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사람들]
깔끔이 세탁 봉사단의 산 역사
이영희, 손충희, 김경애 봉사자

[당진신문=이혜진 수습기자]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아주 소소한 일부터, 크게는 우리의 삶을 바꿔주는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 그리고 이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살 만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위로를 받고 삶의 희망을 찾는다. 이에 본지는 당진시를 더욱 빛나게 하는 고마운 사람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깔끔이 세탁 봉사단 손충희, 이영희, 김경애 봉사자(좌측부터 차례로)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깔끔이 세탁 봉사단 손충희, 이영희, 김경애 봉사자(좌측부터 차례로)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빨랫감을 모아 구별해서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한참을 기다린 후 세탁기가 다 돌아가면 꺼내서 탁탁 털어 널고, 하루 정도 말린 다음에 다시 개어서 각 자리에 가져가 놓는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늘상 집에서 하는 세탁 순서이다. 이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도 있지만, 손이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몸이 불편하거나 거동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이처럼 빨래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되어, 이 과정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깔끔이 세탁 봉사단의 삼총사, 이영희(83), 손충희(70), 김경애(55) 봉사자. 당진시 최초 세탁 봉사단인 깔끔이 세탁 봉사단의 산 역사인 이영희 원로 봉사자는 소소회  봉사단 1대 회장으로 깔끔이 세탁 봉사단을 만든 장본인이다. 

깔끔이 세탁 봉사단은 소소회 봉사단 임원이 주축이 돼서 따로 만든 봉사단으로 2002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이영희 원로 봉사자가 당진군여성단체협의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충남도로부터 폐기물 수거 사업 성과급을 받아 세탁기를 구입하면서 깔끔이 세탁 봉사단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야에 이불을 담아 발로 밟아 세탁을 하고 있는 깔끔이 세탁 봉사단 초창기 모습.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대야에 이불을 담아 발로 밟아 세탁을 하고 있는 깔끔이 세탁 봉사단 초창기 모습.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우덜은 역사가 깊어유~ 복지 시설이 여성의 전당 옆에 있었던 시절부터 세탁 봉사를 했슈~ 예전에는 세탁기가 없어서 큰 대야에 빨랫감을 넣어 발로 밟고, 손으로 짜서 빨랫줄에 잔뜩 널었어유. 물에 젖은 이불이 월매나 무거웠는지... 젊었으니까 했지 지금하라고 하면 아휴~ 못해유 못해~ 진짜 초장기에는 고생 많이 했시유. 그래서 내가 성과급으로 받은 금액으로 세탁기를 사달라고 제일 먼저 요청을 했쥬. 세탁기랑 다림판, 아주 세트로 들어오고 나서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힘도 덜 들어서 빨래하기 훨씬 편해졌지~ 근데 지금은 더 편치, 너무 좋아”

지금은 자원봉사센터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마련되어 있어 예전보다는 수월하게 세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량으로 들어오는 빨래 의뢰가 많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센터에 상주하며 세탁을 해야 하는 봉사단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새 것처럼 깨끗한 옷과 이불을 선물한다. 

이영희 봉사자와 18년간 뜻을 함께 한 손충희 봉사자 또한 초창기 세탁 봉사 시절을 떠올리며, 힘든 일, 즐거웠던 일들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봉사센터에서 수거해서 온 빨랫감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빨랫감의 형태가 아니였다고. 

빨랫감을 수거해 세탁과 수선을 하고 있는 깔끔이 세탁 봉사단.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빨랫감을 수거해 세탁과 수선을 하고 있는 깔끔이 세탁 봉사단.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빨랫감을 수거해 세탁과 수선을 하고 있는 깔끔이 세탁 봉사단.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빨랫감을 수거해 세탁과 수선을 하고 있는 깔끔이 세탁 봉사단. ⓒ당진신문 이혜진 기자

“자원봉사센터에서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어려운 분들의 집을 청소한 후 나온 빨랫감을 수거해서 우리에게 전부 가져다줬어유. 예전에는 빨래가 마대로 7~8개씩 들어왔슈~ 진짜 갱신히 들고 와서 빨았어유~ 근데 그 빨랫감들이 대부분 증말루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것 들이었유. 대·소변이 묻어 있는 것들부터 바퀴벌레까지 나올 정도로 상태가 엄청 심각했쥬~ 그래도 새 것처럼 맹글어서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세탁했어요. 이불의 경우, 빨래를 다 하고 나서 뜯어진 부분을 수선까지 해서 보냈었어유~ 그츄 회장님?”

이 이야기를 듣던 이영희 봉사자는 한 어머님 댁의 더러워진 이불을 깨끗하게 세탁해 바늘로 꿰맨 후, 예쁘게 포장해서 드렸는데 그 이불을 보더니 아들이 혼수 이불로 쓰고 싶다고 했다는 오래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약 20년 동안 세탁 봉사를 한 두 분의 봉사자는 ‘봉사는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갈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며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하나의 봉사를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은데 오랜 세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는 깔끔이 세탁 원로 봉사단원들. 그리고 젊은 에너지로 세탁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김경애 봉사자. 

“두 회장님들이 그 동안 세탁 시설이 없는 곳에서 세탁 봉사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도 그 뜻을 이어받아 깔끔이 세탁 봉사단을 지금처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 그리고 앞으로 깔끔이 세탁 봉사단을 널리 알려서 활발하게 활동해, 더 많은 빨랫감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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