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서명에 “예술이네” 조롱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
장애인 서명에 “예술이네” 조롱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2.07.16 18:00
  • 호수 141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른손 사용 못하는 장애인 A씨, 왼손으로 겨우 서명했는데
국민건강보험 당진지사 민원창구 직원, 돌려보며 비하 발언
가족들 분통 “엄연한 장애인 인격 모독..법적으로 대응할 것”
2018년 모야모야병으로 뇌수술을 받은 A씨의 자필 서명 모습. 제공=제보자
2018년 모야모야병으로 뇌수술을 받은 A씨의 자필 서명 모습. 제공=제보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 민원창구 직원들이 장애인의 자필 서명을 보고, 비하하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사고 있다.

2018년 모야모야병으로 뇌수술을 받은 A씨는 신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오른손은 거의 움직일 수 없어 글씨를 쓸 수 없다. 현재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A씨는 최근 본인부담상환제 수혜 대상에 포함됐다.

장애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오빠를 대신해 여동생 B씨는 본인부담상환제를 대리 신청하기로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오빠 A씨가 왼손으로 쓸 수 있을 만큼만 서명을 하면 된다’고 말했던 만큼 B씨는 오빠가 왼손으로 힘들게 작성한 서명을 받았다. 몸이 불편한 오빠의 서명은 당연히 비뚤비뚤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1일 12시 30분경 B씨는 당진지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민원창구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모독하는 공공기관 직원의 언행이 시작됐다.

여동생 B씨에 따르면 신청 서류를 받은 직원 C씨는 신청서의 서명을 보고 “예술 작품이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작품이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다”고 큰 소리로 말했고, 다른 2명의 직원에게도 보여주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다른 직원들 역시 동조하듯 “네, 그렇네요”라며 히히덕 거렸다는 것.

직장에 1시까지 들어가야 했던 만큼 바로 항의를 하지 못한 B씨는 당일 오후 5시경 남편과 함께 다시 당진지사를 방문해 앞서 있던 일에 대해 항의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태도에 또 다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녹취 자료에 따르면 B씨는 직원 C씨와 함께 웃은 직원에게 항의했고 C씨는 “오해다. 생각이 짧았다”라며 시인하다 항의가 거세지자 “유머스럽게 하려고 한건데..”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내놨다.

여동생 B씨는 “몸이 불편한 오빠가 겨우 힘들게 서명을 쓴 것이다. 그런데 공단 직원들이 서류상의 서명을 보고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는데,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들렸고,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장애인 오빠를 둔 것에 창피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처음에 ‘예술작품이네’라고 말했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았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면서 “직원들이 시인하고 제가 정식으로 건의를 하겠다고 하니까, 하라는 식으로 말했고, 또 다른 직원 D씨는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니까 기분 나쁜 얼굴로 명찰만 보여줬다. 그리고 다른 여직원의 이름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본인들의 잘못이면 정중히 사과를 하는 것이 옳은데, 그런 기본적인 자세도 갖추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단 직원들이 민원인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언행은 아니었다. 더욱이 장애인의 서명을 두고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며 서로 돌려보는 것은 엄연한 장애인 비하이고, 인격 모독”이라며 질타했다.

결국, 지난 13일 B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하고, 국민신문고에도 이 내용을 올렸으며, 그리고 명예 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연금공단 당진지사 전경.
국민연금공단 당진지사 전경.

장애인 서명인줄 몰랐다?

공단 직원 C씨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2일 사태를 파악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당진지사 윤준홍 지사장은 사과하겠다는 의미로 여동생 B씨의 집을 C씨와 함께 방문했다. 그리고 윤준홍 당진지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C씨는 B씨의 아버지에게 “이곳에 사신지 얼마나 되셨냐”고 물으며 “저의 지인도 이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던 것.

이를 두고 B씨는 “결국 혈연, 지연을 강조하며 그냥 넘어가자는 식으로 말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완전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라며 “더욱이 저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도 없는데 집에 찾아온 것은 내 신상을 조회한 것밖에 되지 않으며, 이것은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준홍 당진지사장은 “민원인이 충분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당진지사장으로 책임이 있는 만큼 정식으로 사과를 할 의향이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B씨를 찾아갔던 것”이라면서 “C씨는 아무래도 별 뜻 없이 말을 했던 것 같은데, B씨가 생각한 것처럼 오해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B씨가 오빠의 신청서를 제출하며, 함께 제출한 위임장에 연락처를 적으셨다. 우편물 주소지를 보고 찾아가고 연락을 드렸던 것”이라며 “우리 전산에 있는 자료라 하더라도 업무와 관련이 있으면 조회를 해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당시 직원 세명 모두 이 부분에 대해 시인을 했는데, 다만, 이들은 장애인이 서명한 줄 몰랐다고 한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직원들이 잘못한 것은 맞다”면서 “앞으로 직원 교육에 더욱 철저히 하도록 하겠으며, 이번 일에 대해 무야무야 넘어갈 생각은 없다. 진정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