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당진신문
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당진신문

올해 초부터 당진시내를 비롯해 각 읍·면·동의 주요 길목마다 각 정당은 무차별적으로 현수막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시민들은 정당 현수막을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교차로 신호등 학교 앞 등 장소 불문, 규격 불문, 내용 불문 현수막은 심지어 합법적이여서 시민들이 아무리 민원을 제기해도 철거할 방법이 없습니다. 

보행안전과 차량통행을 위협할 뿐 아니라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특히, 일부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불쾌감을 자아냅니다.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왜 길거리에 갑자기 많은 정당 현수막이 붙었을까요?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치활동 확대를 목적으로 정당은 지자체에 사전 신고 없이 모든 장소에 현수막을 부착할 수 있게 됐으며, 수와 크기 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당은 권력을 위해 단결하는 집단입니다. 권력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 위임되는 것입니다. 국민은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 프레임을 선택합니다. 따라서 정당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프레임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의제를 설정하여 선전함으로써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고 합니다. 그 홍보 수단은 의제에 대한 주장과 사실 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호소입니다. 따라서 정당 현수막은 필연적으로 유리한 사실과 거짓, 감성적 호소로 가득 차게 됩니다. 

E.E. 샤츠슈나이더는 정당들의 상태가 그 나라 정치 체제의 본질을 보여 주는 최고의 증거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정당 현수막의 수준은 우리나라 정치체제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시민들의 정치협오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정당 현수막은 하나 같이 소속정당은 작게 지역위원장 이름은 크게 심지어 사진까지 올립니다. 결국 이 현수막의 목적이 정당의 정책을 설명하는 것인지, 그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홍보하는 것인지도 모호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사전선거운동이 합법화된 상황입니다. 

당진시와 당진시의회에는 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급증했습니다. 결국 당진시의회는 시민들의 불편과 폐현수막증가, 도시미관 저해, 생활환경저해 등 부작용에 대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당진시 옥외광고물관련 조례를 개정하여 대응하는 것을 검토했습니다. 현수막을 걸 수 없는 곳은 광역지자체가 지정할 수 있고 이미 인천시에서 입법예고 중인 조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토한 결과 국회에서 개정한 옥외광고물법의 게시장소 규제에 정당현수막은 예외였기 때문에 조례를 통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로 당진시의회는 4월 5일 교통안전·통행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지역 현수막 설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당현수막 설치 개선을 위한 협력 제안서’를 각 정당 지역위원회에 전달하고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정당현수막은 계속 부착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양당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국정당만을 인정하고 있어 정당의 설립이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력이 있는 단체 등이라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선관위에 등록된 48개 정당이 신사협정을 할 수도 없을 것이고 협정을 하더라도 한 정당이 걸면 경쟁적으로 합의를 어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에게는 국회가 다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는 것만이 사태의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통상적 정당활동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폭넓게 존중되어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정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된 옥외광고물법은 다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첫째, 부작용이 심하고, 둘째, 사전선거운동의 편법으로 활용되며, 셋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정당에게 좀 더 폭넓게 허용하더라도 너무 과다하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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