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간 잠들어있던 면천읍성 관아, 고증회의 진행
정밀발굴 결과 및 고지도, 고문서 검토 후 배치계획안 발표

면천읍성 관아시설의 정밀발굴조사 결과 동헌의 6개 축이 기울어져 있었다. 발굴 흔적을 따를지, 문헌 자료에 따를지, 건축계획 수립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당진시청 제공
면천읍성 관아시설의 정밀발굴조사 결과 동헌의 6개 축이 기울어져 있었다. 발굴 흔적을 따를지, 문헌 자료에 따를지, 건축계획 수립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당진시청 제공

[당진신문=고정호 기자]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담아낸 면천읍성 관아 복원사업이 틀어진 동헌의 축으로 배치계획 수립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면천면 성상리 771-2 일원에 위치한 면천읍성 내 관아는 1797년 연암 박지원이 3년간 면천군수로 지냈던 곳이지만, 일제강점기에 관아 추정지는 경찰서, 순사주제소로 이용됐고, 1960년대에는 조달청과 면창고가 조성됐다. 1980년대 이후에는 면천읍사무소와 예비군 중대본부 등으로 활용됐다.

그러던 중 2016년 면천읍성 복원 사업에 따라 관아 추정지에 세워졌던 면천초와 당시 면천면사무소가 이전했고, 이후 당진 면천읍성 관아 추정지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련기사: 일제강점기 때 묻혔던 ‘면천읍성 관아’ 복원한다, 1405호)

당진시는 사업비 4억 4100만원을 투입해 2021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총 6153m² 규모로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했고, 기단석열과 적심시설, 담장과 건물의 터 등 대략적인 관아 건물의 형태를 확인했다.

이후 사업비 2억 5734만원을 투입해 면천읍성 관아시설 복원정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했으며, 관아를 1800년대 시점으로 복원하기로 설정, 1872년 면천군지도 그림과 기록 문헌을 비교 분석해 △동헌 △내아 △내·외책방 △급창방 △내삼문 △사령청 △외문루 건물의 배치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배치계획의 가장 큰 화두는 ‘동헌’이다. 군사적·행정적 기능을 담당하는 관아의 중심 건물인데, 일렬로 지어진 내아와 내책방, 내삼문과 외문루,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동헌 건물과 담장 흔적에서 6개 축이 틀어진 상태로 발굴됐기 때문이다.

관아의 건물들이 일렬로 지어진 것과 다르게, 동헌의 축은 다른 방향으로 세워졌다는 것으로, 담장의 모양도 살짝 비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과 일반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건물인 동헌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건축양식이 다를 수 있으나, 면천군지도에서 동헌을 중심으로 건물이 정렬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동헌의 축이 틀어진 이유는 불분명한 상태다.

문제는 현장발굴 결과 그대로 건축을 할 경우 면천읍성의 동헌은 홀로 기울어지게 지어지게 되며, 건물과 담장 간의 거리도 매우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원형복원 건축사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담아내야 하고, 고증과 기록이 부족한 부분은 그 근거가 확실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울어진 면천읍성 동헌을 자체 특성으로 삼고 발굴조사 결과 그대로 건축 수립을 할 것인지, 아니면 축을 이동해 담장과 거리를 띄워 일렬 중앙으로 건축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지난 8일 면천면행적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면천읍성 관아시설에 대한 복원정비 기본 및 실시설계 회의에서 동헌의 축을 두고 관계자들이 여지도서(18세기), 읍지(조선후기), 면천읍지(1899년)에 공통적으로 기록된 건물규모에 맞춰 배치계획을 잡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원형복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심정보 한밭대 명예교수는 “동헌의 축 6개가 기울어진 형태의 경우 면천읍성만의 특성으로 당시 풍수지리와 계절별 업무에 따른 비와 바람 등 자연환경을 고려했을 수도 있고 그 근거를 확실히 추적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장발굴조사팀의 의견보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발굴조사를 맡은 가경고고학 연구소 정해준 실장은 “최근 복원사업이 완료된 객사에 비해, 관아건물 현장 훼손은 심각했다”며 “적심시설과 내부판석 등 다른 건물 터에 대한 발굴결과는 추정 근거가 높으나, 동헌의 건물터는 유실이 심각해 확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남광현 문화관광과 문화재팀장은 “올 하반기까지 배치계획과 설계를 완료를 목표로 고고학과 건축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복원사업은 새로 건물을 짓는 것과 달리 과거를 찾아가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지만, 면천읍성의 상징성과 고증을 철저히 지켜 역사문화거리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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