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영 세한대학교 학과장

정건영 세한대학교 학과장. ⓒ당진신문
정건영 세한대학교 학과장. ⓒ당진신문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 적이 있다. 어머니가 올라오셨는데, 한눈에 딱 보아도 가지고 계신 옷 중에 가장 예쁜 옷으로 골라 입고 오신 것이었다. 그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들의 연주회가 어머니에게는 무거운 숙제 같은 것이었으리라.  

어머니는 공연장 로비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 계시다가 공연 시작을 알리는 방송에 따라 객석으로 가셨는데, 공연 끝을 알리는 격식적인 박수 소리와 함께 바람처럼 공연장을 빠져나가셨다. 훗날 어머니 말씀을 들으니 너무나 답답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많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는 솔직한 이야기. 그래서 생각한다. 동네 마을회관에서 어머니께 연주를 들려드릴 걸 잘못했구나. 큰 공연장에나 동네 어귀 나무 아래서나 연주는 연주다. 물론 소리의 울림이나 집중도가 다를 수 있지만, 공연장에서 나무 아래 음악을 알 수 없는 것과 나무 아래서 공연장 음악을 알 수 없는 것은 같다.

오스트리아에서 공연장에 앉아 있을 때면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코 고는 소리다. 세 시간 남짓한 공연인데 왜 늙은 몸이 고단하지 않겠는가. 할머니들은 음악을 듣다가 졸리면 자고 피곤하면 졸고 좋아하는 음악가의 목소리가 들리면 다시 귀신같이 깨서 힘없는 박수를 치고 그리고 다시 잔다. 

그렇게 긴 시간 공연이 끝나고 나면 로비에서는 작은 파티가 열리는데, 할머니 관객이나 엄숙하게 노래하던 테너나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와인 한 잔을 두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테너, 마치 조금 전 객석에서 꾸벅 졸던 그 할아버지 같다. 

우리네 공연 문화도 그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골 계시는 어머니가 서울 오실 때 입던 옷보다 조금 깨끗한 옷 마음 편히 걸치고 음악에 집중하고 또 음악 끝난 뒤 동네 이야기나 나누다가 집에 가시면 ‘아, 오늘 참 좋았구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편안한 밤을 보내게 해 주는 것이 클래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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