수 있게 해줘서 정말 좋아요. 고맙지요."

허름한 옷을 입고 세 아이와 체험장을 찾아 분주하게 오고가는 어머니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함께 간 지인과 한 수학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입체 오목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평면으로 즐겼던 오목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이렇게 어른들도 이것저것 직접 참여해 보면서 곤히 잠들어 있던 뇌를 오래간만에 깨워봅니다. 이날만큼은 모두 과학자가 되고 수학자가 되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학생들, 어른에 이르기까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뇌를 깨우고, 감성을 깨워주는 훌륭한 축제에 특히 우리 학생들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참여해 혜택을 누리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과학영재반, 수학영재반이나 되어야 교사가 인솔해서 찾는 곳 아니고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인 것을.

그저 안내문 하나 발송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단체 참여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독려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토록 다양한 체험부스 운영이 2~3일에 걸쳐 단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언제든지 우리 학생들이 궁금하면, 체험해 보고 싶으면 찾을 수 있는 장소가 우리 충남에 마련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적극 투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충남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꿈나무를 키우는 일이니까요.

“나는 오늘 식물들이 얼마나 똑똑한 지 알게 됐다.”

토요일 밤. 이틀 연속 과학축전에 참여한 늦둥이 녀석이 일기에 소중한 체험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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