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쳐”

남북한 사찰요리 부문 통일부 장관상 수상
식소물리에 티 부문 국회의장상 휩쓸어

당진의 음식연구가 배명순(63, 원당동) 씨가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요리대회에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배명순 씨가 수상한 분야는 팀으로 참가한 남북한사찰요리부문 통일부장관상(부문대상)이다. 또 배 씨는 식소물리에 티(tea) 부문에서도 개인으로 출전해 국회의장상(대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 국제 푸드 앤 테이블 웨어 박람회’(공동대회장 김춘진, 서규용 조직위원장 이홍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테이블웨어 및 푸드스타일리스트 교류의 장으로 올해 14회째를 맞고 있는 권위 있는 대회다. 대회 프로그램 중에는 다양한 콘테스트와 경연대회도 함께 열렸다.

배명순 씨는 ‘세계조리사경연’ 중 30개 팀 320명의 인원이 참가한 ‘사찰요리부문’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배 씨는 “처음으로 경연대회에 참가해서인지 준비 단계부터 긴장이 많이 됐다. 하지만 팀원들을 믿고 차분하게 마음을 먹은 덕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씨는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식소물리에라이브 경연에서도 대상격인 국회의장상을 차지하면서 2관왕의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배명순 씨가 참가한 ‘서울 국제 푸드 앤 테이블 웨어 박람회’는 음식관련 국내 최대 규모의 박람회로 3일간 이 행사장에 다녀 간 인원만 3만2천명에 이른다. 국내 테이블웨어의 대표적 제조 기업체는 물론 식품·식생활관련 업체 등 국내 외 100여개 업체와 바이어가 박람회에 참여해 새로운 트랜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은 “오늘 이 자리가 지난 14년의 노하우를 토대로 앞으로 식문화와 관련된 많은 국·내외 관계자들의 활발한 교류와 나눔의 자리가 되었으리라 믿으며, 이곳에 모인 인재들 중에서 우리나라 식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많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음식치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연구

 

 

배명순 씨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직업군인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결혼과 함께 당진으로 들어온 것이 76년도이니 당진사람이 된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아들 2명을 선생님으로 키워낸 배 씨는 원래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배 씨는 “원래 조리학과를 나왔어요. 젊은 시절부터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죠. 한식, 중식, 양식 자격증도 다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신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배 씨가 사찰 음식 부문으로 요리대회에 참석한 것은 최근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 약선 요리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음식 치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종교를 떠나서 사찰 음식에 관심이 많이 가더군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항상 접하는 음식의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배 씨는 요즘 젊은 엄마들 중에 자녀들에게 구입한 음식을 주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배 씨는 “안타깝죠. 요즘 젊은 엄마들은 예전 같지 않고 사회생활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가족들에게 좀 더 정성스런 음식을 내 놓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자신의 음식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들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닌 동아리 모임처럼 운영하고 싶은 이유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 음식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래된 생각이다. 벌써 지인에게 부탁해 좋은 장소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 배 씨는 그곳을 음식으로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공간 자체로도 치유가 될 수 있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3일 동안 열렸다. 배 씨는 출전을 결심하고 지인들과 팀을 꾸려서 약 7개월 동안을 서울로 출근하면서 대회준비를 했다. 처음 요리대회라는 것에 참여 해 보는 것이라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배 씨는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너무 떨렸어요. 너무 긴장이 돼서 담임목사 사모님에게 말했죠. 그랬더니 며칠 후에 조용히 뭔가를 건네 주셨어요. 열어 봤더니 우황청심환이 있더라구요. 마음이 너무 고마워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용기를 내게 되었죠”라고 말했다. 배 씨는 “그래도 상을 받고 내려오는데 다리에 힘이 탁 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며 웃었다.

손재주가 많다는 주변의 전언처럼 배 씨의 또 다른 취미는 기타 연주다. 어린 시절부터 했다는 기타연주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배 씨는 “집에서 혼자 앉아서 있는 것을 좋아해요. 책을 읽기도 하고 기타를 연주하기도 해요. 봄이면 꽃차를 만들 재료를 찾아나서고 가을이면 좋은 나물과 약재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기도 하죠. 그래서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요”라고 말했다. 참고로 배 씨는 이번 대회에서 사찰음식뿐만이 아니라 ‘차부문’에도 출전 해 ‘국회의장상’도 받았다.

당진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수상자가 나온 것은 지역의 자랑이다. 앞으로 배명순 음식연구가의 지식과 지혜를 지역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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