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피해 마을회관에 모이지만
이마저도 못하는 사각지대 존재

고대면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켜지않고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 모습.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고대면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켜지않고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 모습.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집에 있으면 더운데, 에어컨 켜고 싶어도 전기세가 많이 나오잖여. 그런데 마을회관에 나오면 동네 사람도 만나고,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 쐬면서 있을 수 있으니까, 여기로 다 모일 수 밖에 없지”


[당진신문=허미르 수습기자] 찌는 듯한 더위에 당진 어르신들이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그나마 비가 내리는 날이면 기온은 잠시 내려가 시원하기는 하지만 습도는 높아져 후텁지근한 날씨는 이어진다. 어르신들에게 여름은 버티기 어렵고 힘든 계절이다.

지난 20일 최고 온도 34도까지 오른 오후 3시경. 정미면 사관리 마을회관에 있는 어르신들을 찾았다. 사관리까지 가는 길은 태양이 뜨거워 날이 푹푹 쪘고, 걸어가는 잠깐의 시간 동안 등줄기에서 땀이 계속 흘렀다. 다행히 뜨거운 실외와 다르게 사관리 마을회관에는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한 공기가 가득했다. 

사관리 김종순 부녀회장은 “날씨가 무척 더워져서 어르신들이 한낮에는 일을 못하니 새벽부터 마을회관에 모여서 같이 아침밥 먹고, 그러고 덜 더운 아침에 농사일 좀 하는 것”이라며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마을회관이 최고다. 어르신들 집에서 에어컨 하루종일 틀면 전기세가 어마어마한데 마을회관은 태양열 에너지로 전기료를 대신하니까 부담도 덜하고, 시원하고 좋아서 매일 어르신들 마을 회관으로 출퇴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마을회관을 찾는 어르신들은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 그나마 상황은 낫지만, 아직도 우리 마을 곳곳에는 폭염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집에서 회관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혹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무더위에 홀로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고.

고대면에 거주하는 할머니(89) 한 분을 만났다. 1주일에 3일 할머니 집을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살뜰히 집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 않는 날, 할머니는 무더위에 상해버린 음식과 온갖 벌레 등에 노출돼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기자가 할머니 집을 방문한 날 역시 집 대문에서부터 벌레가 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요양보호사가 벌레 약을 뿌리고 파리채로 때려잡아도 역부족이었다. 또한, 할머니는 선풍기를 틀면 춥다고 말씀하셨지만, 말과는 다르게 얇은 옷 하나만 입고 지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할머니가 무더위에 지치실까 우려스러워했다.

요양보호사 김모 씨는 “할머니가 계속 춥다고 하시니 선풍기를 틀어드릴 수가 없지만 더운 날 자칫 큰일이라도 날까 선풍기를 한 번씩 틀어드리고 있다”며 “사실 더운 것보다 음식이 더 문제다. 할머니가 냉장고를 제대로 사용하실 줄 모르니 음식을 드시고 안에 넣어놓질 않아 이틀만 있다가 와도 음식이 다 상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가 오지 않는 날에 혹시라도 상한 음식을 그냥 드시고 탈이라도 날까 항상 걱정이다. 설거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상한 음식에 벌레가 모여들면서 무더위 위생도 신경 쓰인다”면서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요양보호사도 잘 오지 않는다. 나도 할머니가 안쓰러워서 계속 찾아뵙고 있지만 지치고 힘든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여름만 되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인다. 이에 대해 당진시노인장기요양기관연합회 김기창 회장은 “에너지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은 선풍기를 보통 사용하는데 선풍기 이용방법이 미숙하다”며 “게다가 냉장고 사용도 미숙하셔서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아 상한 음식을 섭취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당진의 고령인구가 19%를 넘어가는데 앞으로는 20%가 넘어 독거 노인 수도 점차 늘어갈 것”이라며 “에너지 취약계층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려면 우리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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