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놈이 훈련소에서 3주차를 맞을 때 즈음 편지 두 통이 한꺼번에 배달됐습니다. 한 장은 입소한 지 4일차에, 또 한 장은 10일차에 쓴 편지입니다. ‘편지를 쓰고는 있지만 언제 도착할지는 알 수 없다’는 녀석의 말대로 참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한 편지를 읽어보니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떠할지를 짐작하게 하고도 남습니다.

동기들 간에 모두 친해져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는 소식, 사촌형님 말씀대로 ‘군대 가면 하루하루가 1년 같을거다’라고 했던 말이 정말 와 닿는다는 소식, 부모님께 손 편지를 쓰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는데 훈련기간 동안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 쓸 수 있는 편지가 전부라는 소식, 중간에 몇몇 동기가 아쉽게도 퇴소하는 바람에 번호가 바뀌었다는 소식, 빨래할 때마다 세탁기에 문제가 생겨 세탁을 연기해야 하거나 제대로 씻을 수 없어서 나가자마자 목욕탕을 가고야말겠다는 소식, 하루빨리 훈련소를 벗어나 팝콘과 콜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보고 싶고 즐겨하던 게임도 하고 싶다는 소식, 부모님이 그립다는 소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벌써부터 바깥세상이 상당히 그립다는 소식, 소총조작법 등 여러 과정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참고 열심히 배워가고 있다는 소식, 생각지도 않았던 생일파티도 해줘 뜻밖에 참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됐다는 소식, 앞으로 받을 훈련들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5주라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참고 버텨볼 생각이라는 등의 참 많은 이야기를 담아 보내주었습니다.

편지 덕분에 하필 생일을 앞두고 군대를 가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생일파티도 열어주었다는 소식은 정말 고맙고 반갑습니다. 반면, 샤워시설이 매우 잘 돼 있다는 안내와는 달리 이 무더위에 제대로 씻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는 그러려니 했다가도 이내 안타까워집니다.

“아들 군대 보내니께 맘이 워뗘?”

“워떻긴 워뗘... 밥 안 해 주니께 겁나 편하구만.”

안부를 자꾸만 물어오는 이들에게 ‘아들 군대 안 보내봤으믄 말을 말어’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시퍼렇게 젊은 놈들을 부모와, 친구와, 아들놈이야 해당사항 없지만 어떤 이에게는 사랑하는 여친과의 이별을 종용하는 나라가 적잖이 원망스러웠는데, 한편으로는 돈 한 푼 안들이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줘 가며 사람 만들어주는 참 고마운 곳이라는 생각에 위로가 됩니다.

아들놈에게 답장을 썼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 너도 잘 알잖니로 시작해서 지금은 고생으로 여겨지지만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거라고. 찬물 뜨거운 물 팡팡 나와 언제든지 원하기만 한다면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당연한 일 아니고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평생 살아가면서 느낄 거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것을 얻은 거라고.

대한민국 훈련병 여러분들에게 위로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훈련에 임하며 겪는 고생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테지만 훗날 반드시 유익이 될 것임을 기억하며 무탈하게 잘 마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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