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초 학부모회, 원당교차로 신호 체계 개선 요구
“기본 생명권 존중받지 못해..아이들 안전불감증 겪는 상황”

원당교차로 비보호 좌회전 신호 구간에서 횡단하는 어린이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원당교차로 비보호 좌회전 신호 구간에서 횡단하는 어린이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오전 8시 30분경 원당교차로의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가방을 둘러맨 초등학생들이 보행신호를 기다리며 교통섬으로 모여든다. 초록불로 바뀌고 아이들은 좌회전을 시도하는 차량을 피해 횡단보도를 빠르게 건넜다. 그러나 출근길 혼잡한 교통 상황에서 일부 좌회전 차량들은 밀린 뒷차와 반대측 차량에 맞물리며, 아이들이 건너고 있는 중에도 횡단보도를 지나치기도 했다.

원당초 학부모 임모 씨는 “원당교차로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할뻔했던 경험이 한두 번도 아니다. 분명히 보행신호는 있지만, 비보호 좌회전 차선이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보행자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그나마 어른들은 키가 크지만, 키가 작은 아이들은 시야에 확보가 쉽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원당동 856-1 일원에 위치한 원당교차로는 32번 국도와 원당동을 잇고 있다. 원당교차로에는 고대, 석문방면으로 진출하는 구간과 호서고에서 부경아파트와 롯데마트 진행 방향 그리고 원당마을아파트에서 롯데마트와 기지시 방면 32번 국도로 진출하는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원당동에서 고대, 석문 방면 32번 국도로 연결되는 구간의 신호체계는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점에서 녹색 보행자 신호에도 일부 차량 운전자들은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량과 차량 그리고 차량과 사람의 접촉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호서고에서 롯데마트와 부경아파트로 진입하는 도로는 내리막길이어서 차량 운전자들은 속도를 쉽게 줄이지 않는다. 그나마 롯데마트로 가려면 신호를 한 번 기다릴 수 있지만, 부경아파트 방면 횡단보도에는 속도 카메라와 방지턱 등의 안전 설치물이 없어 접촉사고 위험도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원당동 인근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원당교차로 교통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진시와 당진경찰서에 10여 년 전부터 개선 방안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를 두고 원당초등학교 학부모회(회장 윤소영)는 “수많은 학생들이 매일같이 교통사고에 노출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안전불감증으로 학부모들은 매일같이 아이들 등하교를 책임지고, 등하교 시간에 학부모들의 차량이 집중됨으로 교통청체 및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 권리가 있지만, 기본 생명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서 “아이들 안전에 우선순위는 말이 안되고, 생명에 우선순위가 어디 있나. 전국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가장 기본인 생명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면 어느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나”라고 꼬집었다.

아이들 안전에 우선은 없다

지난해 11월 25일 탑동 교차로 교통섬 신호등을 건너고 있었던 초등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무엇보다 해당 사고가 안타까웠던 점은 인근 주민들과 탑동초 학부모들은 당진시와 당진경찰서에 과속 운행을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진시와 당진경찰서는 예산이 없거나 여러 이유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서야 예산을 투입해 교통체계를 개선했다.

이에 원당초 학부모회는 교통체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당진시와 당진경찰서에 △비보호 좌회전(고대, 석문방면 진출 차량)을 없애고 신호로 변경 △녹색신호에서 초신호로 교체 △호서고→부경아파트 진행 방향(우회전) 방지턱 설치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등을 최우선 과제로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윤소영 회장은 “비보호 좌회전을 없애고 좌회전 신호로 바꾸고, 좌회전 신호위반 및 속도 카메라 설치가 시급하다”면서 “호서고에서 롯데마트와 부경아파트로 진입하는 차량 운전자들이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 설치 혹은 방지턱을 설치해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아이들의 보행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녹색신호가 끝나는 시점을 몰라 망설이거나 건너는 중에 빨간신호로 바뀌면서, 성인들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녹색신호를 초신호로 교체해 초시간이 끝나갈 시점에 건너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이 외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을 확대하는 등의 아이들 보행 안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안전에 촉각 세운 당진시

학부모회의 원당교차로 신호개선 요구와 본지 취재가 진행되면서 당진시 교통과는 즉시 예산을 투입해 녹색신호를 초신호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보호 좌회전 신호체계 개선과 방지턱 설치 등은 오는 6월 이후 열리는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도로과에서는 호서고에서 롯데마트-부경아파트 방향 도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미 안전공단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오는 8월 개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진시 도로과 관계자는 “학부모님들이 말씀하신 호서고에서 원당마을 아파트와 부경아파트 사이 도로의 위험성에 대해 이미 시에서는 파악하고, 안전공단으로부터 자문을 받았으며, 오는 8월 예산 1억 5000만 원을 투입해 도로 개선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교통섬을 줄이고, 아이들의 보행 동선을 운전자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조정할 예정이며, 횡단보도를 고원식으로 설치해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진시 교통과 관계자는 “해당 도로(비보호 좌회전 구간)의 신호 체계를 바꿔야 할 필요성에는 동의하며, 당장은 녹색신호를 초신호로 교체해서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끝나는 시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신호등의 시야를 막는 나무의 나뭇가지도 치우겠다”면서 “다만, 도로는 삼거리도, 사거리도 아닌 애매한 도로의 특성을 갖고 있어서 비보호 좌회전 신호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정말 사고 위험이 많다고 판단되면, 도로과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민관협의회 회의에서 이 문제를 두고 함께 논의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오전 8시 30분경. 원당교차로 비보호 좌회전 신호 구간에서 교통지도하는 박보혁 대표와 그의 지도로 횡단보도 직전에 정지한 차량의 모습.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오전 8시 30분경. 원당교차로 비보호 좌회전 신호 구간에서 교통지도하는 박보혁 대표와 그의 지도로 횡단보도 직전에 정지한 차량의 모습.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달라”
미니인터뷰 ‘박보혁’ 대표(삼보조명전기)

원당교차로 비보호 좌회전 구간 인근에서 개인 가게를 운영하는 박보혁 대표는 지난 11월 탑동초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가게 앞을 지나는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원당교차로 도로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사고를 직접 목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진경찰서에 직접 민원도 넣어봤지만, 쉽게 신호체계가 개선되지 않았기에 직접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로 결심한 박보혁 대표.

“가게 앞이 바로 비보호 좌회전 구간입니다. 특히, 등·하교 시간에는 많은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예전부터 아슬아슬했던 순간이 많았어요. 탑동초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고 ‘아, 여기서도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직접 아침에 교통지도를 시작 했습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교통 지도를 하고 있는 박보혁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문제가 되는 신호체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곳은 차량도 많지만, 좌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려고 해도 한번 차량이 밀리면 어쩔 수 없이 좌회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정말 위험해요. 방지턱이 있어도 차량 속도는 줄이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는 카메라를 설치하든, 신호 체계를 바꾸든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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