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어린이 학교급식, 김치 지역업체 이용률 저조하자
당진시, 지역 2곳과 외지 1곳 무조건 순환 방식으로 변경
당진시 “김치 발주량 외지업체 편중..농민들은 찬성하는 입장”
학부모·영양사 “아이들, 지역업체 김치 맛 부정적..후진적 생각”

당진시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사용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학교급식 김치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학부모들과 영양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당진지역 학교의 급식 모습. ⓒ당진신문DB
당진시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사용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학교급식 김치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학부모들과 영양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당진지역 학교의 급식 모습. ⓒ당진신문DB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시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사용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학교급식 김치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학부모들과 영양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해나루조공법인은 애호박을 4천원에 매입 후 학교에 1만 1000원에 공급한 사실이 드러나며 영양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폭리 의혹이 일어났고 결국, 이는 당진시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전면 직영화 수순을 밟는 계기가 됐다. (관련기사:[당진] 학교급식은 뒷전...볼모로 잡힌 학생과 농민, 1237호)

이후 지난 2019년 3월부터 당진시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학교급식 납품업체를 선정해 각 학교에서 품목을 발주하는 방식으로 직접 운영해왔다.

품목군은 농산물, 축산물, 가공식품, 수산물 등 4개군이며, 공급업체는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에 필요한 영업 신고 또는 사업자등록을 한 50개소다. 공급업체는 대부분 충남도 내에 있는 업체이며, 지역업체는 26개, 지역 외 업체는 24개다.

지역업체와 지역 외 업체는 평가를 통해 매년 2월에 선정된다. 그러면 각 학교에서는 필요한 품목별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가격과, 신선도 및 위생 그리고 맛을 비교해 자율적으로 식재료를 발주하고, 공급받는다. 

2022년 공공급식 식재료 공급현황에 따르면 공급금액 135억 5000만원 중에 지역업체 공급 금액은 61억 5100만원(45%)이며, 지역 외 업체 금액은 73억 9900만원(55%)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산물은 지역업체가 주로 농가와 계약해 공급하고 있고, 당진산은 공급량 기준 64%로 충청남도 평균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축산물은 지역업체에서 주로 공급을 하지만, 무항생제 소·돼지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충남산 공급도 2% 차지한다.

수산물은 당진산으로 공급되는 품목은 우렁이와 실치 정도로 극소량이라는 점에서 지역 외 업체가 주로 공급하는 실정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지역에서는 전통장류, 들기름, 참기름, 김치류만 공급하지만, 풀무원 등 대기업 브랜드 제품은 지역 외 업체에서 공급하고 있다. 

김치 외지업체 주문 많다고 선택권 없애

하지만 최근 당진시가 어렵게 지켜낸 아이들의 먹거리 선택권을 제한했다. 식재료 품목들 가운데 올해 김치류 발주량은 외지업체에서 97%를 차지하는데,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지역업체 배제 논란을 제기하자 당진시가 김치 품목만 권역별 학교 순환 적용 방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지역 김치업체 2곳과 외지업체 2곳 등 4개소에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 공급받았다. 이에 2022년 김치 공급 점유율은 △아산업체 87.8% △천안업체 9.9% △지역 A업체 1.4% △지역 B업체 0.9%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권역별 순환 방식으로 변경되면 학교에서는 기존 지역업체 2곳과 외지업체 1곳에서 매달 무조건 순환 방식으로 공급을 받아야 한다.

즉, 맛이 없거나 혹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더라도 공급업체를 변경할 수 없다. 이 정책은 지난 28일 열린 2022년 2차 당진시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협의회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고, 학부모와 영양교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지역업체 김치가 꼭 당진에서 재배된 배추와 부재료로 만들었을지 어떻게 알며, 이게 과연 지역농산물 사용 증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어렵게 학생들의 먹거리 안전을 지켰는데, 당진시는 후진적 생각으로 다시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당진시 농식품유통과 인광진 팀장은 “일부 언론에서 지역 업체를 배제한다고 보도했고, 아무래도 김치 발주량이 외지업체에 편중된 만큼 시에서는 합리적인 문제가 제기되면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시에서는 전체적으로 농업인 소득증대를 놓고 센터를 운영해야 하는데, 당진에도 김치업체를 홀대한다는 주장이 나오니까 수급 형평성을 위해서 권역별 순환 방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부모와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선택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지만, 농민들은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시에서는 합리적으로 선택권을 보장하고, 농민의 생존권을 생각해 내린 결론인 만큼 1월에 운영위원회를 열고 다시 논의할 계획이며, 시에서는 이 정책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진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오동원 회장은 “학교에서는 단가와 위생상태 그리고 맛을 보고 업체를 최종 선정하는 것이며, 실제로 당진 업체 김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좋지 않아서 외지업체에 김치를 발주한 것”이라며 “김치는 위생관리가 가장 중요하며, 맛도 좋아야 한다. 그러나 당진시는 지역업체에 발주하지 않은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발주량이 적은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기는커녕 무조건 사용하라는 방식으로 바꿔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당진시에서 직접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이들도 먹거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시에서 무조건 먹으라는 것은 명백한 침해이고, 이는 안전한 급식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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