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장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장. ⓒ당진신문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장. ⓒ당진신문

[당진신문] 지난 1월 11일 당진경찰서 앞에는 3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친부의 성폭력으로 인해 21살의 여성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했던 친부에게 폭행과 감금, 그리고 성폭력까지 당했던 그녀는 가해자인 친부가 법으로 심판받기를 기다렸지만 열 달이 지나도록 구속조차 되지 않았던 현실에 비관해 결국 억울한 마음을 유서로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메모형식의 유서에는 친부의 성폭력 이후 어떤 고통을 감내해왔는지 상세하게 써 있었으며 ‘언론에 뜬 사건은 빠르게 처리되고, 언론에 뜨지 않은 사건은 사법부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며 ‘사법체계의 불공평’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유서의 마지막엔 이러한 사법체계를 ‘엄마가 끝까지 싸워서’바꿔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9년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이 넘는 55.2%가 피해가 발생하고 10년이 지나서야 사실을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친족 간 성폭행을 대표적인 ‘암수 범죄(드러나지 않는 범죄)'로 꼽는다. 가족이 붕괴한다는 두려움이 커 홀로 견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공부했던 법을 믿고 용기내어 신고했던 가해자 친부는 그녀가 죽음을 선택한 뒤에야 구속이 되었다. 

너무나 분하게 딸을 잃은 어미는 탄원서를 통해 ‘갓 성인이 된 제 어린 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질 수 밖에 없도록 사지로 내몬 친부를 엄벌’해 달라고,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지금의 사법체계’를 숙고해달라고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는 제 어린 딸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래서 비통한 심정의 저와 같은 엄마가 없도록 이 사회가 뜻을 같이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여기 자식의 죽음 앞에 원통함을 외치며, 진실을 밝히는데 함께 해달라고 외치는 또 다른 어미가 있다. 

바로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28살 딸을 잃은 엄마이다. 하루아침에 하나뿐인 딸을 잃었음에도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고, 누구하나 책임지는 자가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참사 후 49재를 맞아 진행된 추모행사에서 어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것은 자식을 가슴에 뭍고 평생을 사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호소드린다. 유족에게 힘이 되어달라’고, 그리고 ‘유족들의 한맺힌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경찰과 사법부를 믿고 친부를 신고한 그녀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은 누구인가? 이태원 거리에서 죽어간 청춘들에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켰어야 할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자식의 죽음 앞에서 내 자식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세상과 ‘끝까지 싸워야하는’ 어미들에게 과연 국가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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