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여러 곳에서 상춘객들을 겨냥한 축제들이 열렸습니다.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히 쉼을 누릴 만 한 곳을 물색하다가 아이들과 찾은 당진 농심테마파크는 꽃분홍 진달래가 줄지어 서서는 환한 얼굴로 반겨줍니다.

식물생태학습원에 들어서니 입구에 어른 몸무게를 능가하는 자이언트 호박이 전시돼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아담하게 꾸며진 연못에는 자라가족이 헤엄치고, 목을 길게 빼고 누가 왔나 살펴보던 자라목이 작은 손짓에도 흠짓 놀라며 쏙 들어가는 모습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까르르 웃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가족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자리를 떠날 줄 모릅니다.

유리관 속 이구아나는 어린이들의 짓궂은 관심을 받고도 눈도 꿈쩍 않는 우직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우리집에서 이구아나 키워요.” 하고 제안하는 아들의 말에 손사레를 치며 달아나는 엄마는 천상 여자입니다.

따뜻한 온실에서 알록달록 화사하게 꽃 피운 선인장의 자태는 어찌 그리 고운지 황진희도 울고 갈 듯 싶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출입금지 된 동물원은 양이랑 토끼랑 만나보고 싶었던 아이들을 한숨 짓게 합니다.

대신 야외에 꾸며진 연못에서 만난 잉어들이 아이들을 위로해줍니다. 겨우내 운동부족이었을까! 살이 통통하게 올랐습니다.

“여기 있는 잉어 중에 저 노란잉어가 제일 커요. 우리가 비교해봤어요.”

“잉어는 물 속에서 춥겠어요.” 차가운 바람이 잠깐 스치우니 춥다고 느낀 녀석들 옷깃을 여미며 잉어걱정 합니다.

할머니 손잡고 연못 구경하던 어린 손자 녀석, 떼를 씁니다.

“할머니, 나 저 배 타고 싶어요.” 손자가 원하는 거라면 하늘에 별도 따다 주고 싶은 것이 할머니 마음. 종이배를 닮은 장식용 조각배는 태워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엄마아빠 손잡고 아장아장 꽃길 걷는 아기는 이제 갓 피어난 수선화만큼이나 예쁩니다.

앞마당에 펼쳐진 너른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하다말고 나무에 매달려 열매가 된 아이들은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갑니다.

동물원 뒷길로 난 전망대 오르는 길 옆으로 개나리가 방긋 웃고, 무릎 아픈 할미 맘 알 리 없는 손자 녀석은 빨리 올라가자 손을 끌어 재촉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녀석 재롱은 무릎통증도 잊게 하는 묘약입니다. 할머니, 계단을 오르는 내내 수선화처럼 활짝 웃습니다.

당진에 살면서도 이곳에 처음 방문했다는 지인은 계단을 오르는 내내 “너무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귀에 대고 친절하게 일러줍니다. 아직은 삭막하게 느껴지는 전망대 주변이 곧 환상적인 영산홍으로 뒤덮일거라고.

기회가 된다면 아담하지만 동물도, 식물도,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 당진 농심테마파크에서 여유로운 쉼을 누려보시기를. 주말도 평일도 매일 무료개방돼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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