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비대위, 한전 소송 앞두고 450억 피해 금액 산출
“피 말리는 한전과의 소송..빨리 끝내고 싶다”
한전 “비대위 감정가, 객관적 근거 아냐..30억 고려”

당진부곡공단 지반침하와 관련해 건축물들이 피해를 입은 모습.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당진부곡공단 지반침하와 관련해 건축물들이 피해를 입은 모습.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한전전력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한전 비대위)와 한국전력공사가 부곡공단 피해규모 산출액을 두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전 비대위에 따르면 지반침하로 인해 부곡공단 인근 업체들은 폭발성 물질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더욱이 정밀안전진단 안전성 평가에서 대부분 D등급을 받아 위험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기업 활동은 사실상 위축됐고, 시설물 유지보수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전 비대위는 한국건설협회에 소속된 건축, 토목, 소방, 전기, 통신 등의 업체에 의뢰해 피해 금액을 감정, 시설물 복구에 필요한 공사비용을 450억 원으로 산출하고, 지난 3월 한국전력공사 외 3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청구했다.

한전 비대위 송근상 위원장은 “피해 금액 산출을 의뢰한 업체들에게 법원에 가서 진술할 수 있으니까, 수리해야 하는 것과 그에 들어가는 비용만 산출해 달라고 했다”면서 “검토 결과 비대위에 속한 4개 업체를 예전처럼 원상 복구하는 비용은 450억 원으로 산출됐으며, 이는 손해배상과 기계보상비용은 포함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비대위의 피해 금액 산출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 비대위에서 산출한 피해 금액은 직접 고용한 회사를 통해 임의로 산출한 금액인 만큼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며, 지반보강 비용은 공법조차 확인되지 않아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0년 당진시에서 수행한 건축물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건물보수와 바닥슬라브 재시공에 대한 예상 비용은 23억원과 지반보강비(필요시) 등 을 포함해 약 25억 원으로 산출했다.

한국전력 현치호 구조건설실 과장은 “비대위에 속한 4개 업체의 공장을 통째로 다 사도 450억 원이 안된다”며 “저희도 전문가와 전문 기업에 용역을 맡겨 보수비용 산정을 신청했고, 그렇게 뽑은 금액이 3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전 비대위 송근상 위원장은 “한전은 초창기에 해당 금액을 얘기했던 것이지, 지난해 만난 자리에서는 16억 7000만 원을 얘기했다. 그게 말이 되나”라며 “한전에서 계속 우기면 우리도 법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최대한 살기 위해서 그리고 원상복구를 하자는 의미에서 금액을 산출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협상 테이블 다시 열릴까

한국전력공사는 비대위에서 주장하는 대량의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침하로 공장, 건물, 도로 등 시설물에 대규모 물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19년 2월 부곡공단 전력구 공사 중지 이후 수직구 담수·차수벽을 설치해 지하수 유출을 원천 차단했고, 현재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침하는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진구에 영구구조물을 시공하고, 벽 자체를 방수벽으로 처리했으며, 도달구에는 물이 다시 그대로 올라와 주변하고 물 높이가 같아진 만큼 지금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물이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또한 2020년 6월 당진시에서 수행한 건축물 긴급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결과에서 부곡공단 내 49개사 가운데 3개 업체만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D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46개 업체는 A~C등급을 받은 만큼 비대위에서 주장하는 건축물 붕괴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전력 현치호 구조건설실 과장은 “피해 금액의 합의 조건을 계속 얘기했는데, 450억 원을 기본으로 두고 협상을 하자고 한다면 어려움이 있다”면서 “차라리 사법기관의 판단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비대위에서 산출근거를 내놓으면 이건 수용하고, 저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할 텐데, 우리도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11일 오성환 시장은 한전 비대위와 부곡공단 지반침하 관련 면담을 갖고, 한전 비대위와 한국전력공사 간의 문제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며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11일 오성환 시장은 한전 비대위와 부곡공단 지반침하 관련 면담을 갖고, 한전 비대위와 한국전력공사 간의 문제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며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이렇듯 한전과 비대위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성환 시장은 한전 비대위와 부곡공단 지반침하 관련 면담을 갖고, 한전 비대위와 한국전력공사 간의 문제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며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성환 시장은 “손해배상소송을 끝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어느정도 타협할 수 있으면 협의를 하면 좋지 않겠나”라며 “제가 중재를 하면 비대위에서는 참석을 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전에 사장을 오라고 해도 오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고위급 관리자와의 협상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한전 비대위 안동권 사무총장은 “한전에서 영혼 없이 오면 무얼 하겠나. 소송은 처음부터 손해를 감수하고 할 생각으로 시작한 것인데, 내일이라도 자리가 마련된다면 협의를 하고 싶다”면서 “한전에서 선임한 변호사만 13명이다. 거기다 민사소송은 사람을 피말라 죽인다. 얼른 해결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전비대위 송근상 위원장 역시 “법으로 가는 것보다 빨리 합의를 해서 제대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협상을 해서 서로 인정할 수 있는 대화를 하고, 한전에서도 분명한 자료를 토대로 피해금액을 빼라고 하면, 뺄 것이다. 한전은 불법을 저질러놓고 우리에게 이러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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