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바뀐 문·이과 통합에 더 힘들어진 수험생
2018년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율 과목 선택하다
지난 해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문과생들 불리

지난 2018년 교육부는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서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문·이과를 통합했고, 이는 지난해 2022년도 수능 시험부터 적용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지난 2018년 교육부는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서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문·이과를 통합했고, 이는 지난해 2022년도 수능 시험부터 적용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당진신문=허미르 수습기자] 코로나19 시대로 학습능력이 부족해진 입시생들이 문·이과 통합으로 여느 때보다 힘든 입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8년 교육부는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서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문·이과를 통합했고, 이는 지난해 2022년도 수능 시험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문·이과 통합은 ‘문과만 죽어나는 입시’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문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변하는 ‘문과 침공’이라는 안타까운 단어도 생겨났다.

문·이과 통합 이후 국어·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으로 치러진다. 이에 수험생들은 국어영역에서 공통과목(75%)인 독서, 문학 외에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고르며, 수학영역에서는 공통과목(75%)인 수학 Ⅰ·Ⅱ 외에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문제는 수학 과목이다. 예전에는 수학을 ‘가’형과 ‘나’형으로 나눠 이공계열 학생과 인문계열 학생이 다른 시험을 봤지만, 이제는 공통과 선택과목을 보게 되면서 인문계열 학생보다 이공계열 학생이 성적이 잘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이공계 학생은 본인이 원하는 학과에 성적이 맞지 않아도 인문계열 학과로 고개를 돌리면 더 높은 학교로 유리하게 입학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충청남도교육청 연구정보원 관계자는 “개선방안이 당장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문·이과를 없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학 부분에서 문과 학생들이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방이어서 더 어려운 입시
문·이과 통합에 이중고

문·이과 통합은 당진지역 교육 현장에도 혼선을 주고 있다. 올해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전국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던 시기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2년간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기초학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어 좋은 등급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2년 전국 고등학생 수는 192만 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130만 명을 기록해 32% 감소했다. 

지난 2018년 교육부는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서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문·이과를 통합했고, 이는 지난해 2022년도 수능 시험부터 적용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이처럼 전국 고등학생 수는 꾸준히 하락하면서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의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와 문·이과 통합은 당진지역 학생들의 근심을 더 높이고 있다. 

호서고등학교 송채율 학생(3학년)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 활동도 제대로 못 해보고 졸업을 하게 됐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못 했다는 아쉬움보다는 처음부터 진로를 따라 공부하는 데에 코로나19가 방해가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론화 없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입시 정책에서 수험생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바뀐 정책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지난해와 달리 한 번의 사례를 겪었던 만큼 올해는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도 있다. 

호서고등학교 박세근 교사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호서고등학교 박세근 교사는 “코로나19 이후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식당가가 아니라 교육계라고 생각한다. 현장에 나가서 선생님과 대면으로 수업하는 것과 비대면으로 수업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학생들의 학력 저하나 문과 침공이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작년에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많이 허둥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한 번 겪었으니 인문계열 학생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1학년 때부터 비대면으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라 자기 주도학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들에게 3학년이 됐으니 꿈이 뭐냐, 잘하는 게 뭐냐 하고 물어보니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들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을 테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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