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수필가/전 교육공무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9월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핵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을 실제 위협하는 단계로 갈 경우 전면적 군사 공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김정은)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연설 직후 미 공군 수뇌부는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부추겼다.

 

미 의회 내에서도 북한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기류와 함께, 트럼프에 더 많은 권한을 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적어도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과 의회의 인식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설마'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유엔 연설을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북한 영공을 채 넘어오지 않았다 해도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유래 없는 성명을 통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리용호는 기자들에게 "역대급 수소탄 지상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했다. 북한이 태평양 해상에 실제 수소탄을 터뜨리는 것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소탄은 원자탄 보다 위력이 수천 배 이상 강하다. 미사일을 하와이 쪽 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해 수소폭탄을 모의 점화하는 실험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의 포위사격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북한의 전쟁위기에 대한 진창이(金强一) 연변대 국제정치연구소 소장은 “만약 한반도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은 1시간내 북한의 모든 화력 지점들을 파괴할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 소장은 "한반도 전쟁은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핵 폭발로 인한 방사능 낙진으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수많은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의 핵과 미사일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미국까지 날아오는 미사일에 핵이 탑재되는 것은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다. 현재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이 핵탄두 소형화에 이미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북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로 날아올 북 미사일은 단거리용이어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그다지 필요 없다. 이미 노동과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대한민국을 겨냥한 북핵 미사일은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 북은 우리 생명이 걸린 레드라인은 이미 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놔두고 미국 레드라인만 언급했다. 북이 미국 레드라인을 넘는 것도 우리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가 쳐놓은 레드라인을 이미 넘어와 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북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하면 우리 안보는 안중에 없다는 말인가

북핵 폐기 노력이 실패했을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이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넘고 미국 레드라인은 넘지 않는 선에서 문제가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북핵이 인정되고 기정사실화되는 사태다. 그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이다.

북한이 중부 이남지방에 있는 어느 중소 도시를 향해 수소폭탄을 발사했다고 가정하자  인명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며 그 참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보복하기 위해서 미국은 즉각 핵 공격을 대비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다음 공격 목표가 서울이라고 하며 엄포를 놓는다. 문제인 정부는 서울의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서 북한 측에 협상을 요청하며 미국의 보복성 공격을 자제하도록 할 것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 남북한 협상이 이루어지겠고 북의 엄포에 협상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6,70년대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던 월남전쟁의 결과를 연상케 한다. 얼마 전 아베 일본 수상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 어느 한쪽이 패하여 보트피플(boat people)이 일본에 접근할 경우 총으로 사살하겠다고 했다.

나라 잃은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고 고통스러운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나라를 지켜야하는 안보가 이같이 엄중한데도 정치권에서는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조선시대 사화를 연상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식자들 중에는 우리나라의 현재 정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월남이 패망할 당시 정치 상황과 같다고 말한다. 

대통령 직속 통일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던 이종설씨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심장부 청와대가 주사파에게 점령당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 문재인 대통령께 경각심을 드리고자 사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일국에 대통령을 지낸 연약한 여자를 포승줄에 묶어 끌고 다니며 온 세계에 광고를 하는 잔인한 짓도 제발 멈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조국 근대화의 산업역군을 자부하며 살아온 7,80대는 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바라보며  철통같았던 군사정권 시절에 자유가 제한되기는 했어도 향수처럼 느껴짐은 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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