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무원 출신의 선출직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
[오피니언] 공무원 출신의 선출직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
  • 당진신문
  • 승인 2022.07.22 18:47
  • 호수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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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지난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당진시의 특징만을 살펴보면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 중 시장을 비롯해 지방의회 의원 다수가 공무원 출신이란 점이다. 

30년 동안 계속된 지방선거에서 공무원 출신 공직자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처럼 많은 수의 공무원 출신 공직자가 당선되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보통 공무원 출신 공직자가 당선되는 경우는 뛰어난 능력이 인정되었다거나 상대적으로 정치의식이 낮은 향촌 지역에서 당선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당진시의 지방선거 결과는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고, 앞으로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진시의 경우 역대 선거에서 인근 지역에 비해 정치의식이 높고 올바른 선택을 잘 한다는 평을 들었던 지역이다. 그래서 당진은 과거 엄혹했던 유신정권 시절에도 대도시에서나 가능했던 야당 국회의원을 늘상 배출했던 바 있었고, 나름 뛰어난 의정활동을 했던 의원도 재선 이상 당선되기 어려울 정도로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높은 지역이란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당진이 반골 기질이 유독 강해서라고 평하기도 했지만 당진의 유권자가 그때 그때의 시대정신을 통찰하는 정치의식이 뛰어났던 결과의 반영이었다는 점에서 당진사람은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었다. 

보통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은 중앙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결정된 사업이나 예산을 일선 현장에서 모든 영역의 주민에게 골고루 펼쳐질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단위의 지방정부이다. 여기서 공무원은 규정된 법률과 규정에 따라 행정적 집행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선출직 공직자 중 특히 의원의 역할은 시민을 대표하여 행정의 집행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주민 의견이 소외되거나 외면당하는 일이 없도록 챙기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주어진 권한 범위에서 행정적 집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소극적이 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본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공무원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이런 업무에 숙달된 공무원 출신이 선출직 공직자가 되면 공무원 활동을 통해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무난한 행정 집행이 이루어지게 하거나 무난하지 않은 일이 없도록 주의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과 다양성을 기반한 주민자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정치의식 높은 대도시의 유권자 입장에서는 공무원 출신의 선출직 공직자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시내버스공영제 운영을 예로 들자면,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속가능성이란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우 유익한 정책이기 때문에 다수의 시민이 환영할 수밖에 없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고 불편했던 대중교통이 개선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공무원의 시각으로는 이런 결정이 가져올 논란을 우려하게 된다. 그냥 무난하게 그대로 하면 좋을 것을 왜 무리하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결정을 하여 논란을 부르냐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반대하거나 적극 추진하지 못하게 된다.

문제는 시내버스공영제 운영의 문제가 간단하게 이용자의 편리함 추구나 담당자의 적극성 여부로 국한되지 않는 데에 있다. 시내버스공영제 운영의 목적을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대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측면으로 확대해서 보면, 기후환경 개선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미래지향의 교통체계 구축 등 지역사회 전체를 개선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문제란 사실에 미치게 된다.

그러니 기초자치단체의 행정 집행이 비단 시내버스공영제 운영으로 국한되지 않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며,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 역시 다양하고 많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 출신의 선출직 공직 진출이 갖는 의미를 우려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물론 다수의 주민이 선택한 결과를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모든 공무원 출신 선출직 공직자가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공무원과 같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당진의 공무원 출신 선출직 공직자의 선의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사실을 토대로 선출직 공직자라면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가 어떤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는가를 충분히 인식하여 행정집행 감시와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시민사회 역시 이런 사실을 깊이 고려하여 자치단체의 운영과 선출직 공직자의 활동에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