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에 홍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 입학

“3년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새벽안개를 뚫고 590㎞를 달려 늦은 나이에 중학교 공부를 마치고 자식들 축하 속에 졸업장을 받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졸업식 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난 2월 14일 강우영(남·70·사진) 씨는 늦은 나이에 대구고등학교부설 방송통신중학교를 졸업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당진시 시곡동에서 태어난 강 씨는 어린 시절 가난 탓에 초등학교만 마치고 공부를 더 하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그는 “3년간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진학하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배움에 대한 열망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강 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55년 만에 중학교에 입학했다. 강 씨는 내친김에 고교 과정에도 도전했다. 지난 2월 17일 열린 강 씨의 중학교 졸업식에는 아들과 딸, 사위, 손주 등 가족들이 총출동했다. 강 씨는 그동안 자신을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들과 졸업의 기쁨을 만끽했다.

강 씨는 현재 바르게살기운동당진시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3월 13일 홍성고등학교부설 방송통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라며 아무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았던 그가 그동안 가슴앓이 하며 숨겨두었던 사연을 털어 놓는다.

“15살 초등학교 6학년 이었던 해 늦은 겨울밤 목이메인 목소리로 <얼마 안 되는 농토를 반으로 줄여놓고 내가 죽으면 당신과 어린 자식들은 입에 풀칠도 못한다>며 위암3기 수술을 단호히 거절한 어머니. 그해 겨울이 가고 꽃피는 춘 삼월이 지나 보리가 노랗게 익어가는 음력 사월 스무 여드레 어머니는 아버지와 우리 오남매를 두고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그해가 나는 중학교를 진학해야 하고 우리 형님은 공주사범대학에 입학하는 해였습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졸지에 홀아비가 된 우리아버지 둘 다 가르칠 수 없으니 동생인 네가 양보하라며 희생을 권유하시고는 졸업선물로 등에 뿔이 두 개난 지개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나는 그 지개를 지고 10년 간 농사를 열심히 지었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아 늦었지만 목공일을 배우기로 마음먹고 목수 견습생이 되었죠”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서도 배고팠던 시절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검정고시 등 다각도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2013년 2월 17일 대구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에 입학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새벽 4시에 아내가 해주는 아침을 먹고 본인의 차로 천안·아산 KTX역에 도착 서울발 부산행 6시 9분 첫차를 타고 7시 30분경 동대구에 도착 지하철을 타고 12역을 달려 성당못역에 내려 도보로 20분 거리인 학교에 도착하면 제일먼저 등교하는 모범생이었다.

“당진, 천안간은 새벽안개가 많이 끼는 구간으로 운전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이 안개”라고 말하는 그는 “한치 앞이 안보이는 안개 속을 더듬듯 운전해야하는 고통의 순간에도 55년 전 검정양복 하얀카라 흰 테두리 모자 쓰고 등교하던 옆집친구, 부럽고도 창피해서 가난이 죄인지 대문 틈으로 내다봤던 시절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긴 긴 3년을 한 달에 두 번씩 590㎞를 달려 마침내 지난 2월 14일 한 맺힌 졸업장을 받아 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라고 그날을 회상했다.

충청남·북도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학생이기도 한 그는 3월 13일 홍성고등학교부설 방송통신고 입학했다. 3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할 꿈에 부풀어 있는 늦깎이 고등학생 강 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시대를 잘못만나 젊은 시절 못 배운 세상 모든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진짜 실패는 포기하는 것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공부를 시작해보세요. 늦게 배우는 즐거움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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