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이갑수 박사를 만나다

#줄리아 로버츠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특별한 법적 지식도 없는 고졸 여성이 발암물질 배출 업체를 상대로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소송을 승리로 이끈다. 이 소송으로 ‘PG&E’(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이라는 에너지 회사는 3억3천3백만 달러(한화 약 3,800억)를 배상하게 된다. 유해물질을 배출한 업체가 거짓선동으로 지역주민들을 무마시키려는 것을 밝혀내고 거대한 에너지 회사를 상대로 승리한 사실을 영화화한 것이다. 당시 에너지 회사가 배출한 발암물질이 바로 6가 크롬이다.

석문에서 검출된 6가 크롬과 비소는 어떤 물질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건강정치멘토단’이면서 당진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산업(직업)환경 전문의인 이갑수 박사를 만났다.

당진시는 지난 6일 석문면 통정리에서 발암물질인 6가크롬과 비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어떤 물질인가?
-두 가지 모두 국제연합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분류한 1급 발암물질이다. 쉽게 말하면 이 물질들은 인간의 암 발생의 분명한 원인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 물질이다.

두 가지 물질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인체의 어떤 곳에 피해를 주게 되나?
-6가 크롬은 기본적으로 피혁가공이나 금속공정 등 산업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자연적 상태의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의 관련 의학지의 발표에 따르면 6가크롬은 체내에 쉽게 흡수되고 체내에 축적되어 인체 조직이나 기관을 손상시킨다는 결과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호흡기를 통해 흡수된 것은 기관지염, 급성폐렴, 비중격천공(코에 구멍이 나는 것)을 유발하고 장시간 노출되게 되면 폐암 등을 일으키게 된다. 호흡기 계통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소의 경우는 자연상태에도 존재한다. 다양한 화합물 형태가 있고, 여러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예로부터 ‘비상’(삼산화 비소)이라는 독약으로 사용된 물질이기도 하다. 적은 양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된다면 폐암의 원인이 된다. 방광암, 신장암, 피부암, 간암 등에도 역시 원인이 된다. 심장에도 문제가 된다.

공개적인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국측정망에 이런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고, 당진이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흘러 다니고 있다.
-무책임한 이야기다. 일단 전국적으로 측정된 수치가 있다면 밝혀야 한다. 기본적으로 1급발암물질은 검출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법적 기준치라는 것도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는 물질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것이지, 인체에 무해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방사선은 필요에 의해서 사용은 하지만 인체에 피해가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의학에서는 ‘스레쉬홀드 리미티드’(threshold limi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말로는 ‘역치’다. 일정정도 노출되면 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수치란 뜻이다. 이 역치에 도달하게 되면 인간의 신체는 순차적으로 서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반응한다. 즉 역치를 넘어서는 순가 최악의 상황, 즉 질병을 갖게 되고 종국에는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대 발암성 물질은 역치가 없다. 발암물질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많고 적음은 전혀 의미가 없다. 어느 곳에서도 인간에게 노출되면 안 되는 것이다.

현재 석문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현재로서는 어떤 상황인지 여부는 판단 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가 있다면 역학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의 원인을 규명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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