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경찰서의 친부성폭력 안일한 대응 논란에 당진 여성계 분노
11일 기자회견 개최 “당진경찰서, 수사과정 정보 공개하라” 요구

당진에 거주하는 친부의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pixabay
당진에 거주하는 친부의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pixabay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에 거주하는 친부의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당진경찰서의 사건에 대한 안일한 대응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진 여성계가 분노가 커지고 있다.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작성한 탄원서에 따르면 친부는 가정폭력으로 어머니와 이혼했으며, 이후 양육비는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2021년 12월 31일 친부는 딸을 불러내 식당에서 밥과 술을 먹었고 “아버지가 어떻게 사는지는 봐야 하지 않겠냐”라며 본인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이후 집에서 딸에게 ‘씨름 한 번 해보자’라며 달려들었고, 겁을 먹은 딸은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 물을 틀어놓고 언니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친부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 딸의 뺨을 때렸고, 멱살을 잡으며 구석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고, 딸을 몰아붙였다. 당시 현장의 목소리는 통화가 연결됐던 언니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이후 친부는 “미안하다, 딸인지 몰랐다”면서, 성폭력을 재차 시도했고, 딸이 저항하자 친부는 “아빠는 다 허용이 돼”라면서 두 손으로 딸의 바지를 벗기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결국, 수사가 진행됐지만, 친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이에 경찰과 검찰은 폭행과 감금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 지난 7월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친부는 수술 등의 이유로 재판 날짜를 두 달 정도 미루는 동안 불구속 상태로 지냈으며, 변호사를 통해 A씨에게 1000만원에 합의하자는 의사를 전했다.

결국, 딸 A씨는 지난해 11월 7일 서울 구로구의 한 호텔에서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그런데 열 달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 없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어머니는 “딸은 매일 밤과 새벽이면 공포스럽게 떠오르는 친부로부터의 폭력 장면으로 괴로워했다. 딸은 사건 이후 10개월이 지나도록 아직도 (친부가) 처벌되지 않았다며 고통스러워했다”며 “딸은 그날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결국, 딸은 이러한 사법체계를 바꿔 달라고, 엄마가 끝까지 싸워서 바꿔 달라는 말을 유서로 남겼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친부는 징역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에게는 또 다른 딸이 있는데, 친부가 징역을 살고 나온다면 그때 저와 아이는 또다시 가해자의 폭력이 무서워 집 밖으로 나올 엄두조차도 내지 못할 것”이라며 “가해자는 큰소리치면서 떵떵거리고 살아가고, 피해자는 웅크리고 불안에 떨며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아니어야 한다. 딸의 목숨을 앗아간 친부에게 무기징역과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철저하게 수사 진행했는지 밝혀야”

친부의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 여성의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당진 여성계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그리고 사법부에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요구했다. ⓒ지나영
친부의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 여성의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당진 여성계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그리고 사법부에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요구했다. ⓒ지나영

피해 여성의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당진 여성계가 철저한 수사와 사법 당국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11일 당진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진 여성계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사법부의 미온적인 재판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어울림여성회 전전옥 회원은 “피해 여성은 친부 성폭력으로 산산조각났다. 경찰에서 제대로 수사를 한 것인지 의문이며, 녹음 파일이 증거로 있는데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도, 믿지도 않았다”며 “당진의 현실이라는 것이 개탄스럽다. 경찰은 피해자 죽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서 김진숙 당진여성네트워크 회장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형식의 메모에는 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해 신고를 했으나 열 달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는 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내용을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며 “피해자는 아버지로부터 당했던 성폭력, 폭행, 감금의 피해를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도 증거로 제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가 막히게도 경찰은 친부의 강제 추행 혐의만을 인정하고, 구속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당진경찰서와 담당 수사관이 올바른 성인지감수성을 가지고 수사했는지, 철저한 수사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우리 당진 시민의 지팡이라는 당진경찰서의 안일한 대응이 비통하다. 끝까지 밝혀달라는 피해자의 유언이 무색하게 10개월이 넘도록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사법당국의 현실이 분노스럽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당진경찰서는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입각해 가해자의 범죄사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당진경찰서의 수사과정에 대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며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에 분노한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당진 여성계가 당진경찰서의 수사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나영
당진 여성계가 당진경찰서의 수사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나영

수사 속도 느린 성폭력 범죄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피해 여성은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고해도 수사의 속도는 느리며, 대부분 불구속 기소로 수사가 진행된다. 폭력예방상담소 강정아 소장은 “예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성폭력 범죄의 유죄 판결은 4% 수준이라는 결과가 있었고,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려도 대부분 가해자가 처벌되는 경우가 적거나, 최종 판결까지 적어도 1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나마 언론에 나오거나, 공론화가 되면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의 속도에 진전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리기를 꺼린다”며 “상담소에서도 피해자의 비밀을 지키는 것이 원칙인데,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한다면 연대요청 등으로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성범죄 처벌이 약하거나, 혹은 수사 속도가 느린 이유는 인식이 법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젠더폭력 90% 이상 여성에 쏠려 있는 만큼 성폭력을 단순한 일반 범죄로 보면 안된다.

강정아 소장은 “젠더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며, 성폭력에 대한 사법 절차에 변화가 필요하다. 피해자는 조사를 받을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하며, 심리적으로 힘들어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의 재판 절차가 바뀌기를 바라며, 지역사회에서도 피해자 편에 서서 젠더폭력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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