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센터 ‘장가경’ 씨 인터뷰

장가경(37, 송악읍 봉교리)씨는 슈퍼우먼이다. 농사를 짓고 계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남편과 함께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한국어검정능력시험에서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는 사람들도 따기 힘든 5급(고급)을 취득했고, 고려대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걸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가경 씨는 “시부모님과 남편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렇게 생활 할 수는 없었을 거에요. 시부모님이 제가 공부를 할 때면 아이들을 잘 맡아 주셔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요. 남편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구요. 그래서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장가경 씨는 예전에 자신이 학생으로 공부를 했던 다문화센터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장 씨는 한국어담당으로 한국어 수업 과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어 강사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이주한 여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학생들의 고충을 들어 주는 것도 장가경 씨의 역할이다. 장 씨는 “사실 외국에서 이주해 생활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녹녹치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이 항상 사회생활을 하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언어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 일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 한국에서의 생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거에요”라고 말한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장 씨는 항상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본인의 노력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장 씨는 다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2009년 이후로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수강했다. 처음에는 운전면허증을 취득했고, 한식, 양식, 중식, 제과제빵 자격증들도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취득했다. 다문화센터에서 공부를 하다다보니 센터장님께서는 2011년도부터는 다문화의 이해를 돕는 수업의 강사를 좀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장 씨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생 같은 어린 친구들에게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의를 하게 되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다름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편견 없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강의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렇게 1년 정도 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아예 센터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장 씨는 “처음 제안을 받고 고마웠습니다. 남편과 상의 한 후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해 본 경험이 적으니까 한국의 조직문화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죠. 그래서 문서작성 같은 것들은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땄고, 모르는 것은 다른 동료들에게 물어가면서 익혔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어느 덧 센터에서도 베테랑 직원이라고 한다.

다문화센터에서 장 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조수연 씨는 “가경 씨는 찬찬해요. 침착하고 꼼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할 때 실수를 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더욱이 차분한 성격이라 센터의 다른 직원들이 많이 좋아하고 또 업무처리에 있어서도 많은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장 씨에 대해 평했다.

장 씨의 남편인 이석주(42, 송악읍 봉교리) 씨 역시 다문화센터의 자조모임에서 기타연주를 함께 하고 있다. 또 다문화가족 나눔봉사단의 단장까지 맡으면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일들을 함께 하고 있다. 세 자녀들도 수요일에는 다문화센터에 나와 조롱박과 대나무로 만든 ‘후루스’라는 중국전통악기를 배우고 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다문화센터에 나와서인지 2년마다 찾아가는 중국 외가댁만큼이나 다문화센터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6학년짜리 딸아이가 센터에 나가는 것을 ‘외가댁에 가는 기분’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자녀들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다문화센터는 대부분이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수강생들인 것을 고려해 어머니들이 수업을 들을 때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봄서비스나 핑크드림도서관 같은 경우다.

사실 다문화센터에서는 한국어 교육 지원을 위한 당진어학당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자조모임, 통번역지원사업, 법무부사회통합프로그램, 이중언어지원사업, 발달지원사업 등 다문화가정 구성원의 안정적인 적응을 돕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장가경 씨는 다문화센터의 직원이기도 하지만 다문화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잘 이용한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당진의 다문화센터는 전국에 있는 센터 중 1·2위를 다투는 모범적인 기관이라는 것이 장순미 센터장의 전언이다. 2016년도의 경우에는 사회통합유공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장 씨는 슈퍼우먼 같다는 말에 대해 “앞서 말한대로 남편과 시부모님의 도움과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주 여성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일반적인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려고 할 때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하는 여성들에게 ‘슈퍼우먼’이 될 것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슈퍼우먼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정도로 여성들의 과중한 육아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제도적으로나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올해로 한국에서의 생활은 17년째, 결혼 생활은 1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장가경 씨.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깨고, 이주 여성들의 안정적인 정착에 모범적인 사례가 되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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