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장애인의 날 기획
편견을 아이와 함께 버텨내는 부모들
“내가 세상을 떠나면 남겨질 아이.. 동정 아닌 동등의 시선이 필요해”

“자폐아인 우리 아이가 7살 때 동네 아주머니의 손을 잡았어요. 그런데 아이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더니, 본인 손에 무언가 묻었다는 듯이 손을 털고 옷에 닦더군요. 그 순간 억장이 무너졌죠. 집에 와서 아이를 안고 한참 울었어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살아가면서 이런 경험 한 번씩은 있을거에요. 그렇기에 장애아의 부모들 대부분 우울증이 있다고 해요”-발달장애인 부모 한모 씨.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4월 20일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이 사회로부터 겪는 편견, 소외, 차별 등의 장벽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날이 아니다. 사회를 향해 동정이 아닌 동등의 시선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날이다. 

이에 본지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발달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편견 그리고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삶의 여유 없는 장애아 부모

비장애인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장애를 가진 아이는 아픈 손가락이다. 비장애인 아동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아이의 양육을 포기할 수도 없다. 여기에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을 맞닥뜨리면 심적으로 무너지기 일쑤다.  

발달 장애아의 부모 A씨의 경우 아이와 엘리베이터에 탔고, 먼저 탑승한 젊은 엄마가 마치 장애아가 감염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본인의 아이를 끌어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A씨는 “장애인을 향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나아지고, 정책도 좋아졌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을 향한 눈빛과 행동은 부모인 우리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며 회상했다. 

또 다른 장애아의 어머니 B씨는 “차별은 수없이 받았다. 특히 투표권에서 받는 차별을 말하고 싶다”면서 “장애인도 성인이 되면 투표권이 주어지지만,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부터 사인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기본권마저 박탈당한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서 “선거철이면 장애인을 향한 차별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어르신과 장애인이 함께 쓰는 건물이 있으면, 후보들은 어르신들에게는 꼭 찾아가 인사한다”면서 “정작 장애인을 찾아온 후보는 없었다. 장애인이라서 그런 것인지, 이 현실이 안타깝다”며 씁쓸해했다.

부모들이 장애아를 돌보며 이겨내야 할 것은 사회의 편견뿐만이 아니다. 바로, 본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사회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이 때문에 장애아의 부모들 대부분은 아이가 세상 떠나는 걸 보고, 다음날 죽는 것을 소원으로 하기도 한다. 

A씨는 “나도 우리 아이를 장애아로 낳고 싶지 않았다. 저는 그저 장애인을 향한 인식이 나아져서, 나중에 우리 아이가 홀로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만 없으면 좋겠다”면서 “둘째 아이는 저에게 동생을 낳아달라는 말을 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나중에 죽으면, 둘째가 첫째인 장애인 형제를 돌보는 것을 오롯이 맡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한 말이기 때문에 늘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장애아를 양육하는 그 순간도 버겁기는 매한가지다. 부모들은 장애아에게 잠시라도 눈을 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돌보기에도 정신이 없다. 

그나마 장애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 상황은 낫다. 학교에 보낸 시간 동안 부모는 잠시나마 심적 여유를 누릴 수 있고, 보조금도 지원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덜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심리적·경제적 여유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 대부분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B씨는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놓인 부모들끼리 고민을 나눌 수 밖에 없다”면서 “그마저도 아이를 누가 봐줄 수 없으면 어디에 말도 할 수 없다. 결국 24시간 아이와 함께하며, 우리의 온 신경은 장애아에게만 집중할 수 밖에 없으니까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장애를 가진 부모들은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정책이 따라갈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발달 장애아의 아버지 C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보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면서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 아이가 나 없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으면, 그리고 지금보다 나은 인식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발달 장애인은 기다려주면 해낼 수 있다. 비장애인의 기준에 아이들을 맞추지 말고, 장애인의 편에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지금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며 겪어야 했던 어려움이 언젠가는 겪지 않을 시기가 오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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