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표구사 문충원 대표. ⓒ고정호
문화표구사 문충원 대표. ⓒ고정호

[당진신문=고정호 기자] 글과 그림의 마지막 작업은 무엇일까. 바로 ‘표구(表具)’다. 표구는 마냥 장식의 제반적 기술만이 아닌 비단, 나무와 기타 장식을 이용해 족자, 액자, 병풍 등으로 만들어 보존과 작품성을 높이는 전통 과정이다.

지난 35년간 문화표구사를 운영해온 문충원 대표 역시 전통성은 지켜내고, 예술성은 돋보이게 만드는 지역의 으뜸 표구사다.

최근 GS칼텍스 당진주유소 앞으로 문화표구사를 이전한 문충원 대표는 종이나 헝겊 등을 여러 개 겹쳐 붙이는 작업인 배접에 집중하며, 많은 작품을 표구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그의 작업실이나 다름없는 표구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숲에 들어선 듯 은은한 나무 향을 느낄 수 있으며, 가게 한 켠에는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오랜 시간 간직할 작품은 표구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고정용 핀을 박는 도구인 타카로 타카핀을 박기만 하거나 품질이 낮은 틀에 작품을 보존하면, 그 순간에는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품은 뒤틀리거나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표구사 문충원 대표가 표구 작업을 하고 있다. ⓒ고정호
문화표구사 문충원 대표가 표구 작업을 하고 있다. ⓒ고정호

문충원 대표는 “표구는 작품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하는 소망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문화표구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많은 분의 소망을 충족시켰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며 “초배 작업을 시작으로 2~3일 동안 건조 및 여러 공정을 거치게 된다. 주름져있던 작품이 올곧게 뻗어 나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를 위해선 아이 돌보듯 항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번성했던 표구는 점차 사람들에게 잊혀지며, 점차 생소한 작업이 됐고, 젊은 층에게 표구는 낯선 단어가 됐다.

문충원 대표는 “20년 전에는 학교에 서예부가 있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작품을 표구하며 자라는 예비 서예가, 문인들의 작품을 많이 접했었다. 그때가 표구의 전성기였던 거 같다”면서 “표구라는 일이 소중한 전통 의미를 담고 있지만, 사양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만해야 하나 싶었고 쉽지 않았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요즘 십자수나 문인화, 가훈 등 다양한 작품들의 의뢰가 들어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서구화된 주거형태에도 의미가 담긴 작품을 실내장식으로 활용하시는 듯 하다”고 말했다.

표구사는 결코 실수가 없어야 하는 직업이다. 고객이 요청한 단 하나의 작품의 가치를 올려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수정과 보완작업이 가능한 현시대와 다른 무게감이 있다.

문화표구사 전경. ⓒ고정호
문화표구사 전경. ⓒ고정호

문충원 대표는 “표구는 결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먹물이 번지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 하나의 작품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저는 제 기술을 정확히 말씀드리고 붓펜을 사용하거나 번질 우려가 있는 작품들은 미리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누구보다 자긍심을 갖고, 단 한순간도 허투루 표구 작업을 하지 않은 문충원 대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는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며, 초배지를 붙인 나무틀에 가위질 한번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맡겨진 일을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는 문충원 대표의 뒤로 그동안 그가 작업했던 표구 외에도 동양화 전시 및 판매도 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정교한 나무틀에 액자로 걸린 작품들은 편안함과 기풍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문충원 대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힘닿는 데까지 표구사로 일을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문충원 대표는 “우리 가족들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 아내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자식들 역시 각자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 88세를 맞이한 어머님도 건강하게 함께 하고 계시다. 앞으로도 모두가 건강하고 바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 희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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