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기간 동안 찾아 본 대천해수욕장이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푸른 바다 위에서 모터보트가 파도를 가르며 달리고,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일제히 바닷물에 뛰어들어 물장구치며 수영을 즐깁니다.

해변에서는 손을 잡고 걷는 연인, 나온 배 과감히 드러내놓고 누운 아저씨, 고슴도치와 함께 걷는 아가씨의 특별한 모습도 정겹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모래성을 쌓으며 추억을 만듭니다.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이 너른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행복한 얼굴로 바닷바람을 맞습니다. 그 뒤를 따르는 아빠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무슨 이치인지 아들이 행복하면 아빠도 덩달아 행복합니다.

“엄마, 조개껍질이 엄청 커요!”

도시에서 온 꼬마아이에게는 모래밭에 뒹구는 흔하디 흔한 가리비 껍질마저도 신기합니다.

“@$%&*@$%&*@$%&*”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서로 마주보고 끊임없이 웃으며 모래성을 쌓아가면서 제대로 쉼을 누리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삼총사가 눈에 띕니다. 낯선 타국에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에 2년 파견 나갔던 지인이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함께 간 동료들이 아니었으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고백이 생각났습니다. 오늘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한민국 대천해수욕장에서 만든 추억을 고국에 돌아가 이야기 할 날이 오겠지요. 좋은 추억 많이 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닐고 있는데 멀리서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가까이 가보니 대천에 명물로 자리 잡은 레일바이크와 짚트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 속에서 들려오는 한 관광객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우리가 언제 또 이걸 타 보겠어.”

“남들 타는 것 보는 것만도 재밌다!”

너른 차밭 위로 활강하는 제주 짚라인도 있고, 휴양림에 설치된 곳도 있지만 해수욕장에 설치된 짚트랙은 대천해수욕장밖에 없다고 하니 모두 같은 마음으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서서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인내심이 존경스러워지면서 우리 서해안을 찾아 이처럼 감동하고 기대하는 모습에 내심 뿌듯해집니다.

운 좋게 기다리지 않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다가 마지막 순서로 짚트랙을 탈 기회를 얻었습니다. 장비를 갖추고 지상 20층 높이로 올라가는데 대천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기대가 되면서도 살짝 긴장이 됩니다.

“제가 출발 하면 바로 다리를 들어올리세요.”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전 너른 바다, 푸른 하늘을 보며 긴장을 풉니다.

“출발~~~!!!”

“꺄~~~~아~~~~악!!!”

“와~~~~아~~~~아!!!”

긴장해 내질렀던 비명소리가 순식간에 감동으로 바뀝니다. 모두 긴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된 대천해수욕장을 다시 찾고 싶어졌습니다. 그날 표가 마감돼 체험하지 못한 레일바이크도 타보고, 자연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을 다양한 섬도 투어해보리라 맘먹습니다.

“아빠, 우리 다음에 또 와요.”

앞서 걷던 한 아이의 말이 우리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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