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후드 미작동, 신체적 부상은 다반사..육체·정신적 피로 과도
당진어울림여성회, 1만명 서명 운동 및 조리흄 공기정화기 설치 요구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급식실 노동자 폐CT 검진 결과에 따르면 32%가 폐 이상 소견자였고, 이미 6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함현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급식실 노동자 폐CT 검진 결과에 따르면 32%가 폐 이상 소견자였고, 이미 6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함현주

“조리기구와 도구는 최신식이지만, 노동환경은 26년 전 그대로입니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 충원이지만, 학교와 교육청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입니다”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학교 급식실이 죽음의 급식실로 오명을 쓰고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각종 사고 위험과 폐 질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급식실 노동자 폐CT 검진 결과에 따르면 32%가 폐 이상 소견자였고, 이미 6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A씨는 “26년간 급식실에서 근무해왔지만, 예전과 지금의 급식실 근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없다”며 “조리기구와 도구는 새로운 기계가 들어왔지만, 근로자의 건강과 밀접한 시설 개선은 미흡하다. 현재 제가 일하는 급식실은 후드가 1년 동안 작동되지 않고 있는데, 고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후드도 작동하지 않는데, 인근에 공사 현장이 있어 급식실 문도 닫고 일한다. 뜨거운 열기에서 몇 시간 일하고 나오면, 얼굴은 금새 후끈해질 수 밖에 없다”며 “예전에는 몸이 쑤시고, 관절이 아픈 수준의 체력적 어려움이었다면, 최근에 받은 검사에서 호흡기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후드가 작동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심란하다”고 말했다.

A씨가 근무하는 학교 급식실에는 현재 13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며, 1명당 학생 150명분의 식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음식을 만드는 공간인 급식실에서 연신 뜨거운 음식과 그릇을 만져야 하며, 무거운 도구를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만큼 신체적 부상도 종종 당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 인력이 없으면, 노동자들은 아프고, 다쳐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그나마 직접 대체 인력을 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남아 있는 노동자가 일을 나눠야  한다. 근무 강도 가중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A씨는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반찬을 4~5개씩 내놓고, 조리방법도 다양해져 손 가는게 많다. 누구 한 명이라도 빠지면, 나머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파도 대체 인력이 없으니까, 출근을 하는 노동자도 상당수”라며 “사실 대체 인력은 학교에서 알아봐 주는 것이 맞지만, 학교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니, 노동자 스스로 직접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처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행정실장이 어떤 마인드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가 나아질 수도, 혹은 그대로일 수 있다. 이 때문에 A씨는 무엇보다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급식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A씨는 “학교 담당자가 급식실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복지와 근무환경은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의 처우가 누군가의 손에 달린 셈”이라며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 충원이다. 그래야만 근무환경도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며,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이 급식실 노동자의 근무환경에 관심을 갖고,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당진어울림여성회(회장 오윤희)는 지난 4월 21일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영남 전국학교비정규직조동조합 충남지부장은 ‘급식실 노동자 폐암 발병 현황과 대책’에 대해 사진과 영상, 조사실태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진 급식실의 노동현장과 노동자들의 모습과 함께 발표했다.

이란숙 학부모는 “학부모 급식실 모니터를 오랫동안 해오며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계속 넣어봤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고, 전교조 당진시 지회장 오수민 교사는 “교육공간에서조차 노동자를 천시하는 현실이 부끄러웠다. 교육에서 노동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당진고 김하린 학생은 “오늘도 튀김이 나오는 급식을 맛있게 먹고 왔는데,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음식인 줄 몰랐다”고 하면서 “당연히 바뀌고 해결되어야 할 것이 바뀌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한편, 당진어울림여성회는 당진시민들을 대상으로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당진시민 1만 서명 운동을 펼치고, 급식실에 조리흄 저감용 공기정화기 설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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