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공호공노조 이선영 부위원장 인터뷰

육성회비를 내던 시절이 있었다. 70년에 처음 도입된 육성회는 학교에 잡급직원을 채용했다. 학교별로 육성회비를 이용해 공무원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했다. 그 시절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 중에는 “서무과 언니”라고 친근하게 불렀던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이 여성 직원이었던 이유겠지만, 그만큼 학생들에게는 선생님과는 또 다르게 친근한 사람들이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언니라 불릴만한 나이대는 찾기 힘들다. 가장 최근에 채용된 인원이 약 10년 전 채용자다. 육성회잡급직원이라고 불렸던 이들은 의무교육 실시에 따라 학부모회직원, 학교회계직원 등으로 불리다 지금은 ‘교육공무직 호봉제 행정실무원 ’이라는 부르기도 어려운 긴 이름을 갖게 됐다.

충남에 있는 학교 행정실 육성회비와 수업료 수납을 담당하던 그 시절 ‘서무과 언니’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2016년 3월 충남의 공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227명의 직원들이 ‘충남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동조합’(충공호노조)을 결성한 것이다. 노조에는 여성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있는 남성들도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조합원은 201명으로 88%가 넘는 조직률이다. 다른 조직에서는 찾기 힘든 사례다.

순성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선영 씨는 수석부위원장을 맡게 됐다. 97년도에 채용되었으니 올해로 20년차다. 처음엔 수납 및 물품관리 업무로 시작했지만 학교 규모가 작아지면서 학교행정업무 전체를 공무원과 둘이서 나눠하고 있다. 장기간 근무하면서 점점 후퇴하는 처우를 보면서 결국 노조의 수석부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순한 인상에 조용한 말투를 가진 이 부위원장은 노조결성에 나선 이유에 대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에요. 저희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기준을 가지고 채용되었고, 또 그 기준을 적용받으며 오랫동안 근무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장기간 근무할수록 처우가 좋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처우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학교 시설에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있다. 조리종사원, 영양사, 월급제 행정실무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노조를 결성한 상태다. 원래 호봉제 행정실무원 역시 비정규직 노조안에 함께 있었다. 하지만 채용과 보수 규정부터 판이하게 다른 적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는 항상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 부위원장은 “우리는 보수, 복무규정부터 공무원에 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교섭대상자인 교육청은 호봉제 직원들을 다른 노조원들과 동일하게 처리하려고만 했습니다. 행정편의적인 발상인 거죠. 그 결과가 다른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저희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향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호봉제 직원들의 규정을 하향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니까 저희들이 독립노조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비정규직 노조원들과는 성격이 다르며, 분리협상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 작년일이다. 그 이전에는 협상의 대상도 되지 못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기각 결정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뒤집어 분리결정을 승인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후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8일은 충남교육청 담당자들과 3차 본교섭을 벌였다. 충남교육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공주연수원에서 협상을 벌였다.

이 부위원장은 “노조원들이 교섭과정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서 교육청에서 교섭을 할 수는 없다는 거에요. 우리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비정규직들은 같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건가 싶어 서글프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충공호노조는 요구는 구체적으로 △직종 통합은 노조의 동의를 얻을 것 △노조 사무실과 노조전임자를 보장해 줄 것 △최고 22호봉을 상한으로 두고 있는 상한제를 폐지하고 누락된 수당과 경력을 인정 할 것 △전직, 전보시 노조의 동의를 얻을 것 △공무원 보수, 수당, 복지에 대해 공무원과 차별 없이 적용할 것 △승급제도를 마련해 줄 것 △월급제행정실무원을 호봉제회계직으로 전환해 줄 것 등을 협상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우리는 그 동안 받아왔던 근무조건(공무원과 동일한 보수와 복무규정)을 유지하고 학교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불리한 처우를 개선 통일하기위해 교섭중이예요. 예전에는 기능직 공무원이 결원이 생기면 구육성회직을 공무원으로 우선 채용한다는 규정도 있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의무교육 시행과 함께 모두 공무원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고요. 반면 충남 중·고등학교에는 40년을 근무한 분도 호봉제 행정실무원으로 22호봉 상한에 걸려 있는 분이 있어요. 한 직장에서 긴 시간을 근무하면 전문가가 되는 것인데, 30년이 넘게 호봉승급 없이 근무한 거죠. 남성 직원들의 상황도 매우 심각합니다. 남성들의 경우는 외벌이인 경우에는 지금의 보수규정으로는 가정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호봉제가 중요한 것은 직업의 안정성이다. 호봉제를 도입해야지 장기근속이 가능하고 거기에 따른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근로소득이 향상되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사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실마리가 열리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도 직업안정성과 가계의 실질소득상승 필요성은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 대선에 나서고 있는 후보들도 대체로 이런 기조의 공약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호봉제회계직들은 시대적 흐름과 반대로 가는 것을 강요받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협상이 노조원들의 처우가 개선될지 후퇴할지 중요한 기로인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노조를 결성하고 진행하는 첫 협상이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향평준화 해서 관리의 편이성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입장에 서서 최초 고용시에 제시했던 노동조건에 맞게 대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28일 3차교섭을 마친 충공호노조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김지철 교육감님이 전향적으로 충공호공노조의 상황을 살펴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핑계만을 듣기 위해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들의 주장 역시 상식에 맞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니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라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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