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이혜진 기자] 한 해를 시작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에는 온 가족들이 모여 함께 새해의 첫 아침을 맞이한다. 설날에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복을 받기를 희망하고, 웃어른께 세배하며 서로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한다. 그리고 떡국을 나눠 먹으며 지난해의 나쁜 일을 잊고,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 해를 시작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설날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가족들과의 새해 인사는 영상 통화로 대체되고, 가족들의 만남 대신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예전처럼 가족들로 북적북적한 설날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여전히 옛 설날의 풍경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때로는 시대에 맞는 명절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권신영(22세, 원당동) ⓒ당진신문
권신영(22세, 원당동). ⓒ당진신문

“설날 할머니 댁 가는 길은 힐링 그 자체”
권신영(22세, 원당동) 

20대인 권신영 씨에게 설날은 기다려지는 날이다. 대학교 다닌 후 자주 보지 못했던 친척들과 할머니를 모두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댁에 가는 길은 힐링 그 자체에요. 새벽 공기, 휴게소 군것질, 차에서 듣는 노래.. 등등 가족들과 여행가는 느낌이라서 정말 좋아요. 설 아침에 일어나서는 가족들과 함께 떡국을 먹고 어른들은 고스톱을 치고 저는 사촌 동생들과 놀러나갔죠”

그런데 코로나가 심해진 후 권신영 씨는 할머니 댁에 가지 않고 본가에서 조용히 가족들과 보냈다. 친척들로 북적북적한 명절이 아니라서, 제법 쏠쏠했던 세뱃돈도 받지 못해 조금 아쉽다는 권신영 씨. 권신영 씨는 설날은 가족을 만나 쉬면서 즐기는 날이라며, 올 설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설에 친척들을 만났을 때 ‘예뻐졌다. 살 빠져보인다’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코로나가 많이 좋아졌으니까 올해에는 가족들하고 여행가는 게 소원이에요”


최지현(37세, 송악읍) ⓒ당진신문
최지현(37세, 송악읍). ⓒ당진신문

“내 아이에게 설날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길...”
최지현(37세, 송악읍)

30대인 최지현 씨의 설날은 아버지를 따라 성묘를 가고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날로 기억된다. 그리고 2년 전에 돌아가신, 자신을 참 예뻐해 줬던 할아버지의 얼굴도 떠오른다. 

“어린 시절에는 설날에 아무 생각없이 보냈던 것 같아요. 그저 시골집에 가는 것이 재미있었고, 친구들하고 나가서 놀고.. 뭐 그랬죠. 그런데 이제 어른이 되고, 아빠가 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가족들과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중요하구나 느껴져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최지현 씨는 할아버지의 부재로 가족 간의 모임을 만들어주는 설날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 설날에도 가족들과 서로 덕담도 주고받으며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아이에게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 아이에게 설날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한 소중한 기억을 만들었던 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손녀를 낳아달라는 이야기는 이번엔 좀 피하고 싶네요(웃음)”


장복자(52세, 대덕동). ⓒ당진신문
장복자(52세, 대덕동). ⓒ당진신문

“가족들과 윷놀이 한판 하고 싶어요”
장복자(52세, 대덕동) 

설날에는 가족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장복자 씨는 점점 변해가는 설날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 사실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챙겨줘야 하는 나이가 된 장복자 씨에게 설날은 약간 부담스러운 날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을 만나는 설렘과 소소한 행복은 여전하다. 

“20대에는 양손 가득 선물을 챙겨 집에 갈 생각에 참 행복했었어요. 결혼 후에는 살짝 부담되기도 했지만.. 가족들끼리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나눠 먹는 설날이 참 좋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크니까 설날에 친구들 만난다고 각자 놀고, 같이 밥 먹기도 어렵네요. 설날의 의미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시대는 변해도 마음은 변하지 않길 희망하는 장복자 씨는 이번 설날에는 시댁 가족들을 초대해 밥 한 끼 나눠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다 같이 둘러앉아 오랜만에 윷놀이 한판 하고 싶다며, 쉽지만 어려운 소원을 빌었다.

“이번 설에는 가족들과 윷놀이 한판 하며 가볍게 웃고 즐기고 싶네요. 불안하고 불편한 설날이 아닌 모두가 기다려지고 행복한 설날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범재(67세, 송산면). ⓒ당진신문
이범재(67세, 송산면). ⓒ당진신문

“가족들에게 특별한 설날 선물하고파”
이범재(67세, 송산면)

할아버지가 된 이범재 씨가 기억하는 설날의 풍경은 다양하다. 색동옷을 입고 친구들과 놀던 모습, 부모님과 고향을 그리워했던 젊은 날의 모습,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댁을 찾아뵙던 모습, 그리고 손주를 기다리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까지.

“손주들에게 옛날이야기도 해주고 싶고, 용돈도 주고 싶은데 지금은 쉽지 않죠. 코로나 이후 서로 왕래를 피하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 시대가 됐으니까. 과거 머릿속에 그렸던 아름다운 설날의 추억이 이젠 현실로 다가올 수 없는 그런 날이 돼버려 너무 아쉽죠”

그래도 신세대 할아버지인 이범재 씨는 손녀와 함께 보낼 설날을 기대하며, 손녀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만나면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리고 이번 설날에는 반복적인 생활에 지친 가족들에게 조금은 특별한 설날의 풍경을 선물하고자 한다.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서 조금 탈피해서 이번 설날에는 가족들하고 놀이공원에 간다든지,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놀러 간다든지, 가족들하고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그런 설날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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